올해 첫 나들이로 아내와 함께 용산 해방촌을 다녀왔습니다.
오전 11시 30분쯤 집을 나서서, 퇴근 시간이 시작되기 전인 오후 4시 30분쯤 귀가했으니
말 그대로 ‘한나절 데이트’였습니다.
저희가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용산 해방촌 즐기기'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용산 해방촌은 1945년 해방 이후, 북한 지역이 공산화되면서 이를 피해 월남하신 분들이 정착하며 형성된 동네입니다.
당시에는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건축 자재나 남산에서 벌목한 나무로 허술하게 지은 판잣집이 대부분이었던,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울의 여느 동네 못지않게 많이 현대화되어 있어 옛 모습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근현대사의 힘겨운 시간을 품고 있는 공간이죠.
1961년에 제작된 유현목 감독의 영화 '오발탄'의 주인공이 살던 곳이 바로 이 해방촌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당시 판자촌의 모습과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흑백 영화는 유튜브에 전편이 공개 되어 있으니, 방문 전에 한 번 찾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지금도 어려운 분들은 많이 계시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큰 성장을 이뤄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방촌을 가는 쉬운 방법은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 1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용산2)를 탑승하는 것입니다.
'후암동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특이한 계단이 보이는 데,
이 계단이 '후암동 108 계단'으로 모두 108개의 계단으로 구성된 해방촌의 랜드마크와 같은 곳입니다.
특이하게도 이 계단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계단이 길고 가팔라서 노인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된 엘리베이터라고 하네요.
일반 엘리베이터처럼 중간에 내릴 수 있는 층이 5군데가 있고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은 내려올 때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는데
나름 운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해방촌의 하이라이트는 동네 꼭대기에 있는 '신흥시장'입니다.
원래는 동네 주민들을 위한 재래시장이었지만,
도시 재생 사업을 거치면서 지금은 젊은 가게들과 카페들이 들어선 관광지로 바뀌었습니다.
저희들도 이곳에서 점심식사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미리 '해방촌닭'이란 식당과 '오잇'이라는 카페를 찍어두고 갔습니다.
그런데,,
'해방촌닭'은 평일의 경우에 오후 4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하고,
신흥시장 내에 있는 많은 식당들이 이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아마도 평일에는 점심 손님이 많지 않아 저녁 및 주말 위주로 영업하는 것 같았습니다.
워낙 작은 동네라 마땅히 식사할 곳을 찾지 못해 돌다보다가
해방촌 오거리 쪽에 '이음'이라는 젊은 친구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마침 열었기에 들어갔습니다
네이버지도
이음
map.naver.com
점심 메뉴로 1인당 2만 원 정도면 좀 과한 느낌이 있었지만,
열심히 도전하는 청년들을 응원한다는 마음으로 '항정구이 정찬'과 '한우사태 들기름막국수'를
시켰습니다. 식사는 깔끔하고 맛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식당과 달리 카페는 문을 연 곳이 많았는데,
처음부터 찍고 왔던 '오잇(Oeat)'에서 서울 시내를 조망하면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왔습니다.
해방촌은 북촌이나 서촌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동네였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성도 좋아 가끔씩 들러도 부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녁 무렵에 올라와 서울 야경을 바라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은퇴 이후,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한나절 데이트 코스로 ‘용산 해방촌’을 권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