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새로운 것을 배워서 지식의 영역이 넓혀질 때 큰 즐거움을 느끼는 편입니다.
여행도 그런 취향을 반영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알쓸신잡에 나오시는 패널들처럼 방대한 독서나 깊이 있는 통찰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이미 잘 정리된 지식을 2차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이라는 점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라는 든든한 도구가 생겨, 필요한 순간에 바로 지식을 보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여행 중에도 궁금증이 생기면 즉시 확인하고,
그 내용을 곁에 있는 아내에게 이야기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가벼운 ‘지식 놀이’에 가깝지만, 오히려 부담 없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에게 잘 맞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일본 현대 건축, 그중에서도 ‘구마 겐고(隈 研吾)’라는 건축가가 자연스럽게 관심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일본은 현대 건축의 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자만 하더라도
9명 (이 중에서 두 명은 공동 수상)으로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입니다.
참고로, 한국인 수상자는 아쉽게도 아직 한 명도 없습니다.ㅠㅠ
| 연도 | 건축가 | 대표 건축물 | 위치 |
| 1987 | 단게 겐조 (Kenzo Tange) |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 히로시마 |
| 1993 | 마키 후미히코 (Fumihiko Maki) | Spiral Building | 도쿄 |
| 1995 | 안도 다다오 (Tadao Ando) | 빛의 교회 | 오사카 |
| 2010 | 세지마 가즈요 (Kazuyo Sejima) |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 가나자와 |
| 니시자와 류에 (Ryue Nishizawa) | |||
| 2013 | 이토 도요 (Toyo Ito) | 센다이 미디어테크 | 센다이 |
| 2014 | 반 시게루 (Shigeru Ban) | 카드보드 대성당 | 크라이스트처치 |
| 2019 | 이소자키 아라타 (Arata Isozaki) | Art Tower Mito | 미토 |
| 2024 | 야마모토 리켄 (Riken Yamamoto) | Yokosuka Museum | 요코스카 |
위의 표는 역대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일본인 건축가의 명단입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단게 겐조, 안도 다다오, 이토 도요등의 이름이 보입니다.
도쿄에는 이런 건축 대가들의 작품들이 도처에 흩어져 있어서
이들을 찾아다니는 건축 탐구 테마 여행을 해보아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표는 도쿄에 있는 프리츠커 상 수상자들의 대표 작품들입니다.
| 건축가 | 도쿄 대표 작품 | 위치 | 특징 |
| 안도 다다오 (Tadao Ando) | 21_21 Design Sight | 롯폰기 | 노출 콘크리트, 빛 |
| Omotesando Hills | 오모테산도 | 경사형 내부 동선 | |
| 이토 도요 (Toyo Ito) | Tod’s Omotesando | 오모테산도 | 나무 구조 패턴 |
| Mikimoto Ginza 2 | 긴자 | 불규칙 창 디자인 | |
| 세지마 가즈요 (Kazuyo Sejima) / 니시자와 류에 (Ryue Nishizawa) |
Dior Omotesando | 오모테산도 | 투명, 미니멀 |
| 마키 후미히코 (Fumihiko Maki) | Spiral Building | 아오야마 | 나선형 공간 |
| Hillside Terrace | 다이칸야마 | 도시형 복합 공간 | |
| 단게 겐조 (Kenzo Tange) | Yoyogi National Gymnasium | 요요기 | 곡선 구조 |
|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Building | 신주쿠 | 초고층 공공건축 | |
| 이소자키 아라타 (Arata Isozaki) | Museum of Contemporary Art Tokyo | 키요스미 | 포스트모던 |
이번 도쿄 여행은 아내와의 첫 번째 도쿄 여행이어서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여행지 위주로 코스를 짰습니다.
1일 차 : 하라주쿠 / 오모테산도 거리 / 시부야 스크램블
2일 차 : 아자부다이 힐스 / 다이칸야마 거리 / 나카메구로 강변
3일 차 : 우에노 공원 / 도쿄 국립 박물관 / 아메요코 시장 / 센소지 (아사쿠사 신사)
4일 차 :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 나쓰미 소세키 기념관
이 코스를 걷는 중에 우연히도 구마 겐고 (Kengo Guma)의 건축물을 네 번이나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명의 건축가를 따라 여행하는 경험을 하게 된 셈입니다.
- 포레스트 게이트 @ 다아칸야마
-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 나카메구로
- 아사쿠사 관광문화센터 @ 센소지
- 무라카마 하루키 도서관 @ 와세다 대학교
이들 건축물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목재를 활용한 부드러움’과 ‘주변과의 조화’였습니다.
콘크리트로 위압감을 주기보다는, 나무를 통해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고, 주변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각 건물은 개성이 분명했지만, 결코 튀지 않고 도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옷을 입고 있지만, 외톨이가 아니라 주변과 잘 어울리는 멋쟁이처럼...
이번 여행에는 40mm 렌즈를 가져가다 보니 커다란 규모의 건축물을 한 앵글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 중에 만난 4개의 건축물 사진은 구마 겐고의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아서 올려 봅니다.





구마 겐고는 ‘2020 도쿄 올림픽’의 메인 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입니다.
국가적 이벤트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맡았다는 점에서, 그의 위상과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짧은 여행에서 네 번이나 그의 작품을 마주하게 되었던 것처럼,
그의 건축물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널리 분포해 있습니다.
심지어 저희 동네인 안양 예술공원에도 그의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지 않게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대중성과 영향력을 모두 갖춘 건축가이지만,
아직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어쩌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오랜 기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과도 닮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구마 겐고의 건축을 조금 더 살펴보니,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특징은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바로 ‘자연과의 조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콘크리트로 형태를 강조하기보다는
목재와 같은 자연 소재를 활용해 건축물이 주변 환경 속에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설계합니다.
그 결과 건물은 독립된 조형물로 드러나기보다,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하나의 공간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네 개의 건축물 역시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나니,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건축물들도 조금 더 의미 있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이해해보려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아내와 함께 도쿄의 핵심 여행지를 둘러본 이번 여행은,
새로운 지식이 더해지며 그 경험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다음 도쿄 여행을 다시 기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