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스쿨(nono school) 첫 번째 요리시간에 강사님으로부터
맛에 대한 이론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시카고의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인 알리니아 (Alinea)의 오너셰프이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요리사
그랜트 애커츠 (Grant Achatz)가 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맛을 내기 위해 이 세 가지 조미료가 기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이 이야기가 꽤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조미료 이야기를 넘어, 이 셰프와 그의 철학이 궁금해져
그의 이야기를 추적해 봤습니다.
우리는 보통 다양한 재료를 많이 넣어야 맛이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랜트 애커츠 (Grant Achatz)의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맛은 복잡하게 더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핵심 요소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금은 맛의 구조를 만듭니다.
전체적인 균형을 잡고, 음식의 윤곽을 또렷하게 해 줍니다.
MSG는 깊이를 더합니다.
입안에서 감칠맛을 형성하며, 음식이 한층 풍부하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후추는 마지막을 완성합니다.
향과 미묘한 자극을 더해 음식의 첫인상을 결정짓습니다.
이렇게 보면 맛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습니다.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면, 복잡한 재료 없이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맛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랜트 애커츠 (Grant Achatz)는 흔히 ‘분자 요리’로 대표되는 현대 요리의 선두에 있는 셰프입니다.
분자요리(Molecular Gastronomy)는 음식의 식재료를 분자 단위까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변화시켜 새로운 맛과 형태를 창조하는 현대적 조리법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의 요리를 단순히 기술적인 요리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경험입니다.
형태를 바꾸고, 질감을 뒤집고, 향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 음식을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을 중심으로 요리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그의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설계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이 셰프에 대해 찾아보면서, 그의 삶이 매우 극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랜트 애커츠 (Grant Achatz)는 한때 설암(혀암)을 겪었습니다.
요리사에게 ‘혀’는 자신의 모든 감각이 집약된 중요한 도구와 같습니다.
작곡가로서 청각을 상실한 베토벤과 같은 느낌,,, 아마도 설암(혀암)은 그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었을 겁니다.
미각을 거의 잃어버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요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혀의 감각 대신, 동료들과 소통하며, ‘기억’과 ‘구조’를 기반으로 레시피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혹독한 경험이 그로 하여금 맛을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구조와 설계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요리를 사진으로 접하면서 느낀 것은,
이것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마치 현대 추상미술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익숙한 형태는 사라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된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래서 신선했고, 동시에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랜트 애커츠 (Grant Achatz)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알리니아(Alinea)에서
그의 요리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맛있다’는 느낌을 넘어서,
요리가 어떻게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되는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