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가장 많이 듣는 용어가 '사회적 거리두기'일 것입니다.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들리고 또 이 시점에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단어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영어로는 "Social Distancing"으로 표현이 되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접촉 가능성을 낮추어 질병의 전파를 낮추는 감염 관리의 한 가지 방법입니다.
아마 이 "Social Distancing"이라는 영어를 직역을 하다 보니까 우리말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표현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악수, 포옹 등과 같은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 행위를 피하고 서로 2 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기를 권하는 구체적인 "물리적 거리두기"의 의미가 강합니다.
집단이나 사회 내에서 거리두기라는 포괄적인 의미보다는 물리적 거리두기 (Physical Distancing)를 실천하자는 이야기이므로 용어도 "물리적 거리두기" 또는 "서로 간 거리유지"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슈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작년에 개봉해서 국내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던 영화 "파이브 피트 (Five Feet Apart)"입니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1912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 ; CF)라는 유전성 질병을 앓고 있는 분들은 서로 6피트 이내 거리로 다가가면 치명적인 박테리아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접근을 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극은 이 유전성 질환을 앓는 두 남녀가 사량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 이 영화적 설정의 진위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설정이 마치 예언이라도 한 듯이 2020년 우리 현실에 부합한 듯하네요.)
주인공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서로의 물리적 거리가 식스 피트에서 파이브 피트 이내로 다가선다는 것이고 사랑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극의 거리가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이 비극적 상황이 아래 한 장의 사진에 온전히 응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오늘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이미 3만 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코로나 19와 대치하고 있는 지구 상의 모든 인류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위의 사진처럼 6피트 길이의 당구 큐대의 양끝을 붙잡고 있는 형국일 것입니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서로가 상대방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누가 감염자인지를 모르는 상황 속에서 불특정 다수의 파이브 피트에 들어가지 않기 위한 극한의 공포 속에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련인 것입니다.
이 시련을 이겨 내는 것은 역설적으로 철저한 "물리적 거리두기"는 실천하면서 서로 간에 유대, 사랑, 관심, 격려 등을 표현하는 사회적인 거리는 좁혀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이 밤에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