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직격 "60년대생이 온다"에 출연한 이야기
지난 5월 12일에 KBS의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직격에 "860만 은퇴 쓰나미, 60년대생이 온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비록 3분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저희 부부가 출연을 했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20일 정도가 지났네요... 저희 부부로서는 방송 출연이라는 인생의 큰 경험을 했으므로 그 뒷 이야기들을 정리해 두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오늘 이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연 섭외 메일을 받다
3월 28에 시사직격 작가로 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386세대라 불리는 '60년대생' 분들의 은퇴 이후의 삶을 조명하는 방송을 준비 중인데 제 블로그와 유튜브 영상을 보고 메일을 드리게 되었다면서 연락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호기심이 강한 편이라 다음날 바로 전화를 드렸더니 담당 PD와 연락이 되었고, 간단히 이야기를 나눈 끝에 아내와 같이 방송 출연을 부탁받았습니다.
Who am I ?
KBS는 왜 제게 관심을 보였을까요? 860만 명이나 되는 60년대생 가운데... 하필 제게?
저는 방송에 소개된 대로 63년 생이고, 지금부터 1.5년 전에 퇴직을 하고 은퇴 이후의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퇴직하기 7~8년 전, 즉 50대 초반에 퇴직과 은퇴가 나에게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조금씩 은퇴 준비를 해왔고 은퇴 준비가 어느 정도 완료되었다고 판단된 시점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퇴직을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은퇴 준비라고 하면 재무적인 것 뿐만아니라 일, 건강, 관계, 여가를 포함하는 입체적인 준비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퇴직 후에 작가,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나름 여유로우면서도 활동적인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으며 그 모습을 책과 블로그, 유튜브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래는 제 책, 블로그, 유튜브 링크들입니다.
은퇴 소프트랜딩 - YES24
퇴직이 우리의 제2 인생에 ‘멍에’가 되어서는 안 된다. 50대 초반은 ‘멍에퇴직’이 아니라 진정한 ‘명예퇴직’으로 가는 탑승구에 서 있는 나이이다.이 책이 여러분들을 은퇴라는 새로운 정
www.yes24.com
은소랜 은퇴 연구소
은소랜 연구소에서는 은퇴 소프트랜딩을 위한 정보, 노하우, 그리고 경험들을 공유합니다.
smorning.tistory.com
은소랜 은퇴준비 이야기
은소랜은 은퇴 소프트 랜딩 (Soft Landing)의 약자입니다. 은퇴 준비를 하시는 많은 분들과의 소통을 위한 채널입니다.
www.youtube.com
아마 이런 콘텐츠들이 시사직격 작가와 PD의 레이더(^^)에 포착되어 제게 컨텍을 했던 것 같습니다.
촬영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담당 PD와 전화 통화 후에 출연 여부에 대해 아내와 몇몇 지인들의 의견을 구해봤는데,,, 대부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바로 시사직격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이었습니다.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성격이 강한 방송이어서 저희 부부의 은퇴 후 모습이 왜곡되거나 부정적인 모습으로 편집해서 방영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방송출연이라는 기대감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OK 회신 이후에 촬영은 거침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다음 주에 PD와 카메라 감독이 집에 방문해서 저희 부부 인터뷰 영상을 찍었고, 영문소설 모임, 요리 수업, 자전거 라이딩, 은퇴 동기들과 저녁식사, 캠핑까지 모두 5개 장소에서 약 10시간 정도 촬영을 했습니다.
사전에 인터뷰 예상 문제지(^^)를 제공하거나, 혹은 의도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전혀 없이 그냥 날것 그대로 찍더군요.
방송되던 날의 어색함^^
방송은 원래 4월 28일 예정이었는데, (아마 대통령 미국 방문으로) 방송 일정이 변경되어 5월 12일 방송이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와인 한 잔을 준비하고 미리 TV 앞에 앉아 방송이 시작되길 기다렸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사례 모두 은퇴 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신 분들의 모습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무겁게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12분 정도가 지나가고 마침내 저희 부부의 모습이 TV에 등장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본다는 것이 참 어색하고 민망한 경험이더군요... 표정도 말투도 모두 부자연스러워 보이고^^...(당황해서 그런지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사투리도 막 나왔더군요 ^^.)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희 부부의 분량은 매우 짧았습니다. 10시간 정도 촬영을 했는데 실제 방송에 나간 것은 집에서 인터뷰한 것과 캠핑장에서 촬영한 것만 짧게 편집되어 3분 정도 나왔고, 영문소설 모임, 요리 수업, 자전거 라이딩, 은퇴 동기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장면은 모두 통편집 처리되었습니다. 당시 촬영을 도와줬던 분들께 미안한 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방송에는 모두 10명 정도의 60년대생이 메인으로 등장했고, 그 중에서 저희 부부만 은퇴 준비가 잘된 케이스로 소개되었습니다. 방송이 계속될수록 은퇴 후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들의 모습이 계속 소개되어 그분들께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지인들로부터 피드백
방송되고 나서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로부터 연락을 받으며 방송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혹시 밖에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봤지만 분량이 짧아서 그런지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방송에 대한 지인들의 피드백은 대체적으로 방송에 소개된 케이스들이 60년대생의 은퇴 현실과 비교했을 때 부정적인 부분에 너무 치우친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은퇴준비가 잘된 케이스와 부족한 케이스를 균형있게 반반 정도로 다루면서 이들로 부터 배워야 할 점들을 부각해줘서 후배 세대들의 은퇴준비에 도움이 되도록 했어야 했는데, 사회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다보니 오히려 대안이 없는 비판이 되어버렸다는 지적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스펙트럼이 넓은 은퇴 문제를 너무 경제적인 시각에 국한해서 접근한 탓에 60년대생이라는 한 세대를 조명하는데 부족한 감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공감이 되는 피드백이었습니다.
방송 출연 결산
이번 방송의 시청률은 비교적 높게 나왔습니다. 5월 21일 방송된 수 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9번째로 높은 4.2%의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평소 시사직격의 시청률에 비해서도 약 1%정도 높은 시청률이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조회수도 상당히 높게 나왔습니다. Full 영상의 조회수가 거의 300만에 육박했고, 13분 분량으로 짧게 편집한 직격씬 영상도 12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두 영상을 합하면 조회수가 400만 회를 넘으니 시청률과 조회수 관점에서는 성공한 프로그램이 된 것 같습니다.
사회 고발 프로그램으로서 이번 방송의 가장 큰 성과는, 제 생각에는 세대 간에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을 읽어보면 60년대생을 부모로 둔 90년대생, 혹은 MZ세대들이 부모님 세대의 어려움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노고에 감사한다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상대를 마음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상대를 머리로 알아야 하는데, 방송을 통해 60년대생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알린 부분은 큰 성과로 보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보면 이번 방송분의 조회수가 수백만 회가 됨에 따라 제 프로필의 검색엔진 최적화 (SEO) 지수가 많이 올라간 것 같습니다. 구글 검색창에서 "이상재 은퇴"라고 치면 바로 유튜브 영상과 책, 그리고 블로그 글들이 상단에 노출이 되게 되었습니다. (민족의 스승인 월남 이상재 선생관련 콘텐츠들을 제치고...^^)
그리고, 방송 중에 책을 읽는 장면에서 제 책의 표지가 나간 덕분에 책 판매량이 갑자기 늘었더군요...
마지막으로 제 친구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방송에 출연을 했으니 출연료가 나왔겠죠...얼마나 나왔을까요?
세액 공제 후에 입금된 금액이 182,400원,,, 기타 소득세로 8.8%를 원천 징수한 금액이므로 출연료는 20만원이 되겠네요. 촬영하느라 10시간을 함께 한 것치고는 좀 작죠.^^
60년대생.
우리사회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일궈냈던 자랑스런 세대입니다.
급변하는 은퇴 환경 속에서 가보지 못한 길을 다시가야 하는 마처세대이기도 합니다.
모두 힘내시고, 꼭 은퇴 소프트랜딩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을 공유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