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27세에 첫 흑자를 기록하고 43세에 최대 흑자의 정점을 지나 61세부터 적자 인생으로 다시 돌아선다고 합니다.
통계청에서는 매년 이 통계자료를 발표하는데 적자전환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것 외에 큰 변화는 없는 듯합니다.
적자 전환시기가 10년 전인 2010년에는 56세였는데 2021년에는 5년이나 늦춰진 61세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자료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래프의 기본 유형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한 인간의 생애주기는 '생로병사'의 굴레 속에서 "성장기-> 활동기->은퇴기"가 있기 때문이죠.
다만 제도나 경제상황, 건강, 수명 등에 따라 흑자 진입, 최대 흑자, 적자 재진입 시기에 조금씩 변화가 생길 뿐입니다.
그런데, 이 그래프를 들여다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그래프는 한 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의 그래프들을 겹쳐서 보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현세대를 중심으로 부모세대, 자식세대의 3개 그래프를 붙여보았습니다.
이렇게 붙여 놓고보니 이해가 쉽게 됩니다.
현세대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들의 성장기에는 흑자 주기에 있는 부모 세대로부터 양육비와 교육비를 지원받아 성장하고, 현세대가 흑자 인생으로 돌아섰을 때는 자식 세대에게 양육비와 교육비를 지원하고 또 시기적으로 적자인생에 재 진입한 부모 세대를 부양하는 흐름입니다. 그리고 현세대가 노년이 되어 적자의 삶이 되었을 때 성장한 자식 세대에게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富)의 세대 간 자연스러운 이전입니다.
이런 프레임이 각 가정에서 원활하게 일어나면 그 가정은 건강한 가정이 되는 것이겠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메커니즘이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원활하게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장기간의 부의 이전이고 가정 간에는 부의 편중 문제도 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명의 증가, 비혼 문화의 확산, 1인 세대의 증가와 같은 거스를 수 없는 사회 문화적 변화도 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몇 세대에 걸친 이 변화를 한 가정의 울타리 내에서 모두 감당하기는 힘들게 됩니다.
그래서 국가와 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세금 정책, 복지 정책으로 이와 같은 부의 이전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조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치 혈액 순환이 원활이 되어야 건강한 신체가 되듯이 세대간의 부의 이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척도에서 우리 사회를 보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과 "마처세대(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이란 자조적인 용어가 일반화될 정도로 세대 간의 부의 자연스러운 이동에 균열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맥경화 현상이 여기저기서 생기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국민연금 개혁 문제가 좋은 예로 보입니다.
국민연금은 위의 제 그림에서 보여준 세대 간의 자연스러운 부의 이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한 세대만 놓고 볼 문제가 아닙니다.
세대 간의 양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조건", 좀 더 깊은 생각을 해 볼 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PS : Updated on 5/11/2024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사회의 큰 문제인 저출생의 문제도 위의 그래프와 연결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자식들이 큰 노동력의 원천이었고 은퇴 후 이들로 부터 노후 부양을 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였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지금에 비해서 훨씬 힘든 시기였지만 많은 자식들을 낳아 힘들게 키워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두세대만에 이같은 사회분위기는 확 바뀌었습니다. 도시화되고 핵가족화되면서 더이상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시대로 변화되고 말았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자식은 키우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내 노동력이 상실된 노후에 나의 노후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출생의 문제가 나타난 것은 아닐까요?
제가 위에서글 쓴 것처럼, 국가가 한 가정에서 소멸되어버린 부의 이전 메커니즘을 자연스럽게 담당하는 건강한 사회가 된다면 이같은 저출생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에게 출산 장려금등을 퍼 붇는 정책보다는 큰 틀에서 사회적으로 연금제도의 개혁이나 복지제도의 구축하는 방향에 더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