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피렌체 여행을 꽉 채우고 토요일 밤 비행기로 파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피렌체 공항의 공식 명칭은 프로렌스 공항 (Florence Airport)이고 약자로는 FLR이라고 부르더군요.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골목골목을 누비며 피렌체를 두 눈에 꼭꼭 담아두고, 아침에 체크아웃하면서 맡겨두었던 캐리어를 찾아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에서 트렘(T2)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역사와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 다시 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움으로 무거워졌습니다.
은퇴 부부의 여행은 늘 이런 아쉬움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의 나이로 볼 때 큰 마음을 먹기 전에는 다시 이곳을 찾기는 쉽지 않겠죠.
공항에서 출국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항공편의 스케줄로는 밤 8시 30분에 이륙해서 10시 30분에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10시 30분 도착이면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 출국장으로 나오면 밤 11시 정도가 될 것 같았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택시를 타고 파리 숙소로 돌아올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 것 같았는데 '곧 파리 이륙 예정이니 좌석을 원래 위치로 돌리고 안전벨트를 꼭 착용해 달라'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뭐? 이건 과속비행인가...^^
안내 방송을 듣고 시간을 대충 계산해 보니 10시경이면 공항을 나올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이 시간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파리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해 보여,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인터넷을 연결해서 공항에서 파리시내로의 이동 방법에 대해 폭풍검색을 했습니다.
샤를드골 공항 택시는 요금이 정해져 있어 세느강을 기준으로 좌안 지역까지는 65유로, 우안 지역까지는 56유로입니다.
저희 숙소인 블로뉴까지는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찾기 어려웠지만 좌안이 65유로 인 것을 고려하면 80~90유로는 받을 것으로 예상되더군요.
파리 국철인 RER B를 이용할 경우에는 1인당 11.8유로... 여기에 파리 시내에서 블로뉴까지 지하철 요금이 2.1유로이니 합해서 13.9유로입니다. 두 명이면 28유로이므로 택시를 이용할 때에 비해 50~60유로는 세이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은퇴자들의 소비생활에는 나름 규칙이 있습니다.
은퇴자는 은퇴 전에 비해서 소득은 현저하게 줄지만 반대급부로 시간은 현저하게 늘어납니다.
그러므로 이전에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소비를 했다면, 이제는 시간으로 돈을 사는 소비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거리를 이동한다면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기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죠.... 은퇴자의 삶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준을 잘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들은 무거운 짐이 없으므로 아내에게 RER을 한번 타볼까 했더니 아내도 OK랍니다.
사실 저희들은 이전에 오랜 기간 파리에서 살았어도 공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때는 회사에서 승용차와 연료비를 제공해 주니까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지요... 늘 공항으로 픽업 나가서 가족을 태우고 파리집으로 들어왔었습니다.
처음 타보는 RER,,
늦은 시간인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과감히 RER B 노선을 탑승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학습한 대로 생미셀 노트르담역에서 집으로 오는 메트로 10호선을 환승해서 별 탈 없이 숙소에 잘 도착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거의 자정,,, 아마 택시를 이용했다면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겠지만, 은퇴자의 소비 규칙을 지키며(^^) 새로운 경험을 쌓은 귀갓길이었습니다.
파리 한 달 살기,,,,파리도 피렌체도 모두 이국땅이고 우리 집이 아니지만 왠지 파리 숙소에 들어오니 마치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긴장했던 생체 리듬이 풀린 탓인지 배가 살짝 고파지기 시작해서 늦은 밤이지만 라면을 한 개 끓여 먹고, 피렌체 여행 일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