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서 파리(Paris)에 온 것이 아니라 여행을 온 것이지만, 저희 부부의 하루하루는 나름 규칙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하루의 일상은 대충 다음과 같은 모습입니다.

 

아침 8시경에 기상해서 아침 산책으로 동네 한바퀴를 돌고,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빵집에 들러 갓 구운 바게트를 한 개 사옵니다.

저희들이 매일 들리는 빵집에는 두 종류의 바게트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바게트가 부르는 일반 사이즈와 그것보다는 약간 작은 사이즈의 것이 있죠.

 

처음에는 일반 사이즈의 것을 사 먹었는데 저희 부부의 아침으로는 분량이 좀 많더군요..그래서 남기는 것을 없애기 위해 작은 것을 선택해서 사오고 있습니다. 바게트는 시간이 좀 지나면 딱딱해져서 먹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죠.

 

작은 것은 색깔이 약간 더 어둡고 표면이 거친 것으로 봐서 고유의 이름이 있을 것 같긴한데,,,저희들은 잘 모르고 하니까,,, 그냥 "윈느 쁘티 바게트 실부쁘레 (작은 바게트 한개 주세요.)라고 주문합니다.^^

저희 동네 빵가게의 진열대

 

가격은 한 개에 1.6유로입니다. 

아직 동전을 사용하는 유로권이라 불편함이 따르는데, 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동전 자동 지급기의 사용입니다.

지폐든, 동전이든 이 기기에 넣으면 이를 인식해서 거스럼돈을 기계에서 자동으로 내보내 줍니다.

 

계산이 빠르기도 하고 빵을 취급하면서 현금에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되니 위생적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아직 따뜻한 바게뜨의 온기와 구수한 빵 내음을 맡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치는 파리지엥들 중에 더러는 밝은 얼굴로 눈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있습니다.

 

바게뜨에 야채, 잠봉, 치즈, 푸아그라, 올리브,,,,계란 프라이,, 등을 잔뜩 올리고 오렌지 주스를 곁들인 식사는 파리 생활을 상상하며 그려보던 아침의 모습입니다. (계란 프라이를 만들 때마다 와이프가 놀랍니다. 얼마나 싱싱한지 노란자가 잘 터지지 않는다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설겆이를 끝내면 한 시간 정도 우리 부부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금년에도 성경을 한번 읽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같이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제 은퇴 후 시작한 저희 부부의 경건의 시간입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보통 11시경에 외출을 합니다.

목적지는 저희들이 미리 준비한 스케줄에 따라 결정됩니다. 파사주 여행, 건축가 탐험, 추억 기행, 미술관과 박물관 방문,,,

 

목적지에 도착하면 우선 목적지 부근에 있는 카페를 찾죠.

모닝 커피를 한 잔 하기 위함입니다.

카페 선택 기준은 햇살이 잘드는 테라스가 있는지 입니다. 저는 파리의 따스한 햇살을 너무 좋습니다.

햇살 잘 드는 테라스에 앉아 모닝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구경하는 것은 참으로 파리스러운 행복입니다.

카페 테라스를 가득 채운 파리지엥들

 

저는 에스프레소, 혹은 카페 알롱제,,,아내는 주로 카프치노를 마십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불면증 때문에 커피를 끊었는데 파리에 와서 다시 마시고 있습니다.

카페 테라스의 모닝 커피 낭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죠...그런데 이상하게 잠은 잘 자고 있습니다.^^

 

오전 목적지 일정을 마치고 나면 점심 식사를 합니다.

처음에는 근처 카페나 식당에서 간단한 것을 사 먹었는데 가격도 비싸고 맛도 별로...무엇보다 식사하나 서빙받는데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자리 잡고 오더하고 식사가 나오고,,,식사 후 다시 웨이터를 불러 계산하는데 까지 길게는 1시간 반 이상 걸리니 갈곳 바쁜 여행객에게는 답답한 메커니즘입니다.

 

그러다, 저희들만의 노하우를 찾았습니다.

파리에도 카페 체인점이 있더군요. 바로 "Pret A Manger"라는 것입니다.

"Pret A Manger"는 영어로 번역하면 "Ready To Eat" 정도로 번역됩니다.

 

파리의 스타벅스라고 불리는데, 커피와 함께 간단한 샌드위치, 샐러드와 같은 가벼운 음식을 판매합니다.

진열대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계산하면 되니까 주문도 간편하고 시간도 절약 됩니다.

 

매장도 규모가 있고 깨끗합니다. 스타벅스도 이 매장을 벤치마킹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저희들이 Pret A Manger를 선호하는 또다른 이유는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계산서 영수증에 화장실 코드가 인쇄되어 있는데 이것을 화장실 입구의 전자 자물쇠에 입력하면 됩니다.

 

파리시내에 수많은 Pret 매장이 있기 때문에 구글 지도에서 "Pret / Paris"로 검색해서 자신의 주변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오후에 갈 곳으로 이동합니다.

주로 걸어서 20분 이내에 있는 곳으로 동선을 짜두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제는 오전에 쁘티 팔레(Petit Palais)에 들렀다가 걸어서 마들렌 사원(Église de la Madeleine)을 방문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이동 동선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갤러리,,,매장들,,, 오고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파리에 온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쁘티 팔레와 마들렌 사원

 

마들렌 사원의 거대한 기둥 아래에 서로 어깨를 기대고 앉아, 파리의 서쪽 하늘로 뉘엿뉘엿 지고 있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짧은 일정으로 파리를 다녀가는 관광객은 느낄 수 없는 슬로우 여행 (Slow Trip)의 참맛입니다. 

이 순간, 옆에 앉은 아내가 참으로 아름답고 고맙게 보입니다.

 

은퇴 후에 이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여건을 허락하심에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서 한식으로 저녁을 만들어 먹고,,,,본 고장의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블로그를 작성하면서 파리의 하루를 접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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