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시에나(Siena)를 다녀온 다음 날,,,, 원래 일정은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마을인 친퀘 테레(Cinque Terre)를 가는 것이었습니다.

친퀘 테레는 바위와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 지역의 다섯 개 마을들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죠.

친퀘 테레( Cinque Terre)의 Manarola

 

 

그런데 시에나를 간 날에도 비가 내렸는데 친퀘 테레를 가려고 하는 날에도 종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 친퀘테레를 관광한다는 것은 좀 힘든 일이 될 것 같아서,,, 긴급 부부 좌담(^^)을 거쳐 행선지를 급하게 바꿨습니다.

 

피렌체에서 기차로 2시간 반정도 소요되는 친퀘 테레보다 비가 오더라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피사(Pisa)'를 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결정을 내리면서 아내가 조건을 하나 달았습니다.

 

이번에 친퀘 테레를 안 가는 대신에 다음에 친퀘테레와 비슷한 풍광을 지닌 이탈리아 남부의 포지타노(Positano)를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뭐~ 언제라는 구체적인 기약이 없으니까 그렇게 하자고 약속했습니다...ㅎㅎ

 

이렇게 해서, 피사로 행선지를 급하게 바꾸고 열차표를 구매해서 오전 10시경에 출발해서 오후 4시경에 피렌체로 돌아왔습니다. 자유여행을 하면 이렇게 순간순간 의사 결정을 해서 여행 일정을 조정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피사(Pisa)는 알려진 데로 가볼 만한 곳이 많지가 않습니다.

모두 한 곳에 모여있는 두오모 성당과 그 부속 건물인 세례당, 그리고 피사의 사탑 정도입니다.

 

피사 중앙역에서 내려서 버스로 10분 정도가 가면 피사 타워라는 정류소에서 내리게 되는데, 여기서 잠시 걸어 들어가면 저절로 '아~~'하고 탄식이 쏟아지는 성당과 높은 사탑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초록생 잔디밭 위의 흰색 건물이어서 더 선명한 인상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더 화려하고 거대한 건축물인 피사의 사탑 (Torre pendente di Pisa)이 정말 많이 기울어진 채로 서 있어서 살짝 당혹스럽습니다.

 

분명 저 정도의 기울기(약 5.5도라고 함)라면 건물이 쓰러지거나, 적어도 경사로 인한 응력 불균형으로 건물의 일부가 파손될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잘 서 있었습니다. 

 

피사의 사탑이 이렇게 기울어진 것은 역설적으로 약한 점토 지반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사탑이 기울어지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부드러운 지반이 균형을 잡아주며 서서히 기울어지게 했기 때문에 빠르게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이후 여러 번의 보수작업을 통해 탑의 하부에 강철 케이블을 설치하고, 지반을 보강하는 등의 작업으로 추가적인 기울어짐을 방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사는 따로 돌아볼 곳이 없으므로 피사의 사탑 앞에서 눈요기를 하기로 하고 사탑 바로 앞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이 카페의 뷰 값이 제법 되더군요.

에스프레소 한 잔에 5.5유로,,, 일반적으로 2.5유로 정도면 마실 수 있었는데 뷰값이 자그마치 3유로입니다...

^^커피값을 뽑느라 꽤 오랫동안 카페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사 사탑 앞의 꽤 비싼 커피

 

저희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빗줄기는 굵지 않아서 우산 한 개만 펼쳐 쓰고 다시 광장을 한번 둘러보고 떠나려고 하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뭘 하나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Pisa Street Press"...^^

저희들이 백허그하고 사탑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몰래 찍어서 신문 형태로 인쇄를 한 것이더군요.

돈을 달라는 이야기는 따로 없었는데, 오히려 아내가 안쓰러웠는지 '비도 오는데,,,,'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꺼내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착한 마음씨의 대한민국 엄마입니다.^^

 

그렇게 저희들의 짧은 피사 여행은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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