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가 한달살기 장소로 파리를 선택한 이유는 파리에 대한 추억 여행이란 의미도 컸지만, 이것보다 더 구체적인 이유는 저희 부부 모두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구별 없이 그냥 뮤제(Musée)라고 부릅니다.
Musée라는 단어는 원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뮤즈(Muse)의 장소'를 뜻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뮤즈(Muse)는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자매로, 각각 예술, 문학, 학문 등을 관장했으며,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재능을 부여하고 영감을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현대에서도 뮤즈(Muse)라고 하면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불리고 있죠.
미술관과 박물관은 예술적 영감을 받는 곳이라는 포괄적 의미에서 구분없이 뮤제(Musée)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듯하고, 사실 대부분의 뮤제에는 미술품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컬렉션도 같이 전시하므로 굳이 구별이 힘든 현실적인 이유도 있어 보입니다.
파리에는 이런 뮤제(Musée)가 150개 가까이 있다고 합니다.
쉽게 머리에 떠오르는 것만해도,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센터, 피카소 미술관, 로뎅 미술관, 마흐무탕 미술관, 클뤼니 미술관, 키 블랑니 박물관....
이런 수많은 뮤제에서 그림이나 조각상등을 마음껏 관람하는 것이 좋아서 파리를 선택했습니다. 만일 그렇지 못했다면 파리에서 35일이라는 긴 기간을 채우는 것은 힘들었겠죠.
그런데, 이렇게 그림을 보러 다니는 것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비용입니다.
파리 뮤제의 입장료가 일반적으로 17유로 수준입니다. 두 명이면 34유로, 우리 돈으로 5만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미술관 10곳만 다녀도 50만 원이 훌쩍 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유명 뮤제(Musée)는 관광객이 많아서 입장 대기시간이 상당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고려해야할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선택한 전략은,
유료 뮤제(Musée)들은 따로 모아 "파리 뮤지엄 패스 6일권 (110 유료)"을 구입해서 여행 후반기에 몰아서 가기로 하고, 그전에는 주로 무료 뮤제(Musée) 들을 찾아 관람을 했습니다.
저희들이 방문한 무료 뮤제(Musée) 중에서 좋았던 몇 곳을 골라 시리즈로 연재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첫 번째로 파리 시립현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de Paris)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파리 시립현대미술관은 일단 교통이 좋습니다.
저희들 숙소인 블로뉴 비앙쿠르( Boulogne-Billancourt)에서 72번 버스를 타면 세느강을 따라 에펠탑을 볼 수 있고, 이 에펠탑을 한 정거장 지난 Musée d'Art moderne에서 내리면 됩니다.
지하철인 경우는 블로뉴 비앙쿠르 노선인 9호선을 타고 Alma-Marceau, 혹은 Iéna에서 내리면 되기 때문에 액세스가 매우 편리합니다.
에펠탑과 가까워서 미술관 창문 사이로 늘 에펠탑이 보이므로 이를 배경을 아래와 같은 사진을 찍어도 좋습니다.
무료 미술관이므로 별도 예약이나 티켓 구매가 필요 없이 입장이 가능합니다.
파리의 모든 예술 공간에는 입장할 때 소지품 검사를 하므로 들고간 가방을 열어서 보여주면 됩니다. 무거운 가방은 로비에 있는 보관함에 넣어두고 관람하는 것이 편합니다.
파리 대표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은 작품 연대순으로 구분하면 대충 아래와 같이 분류가 됩니다.
-루브르 박물관 :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미술품
-오르세 미술관 : 르네상스 이후 인상파, 점묘파까지 미술품
-퐁피두 센터 : 근현대 미술, 추상화
파리 시립현대미술관은 명칭처럼 근현대 미술들을 컬렉션 하고 있는데 15,000점이 넘는다고 합니다. 미술 사조를 기준으로 보면 퐁피두 센터와 약간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티스(Matisse), 피카소(Picasso), 뒤피(Dufy), 모딜리아니(Modigliani), 드랭(Derain), 피카비아(Picabia), 샤갈(Chagall) 뿐만 아니라 볼탄스키(Boltanski), 파레노(Parreno), 피터 도이그(Peter Doig)등 미술사의 주요 화가들의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술품들 가운데 파리 시립현대미술관을 상징하는 작품은 단연 라울 뒤피(Raoul Dufy)의 <전기의 요정, La Fée Electrique >입니다.
우선 작품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말굽 모양의 방 전면을 둘러싼 600㎡(약180평, 10x60m) 크기의 작품으로 250개 이상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작품을 전시하기 하기 위해 미술관 내부 구조를 대폭 수정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1954년에 기증받은 작품을 1964년에야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고 하네요.
아마 제가 본 미술 작품 중에 가장 큰 작품인 듯합니다.^^
위의 라울 뒤피의 작품이 별로의 대형룸에 단독 전시된 것과 함께, 또 하나의 큰 룸이 있는데 바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의 <춤, La Danse> 두 개의 버전이 전시된 공간입니다.
1930년, 61세의 앙리 마티스는 현대 미술에 열정을 가진 미국의 억만장자 알버트 바르너스 박사 (Dr Albert Barnes)를 만납니다.
바르너스 박사는 필라델피아 근처의 메리온에 위치한 바르너스 재단을 창립한 인물로, 이곳에는 그의 많은 미술 컬렉션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마티스의 열렬한 팬인 바르너스는 마티스에게 재단의 주요 홀을 장식할 벽화를 의뢰하며, 주제 선택은 마티스에게 자유롭게 맡깁니다.
그리하여 1930년과 1933년 사이에 앙리 마티스는 이 거대한 작품을 완성하며, 이는 그의 경력에서 창조적 갱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됩니다.
마티스는 춤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하기로 결정합니다. 춤은 그가 여러 해에 걸쳐 가장 애착을 가진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마티스는 건축적인 틀 안에 구성을 넣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의뢰는 마티스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춤》은 세 가지 버전이 있으며, 그중 두 점은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버전인 <완성되지 않은 춤, (1930-1931)>에 장식성이 부족하다고 느낀 마티스는 이를 불만족스러워하며 두 번째 버전 제작을 시작합니다. 그는 회색, 파랑, 분홍, 검은색의 종이를 사용하여 그 형태들을 오리고 재배치하는 방식을 개발하여, 자신이 원하는 균형을 맞추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버전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크기는 설치할 장소에 맞지 않아서, 마티스는 세 번째 버전을 제작하여 1933년 4월 바르너스 재단에 설치합니다.
그1990년, 첫 번째 버전인 <완성되지 않은 춤>은 니스(Nice)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발견되었고, 이 첫 번째 버전과 두 번째 버전은 현재 파리 현대미술관의 마티스를 기리기 위한 전시실에 함께 전시되고 있습니다. (내용 출처 : 파리 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위의 두 작품 외에 영구 전시실에는 피카소(Picasso), 모딜리아니(Modigliani), 드랭(Derain), 피카비아(Picabia), 샤갈(Chagall)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이 미술 사조별로 구분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들 작품을 둘러보는 것만도 큰 즐거움입니다.
파리 현대미술관의 가장 큰 장점은,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처럼 관광지로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서 천천히 그림을 감상하기 좋다는 것입니다. (루브르와 오르세에서는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사진 찍으시는 분들도 많아서 한 작품 앞에서 몇 분을 머문다는 것은 불가능하죠...다음으로 사진 찍으시려는 분께 장소를 바로 내줘야 해서...ㅠㅠ)
저희들은 이번 체류기간 중에 두 번 이 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무료이고 예매할 필요 없으므로 일정이 애매해서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 시간을 보낼 곳으로 미리 찜을 해 두었는데, 아쉽게 두 번밖에 못갔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 갔을 때 아래 모딜리아니 그림을 보고 사진을 찍어 두었는데, 두 번째 들렀을 때는 이 작품이 보이지 않더군요. 유명 작품의 경우 다른 미술관으로 대관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도 출장을 나간 듯했습니다.
아무튼, 사진을 찍어놓길 잘했습니다.^^
인상파 이후, 근현대 미술의 흐름과 명작들을 감상하고 싶으시면 에펠탑 근처에 있는 "파리 시립현대미술관"을 꼭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