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이어 파리 알짜 무료미술관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린 '파리 현대미술관'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이번에 소개드릴 미술관은 로뎅의 제자이자, 로뎅 못지않은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조각가 앙투안 브루델 (Antoine Bourdelle)의 작품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브루델 미술관(Musée Bourdelle)입니다.
- 위 치 : 대부분의 유명 미술관들은 파리 1,2, 7, 9구 등의 파리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에, 브루델 미술관은 몽파르나스 타워가 있는 15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4, 6, 12, 13호선 (Montparnasse - Bienvenüe역)과 12호선(Falguière역)을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주소 : 18, rue Antoine-Bourdelle 75015 Paris )
-운 영 : 월요일은 휴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고, 금요일은 오후 8시까지 심야 개방을 합니다. (마지막 입장은 평일은 오후 5시 40분, 금요일은 오후 7시 15분)
-입장료 : 영구 전시는 무료, 특별 전시 (임시 전시)의 경우는 유료로 진행됩니다. 영구 전시만 봐도 충분하겠죠^^
저희들은 로뎅 미술관을 먼저 방문하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 브루델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로뎅과 브루델 미술관 모두 자신들이 살던 저택을 미술관으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로뎅은 넓은 정원을 갖춘 대저택인 반면에 브루델 미술관은 정원도 좁고 건물도 소박해서 첫인상은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역시 이래서 공짜... 살짝 이런 느낌^^)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서 컬렉션들을 돌아보며 이 실망감은 너무 섣부른 것이었다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되었죠.
실외와 실내의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정말 알차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대형 조각품들도 꽤 많이 전시되어 있었고요.
로뎅하면 '생각하는 사람'이 떠오르는 것처럼, 브루델하면 '궁수 헤라클레스((Héraklès archer)'가 대표작입니다.
로뎅은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를 결합해 표현주의를 완성한 조각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의 손가락 하나하나, 근육의 디테일한 긴장감들이 사실주의에 기반한 묘사라면, 여기에 더해 마치 인상파 화가들이 순간적인 인상을 화폭에 담아내었듯이 대상의 내면적 고뇌와 영혼의 무게를 다소 과장된 자세나 몸의 왜곡등으로 표현을 해냈죠.
이에 반해서 브루델의 작품에서는 로뎅의 표현주의에서 느낄 수 있는 고뇌, 갈등, 불안 등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힘과 강인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표현주의적 과장이나 왜곡보다는 좀 더 간결하고 구조적인 형태로 현대적인 세련미를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헤라클레스를 소재로 한 조각상은 수없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서 '궁수 헤라클레스'는 가장 역동적이고 강인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브루델만의 독창성을 완성시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조각상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입니다. 다비드가 거인 골리앗을 마주해서 물멧돌을 던지려는 순간의 긴장감을 극적으로 표현한 명작 중의 명작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브루델의 '궁수 헤라클레스' 앞에서 긴장감과 역동성의 포화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활의 시위를 당기는 순간, 모든 근육이 원초적으로 펌핑된 듯한 팽팽한 긴장감은 다비드상의 긴장감은 오히려 평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브루델의 이 같은 완성과 성취는 그의 천재성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 미술관에서 잘 볼 수 있었습니다.
부루델은 헤라클레스의 이상적인 신체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육군 대위였던 앙드레 도얭-파리고 (André Doyen-Parigot)의 강한 근육과 균형 잡힌 자세를 깊게 연구했다고 하고 그런 자료들은 실내 전시실에 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역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는 재미는 이런 것 같습니다.
명작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외에 그 명작을 탄생시키는데 도움을 준 배경이나 일화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브루델은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후진을 양성하는데도 자신의 에너지를 주저 없이 사용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500명의 제자들에게 조각을 가르쳤고, 그중에는 저희들도 잘 알고 있는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와 프랑스 조각가 제르맹 리시에(Germaine Richier)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루델은 조각가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도서관에 800여 권의 시집이 있을 정도 시를 좋아한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기도 했다네요...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부러운 장면이 눈에 띄었습니다.
불어를 사용하는 걸로 봐서 현지인들 같았은데, 한 분의 열정적인 강의를 듣고 있는 그룹이었습니다.
다들 연세가 있으신 것으로 봐서, 은퇴 이후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교양을 쌓으며 노후를 보내시는 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 미술관을 돌다 보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단체로 와서 함께 데생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곤 하는데,,, 은퇴 설계 전문가를 지향하는 제게는 눈여겨 보여지는 장면들이었습니다...^^
부르델 미술관,,, 유료, 무료를 떠나 파리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미술관으로 추천드려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