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구 중장년 내일센터로 "생애경력설계"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중장년 내일센터는 노사발전재단 산하기관으로 전국에 13개 센터가 운영 중인데, 40세 이상 중장년의 생애설계 및 재취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구센터를 찾은 이유는, 지난 8월 말에 험난한 교육 과정(^^)을 거쳐 "노사발전재단의 생애경력설계 인턴강사"로 위촉을 받았는데, 인턴 강사의 마지막 관문인 현장실습을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지난주에 미리 대구센터를 방문하여 리허설 강의를 진행하고 멘토 위원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피드백 내용을 반영하여 실제 현장 강의를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두 시간에 걸친 이번 현장 강의를 잘 마치게 되면 "인턴"의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강사로 위촉받을 수 있게 되는 매우 중요한 강의였습니다.
강의 시간이 오전 10시부터여서 광명역에서 아침 7시 KTX를 예약해 두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차려준 아내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습니다.
만추의 끝자락에서 오랜만에 내리는 가을비의 스산함이 오히려 제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전에 유럽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고객과 주간 미팅 (Weekly Meeting)을 위해서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TGV ( 프랑스의 KTX)를 타러 집을 나섰던 기억이 데자뷔처럼 떠올랐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주재원 초기에는 매주 혼자 나섰던 이 출장이 마치 전쟁터로 나서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지 어젠더와 시나리오를 미리 꼼꼼히 준비하고 사전연습도 하고 나섰던 것 같습니다. 마치 오늘 대구 강의를 나서는 것처럼...^^
하지만 그 긴장되었던 출장길도 차츰 익숙해지면서 나중에는 즐기게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늦가을을 적시던 아침비는 동대구역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강의에는 중장년 30분이 참석하셨습니다.
대부분 50대였고 남녀 비율은 비슷했습니다.
경상도 분들은 리엑션이 없는 편이니 참고하라는 멘토 위원의 말씀을 듣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모두들 굳은 얼굴이어서 처음에는 저도 꽤 긴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넌센스 퀴즈 문제도 풀고 준비해 간 선물도 나누어 드리면서 약간은 어색함이 누그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엔터네이너 기질이 부족한 제가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강의 자리를 의식적으로 많이 가지면서 익숙해진 덕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사발전재단의 강의는 표준 강의안을 기준으로 강의를 해야 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 누가 강의하던지 동일한 컨텐츠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죠..
표준 강의안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참석자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작업은 쉽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고민을 해가면서 그동안 은퇴 설계 공부를 하면서 찾았던 사례와 아이디어, 그리고 제가 경험했던 일들을 많이 가미해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딱딱했던 강의실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지면서 저도 준비한 내용들을 편하게 모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 마지막에는 제 강의의 구호인 "빨계 차차준!"을 같이 외치며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원래 제 강의 시나리오에는 없던 내용이었는데 즉흥적으로 제안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마 강의 마지막에는 저도 약간은 강의를 즐기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빨계차차준"은 "빨리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행복한 인생 후반기 보낼 수 있다"를 뜻합니다.
이 메시지가 강의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꼭 전달되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올해 5월부터 시작된 긴 여정이었습니다.
경기도 일자리재단의 "기회강사 양성과정"과 노사발전재단의 "생애경력설계강사 양성과정"을 마치고 , 또 인턴 과정까지 진행된 7개월의 시간이었습니다.
세어보니까 7개월 동안에 정식으로 시연을 하고 평가를 받았던 강의만 4번을 했네요..
저희들끼리 대기업 취업보다 힘든 과정이라는 농담을 했는데,,, 정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약 40년 전에 LG그룹에 입사할 때는 면접 한번 보고 입사했던 것 같은데...^^
좋은 결과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봅니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은퇴 이후에 이처럼 활기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경험은 또 다른 활력과 에너지, 그리고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Updated on 12/16] 11월 대구 센터 현장실습 결과는 '합격',,,=> 내년부터 '인턴'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강사로 활동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