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큰 재미 중에 하나는 식도락일 것입니다.
여행 중에 현지 음식을 싼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여행이 주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지요.
특히 이번 여행지가 미식의 도시, 파리인만큼 여행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어떤 음식을 먹고 왔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저희 부부는 음식에 목숨을 거는 타입이 아니라서 대단한 경험은 하지 못했고, 음식으로 치면 그저 그런 평범한 여정이었습니다.
숙소는 파리와 피렌체 모두 취사가 가능한 곳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 식사는 대부분 현지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해서 숙소에서 만들어 먹었고, 점심은 주로 샌드위치와 같은 간편식 (간편식이라고 하지만, 현지 문화로 보면 주식^^)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지에서 꼭 먹어야 할 대표적인 음식 몇 가지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 먹었죠.
현지 여행하시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것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소개드려 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피렌체 먹거리'에 대해서 우선 소개드리겠습니다.
이탈리아는 수제품의 강국이죠.
대량 생산보다는 소량 생산하는 명품의 강국입니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미국, 일본, 독일 등이 생산량 측면에서는 압도적이지만, 고가의 스포츠카나 슈퍼카들은 이탈리아 브랜드인 것이 많습니다. 저희들이 잘 아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파가니, 란치아... 등등,,,
이 같은 현상은 요트, 가구, 패션 등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죠.
한마디로 장인들의 뛰어난 손길에 의존하는 명품 브랜드가 많은 나라죠.
손재주가 뛰어나고, 대량 생산보다는 소량 다품종의 맞춤 생산이 강점인 이 나라는
흔한 길거리 음식에도 장인의 DNA가 그대로 나타납니다.
피렌체를 포함하여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주로 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합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샌드위치 가게의 메뉴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빵의 종류, 안에 들어가는 식재료와 소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메뉴가 수십 가지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메뉴를 즉석에서 손님의 주문을 받아 그 자리에서 만들어 제공하는 합니다.
즉, On-demand 방식입니다.
프랑스나 미국 등에서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죠. 이들 나라에서는 햄버거, 샌드위치 모두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에서
손님이 골라서 선택을 합니다. 대량 생산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피렌체 골목을 걷다 보면 소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은 식사 시간이 되면 긴 줄이 늘어섭니다.
그런데, 한두 명의 점원이 제각각인 손님의 주문을 짧은 시간 내에 모두 소화해 내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손님의 주문을 받고 기계적으로 빵과 식재료를 골라 담는 것을 보면 이 분야에서도 장인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게 앞에 늘어선 줄의 길이에 놀라서 언제나 먹지 하고 걱정을 하다가
순식간에 내 주문 순서가 되고,, 이내 뒤를 돌아서면 또 긴 줄이 늘어선 것을 보면,
작은 가게이지만 매출은 엄청나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했습니다.
피렌체에서 먹었던 샌드위치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All'Antico Vinaio입니다. 가격은 12유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현상은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 즉 젤라토(Gelato) 가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이번 피렌체 여행 중에 젤라토(Gelato)는 원 없이 자주 사 먹었습니다.
날씨가 약간 더운 것도 있었지만, 이탈리아 현지의 젤라토가 워낙 맛있었기 때문이죠.
생각해 보니까 파리에서 훨씬 긴 기간을 지냈지만 파리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억은 없네요.
젤라토 가게도 우리의 배스킨라빈스 가게들처럼 20개 정도의 각기 다른 아이스크림 박스가 있고 손님의 주문에 따라 아이스크림을 골라주는데 그 속도가 장난이 아니죠... 샌드위치 가게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숙련도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고급스러운 젤라토 가게인 Venchi입니다. 피렌체 여러 곳에 매장이 있으니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샌드위치와 젤라토 가게의 이런 프로세스를 고려하면, 주문할 때 어리바리하면서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미리 주문할 메뉴를 선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가게는 영어로 메뉴와 세부 식재료를 표기하고 있으므로 줄을 서 있는 동안 전체 메뉴를 대충 훑어보고 먹고 싶은 것을 미리 골라두는 것이 좋습니다.
샌드위치, 젤라토 외에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인 피자와 파스타도 한번 정도는 먹어야겠죠.
관광지 카페보다는 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안 피자와 파스타를 먹고 싶어서, 시에나(Siena) 여행 중에 레스토랑에 들러서 이탈리안식의 식사를 했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음식들 외에 피렌체에서 꼭 먹어야 할 요리라고 하면 '티본스테이크'입니다.
피렌체가 속한 지역은 '토스카나'라고 하는데, 구릉이 많고 넓은 초원지대가 펼쳐 있어서 예로부터 목축업이 발달했던 지역입니다.
특히, 발디키아나 (Val di Chiana) 지역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육우 품종 중의 하나인 키아니나(Chianina)의 주요 생산지입니다.
키아니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품종 중의 하나로 지방이 적고 단단한 근육 조직을 갖고 있어 티본스테이크 (Bistecca alla Fiorentina) 요리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요리의 역사도 르네상스 시대부터라고 하니 유서가 깊은 피렌체 대표 요리입니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티본스테이크 레스토랑은 두 곳 정도가 유명보이더군요.
아마도 가이드들이 추천해 주고,, 이것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된 영향이겠죠.
저희들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보다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을 찾아보고 예약을 했습니다. 이때 활용하기 좋은 것이 구글지도입니다. 평점과 리뷰를 잘 읽어보고 결정한 곳은 'Trattoria I Due G'.
Trattoria I Due G · Via Bernardo Cennini, 6/red, 50123 Firenze FI, 이탈리아
★★★★★ · 토스카나 레스토랑
www.google.co.kr
저녁 영업은 7:30분에 오픈한다길래 시간에 맞춰 예약하고 방문했는데, 저희들 외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 커플만 있어서 혹시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8시경이 되니까 현지인들로 보이는 분들로 식당이 꽉 차더군요.
저희들은 티본스테이크와 시금치 리소토 (Risotto Verde), 그리고 현지 레드 와인(Calice Rufina)을 한잔씩 주문했습니다.
스테이크는 기대한 만큼 좋았습니다. 부드러운 육질과 충분한 육즙... 와인과 잘 조화를 이루더군요. 스테이크는 무게 단위로 주문하는데 1Kg을 주문했더니 저희 부부가 나누어 먹기에는 딱 좋은 양이었습니다.
전체 결재 금액은 80유로, 피렌체 와서 부부가 같이 고급 티본스테이크를 즐긴 것 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상, 피렌체의 먹거리, 샌드위치, 젤라토,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티본스테이크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