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미식의 나라,,, 프랑스!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음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갑니다. 고급 레스토랑을 가야 하고, 또 2~3시간에 걸쳐 나오는 풀코스를 즐겨야 하죠.

 

프랑스 음식의 풀코스는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식전 알코올 (apéritif) →  애피타이저 (Entrée) → 플레이트 (Plat Principal)  →  인터미드 (Intermède)  →  치즈 (Fromage) →  디저트 (Dessert)  →  커피 및 소화주 (Café et Digestif)... 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정말로 식탁에서 3시간 정도를 인내(^^) 해야 합니다.^^

 

이전 제가 파리 주재원으로 있던 시기는 회사 입장에서 황금기였습니다.

제가 속해있던 사업 단위만 해도 매월 수십억 원의 순익이 발생하던 시기였습니다.

 

회사의 정책은 심플했죠.

돈은 얼마를 쓰도 좋으니 바이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바이어와의 식사는 정말로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풀코스로 음식을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감히 손에 잡기 어려운 고급 와인을 곁들여서...  

 

회사 돈이었으니 가능한 호사였습니다.

이렇게 고급 와인과 럭셔리한 프랑스 요리를 수없이 많이 즐겼지만, 이번에 파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딱히 다시 먹고 싶은 프랑스 요리는 이것이라고 떠오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마 이것은 프랑스 요리의 특징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요리가 너무 복잡하고 같은 요리라도 레스토랑마다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요리도 같은 요리를 반복해서 계속 먹어야 뇌의 장기기억에 깊숙이 저장될 텐데,,, 가는 레스토랑마다 이름이 다르고 모양과 소스가 다르고 하니,,, 일회성 경험으로 끝난 경우가 많은 탓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번에도 프랑스 요리를 몇 번 먹었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15구, 샤를 미셀(Charle Miches) 9호선 역 근처에는 퀄리티가 좋으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레스토랑들이 많습니다.

이제 회사 법인카드는 사용할 수 없으니, 이 정도면 프랑스 식도락 경험과 저희 재무적인 수준의 적절한 타협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같은 레스토랑을 가지 않으면 같은 요리를 먹기 어려우니, 이번 경험도 역시 일회성 단기 기억에 잠시 머물렀다 벌써 사라진 듯한데 그나마 사진으로 남아 있으니 다행입니다.

 

 

 

 

 


 

 

이런 프랑스 요리와는 대조적으로 이번에 파리에 오면서 꼭 먹고 싶은 요리가 2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현지에서 '똥기누와"라고 하는 '베트남 칼국수'와 ' 레옹 드 브뤼셀(Léon de Bruxelles)의 홍합요리'입니다.

 

 

베트남 칼국수

 

파리까지 와서 '베트남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하면 꽤 생뚱맞은 이야기겠죠.

하지만 파리에서 오래 산 한국인들에게 13구의 베트남 칼국수는 일종의 소울푸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오감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어서 최종적으로 변하는 것이 미각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채집 생활을 하던 시기에 독초나 열매를 잘못 먹으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즉 생존에 바로 직결되기 때문에 미각은 가장 안전한 것만 선택하는 보수성을 갖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프랑스 음식이 즐비하다고 하더라도 일주일만 지나면 우리 음식이 그리운 것이 이런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뜨끈한 국물 음식을 좋아합니다. 설렁탕, 국밥, 갈비탕 같은 것들...

 

파리에서 이런 국물 음식을 찾을 수 없으니 대안으로 찾은 것이 바로 '베트남 칼국수'입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유학생들이 많은 파리에서,,, 마로니에 가로수 잎이 황량하게 떨어지는 계절이 되면 뜨끈한 국물이 있는 '똥끼누와'는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파리 외곽 골프장에서 동료들과 같이 골프 라운딩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13구에 들러 한 그릇씩 먹고 오던 이 음식은 제게도 큰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번 파리 체류기간에 매주 주일마다 교회를 갔는데, 목사님도 베트남 칼국수를 너무 좋아하셔서 매번 예배 끝나고 나면 목사님 부부와 같이 13구 식당을 들러 식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베트남 칼국수는 한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제 입맛에는 파리의 것이 훨씬 진하고 맛이 풍부한 것 같습니다.

파리에 오래 머물면서 국물 음식이 생각나시면, 13구에 있는 베트남 식당을 꼭 들려 보시기 바랍니다. 

 

 

 

 

Ba Miền Restaurant · 180 Av. de Choisy, 75013 Paris, 프랑스

★★★★☆ · 베트남 음식점

www.google.co.kr

 


 

 

레옹 드 브뤼셀(Léon de Bruxelles)

 

저희 또래는 노동 환경의 측면에서는 참 열악한 시기를 경험했던 세대입니다.

노동조합도 없던 시기였으므로 노동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장될 리가 없는 시대였죠. 토요일까지 정상 근무를 해야만 했고 평일도 밤 8시 정도에 퇴근해도 눈치가 보이던 시절이었습니다.

 

밤 9시까지는 서울까지 오는 회사 퇴근버스가 제공되었지만 퇴근이 그보다 늦어지면 수원역으로 나와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집으로 와야 했습니다. 이럴 때 가끔 동료 몇 명과 같이 수원역 앞에 있는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한잔으로 하루의 피곤을 풀던 낭만도 있던 시기였죠. 이때 포장마차에서 뜨끈한 국물과 같이 제공되던 홍합탕은 잊을 수없는 음식이었습니다.

 

특히 겨울날 비닐막으로 찬공기를 대충 차단시킨 포장마차, 화로 위에 올려진 홍합탕에서 흘러나오는 온기와 내음은 다시 갖기 어려운 우리의 젊음과 함께하는 기억들이죠.

 

그런데, 이런 추억이 깃들어진 홍합탕을 주재원 시절 파리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레옹 드 브뤼셀(Léon de Bruxelles)이란 식당으로 홍합요리만 전문적으로 하는 벨기에 체인점입니다.

 

10월이 넘어서면 파리는 비도 자주 오고 스산해집니다.이때 레옹 드 브뤼셀에서 먹던 진한 소스의 홍합요리는 파리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 중에 먹고 싶은 음식으로 리스트업해 두었는데, 마침 브루델 (Bourdelle) 박물관 주변에서 이 식당을 발견해서 아내와 같이 망설임 없이 들렀습니다.

 

파리의 홍합탕은 진한 치즈 소스가 특징입니다. 걸쭉한 치즈 소스에 푹 담긴 땡땡한 식감의 벨기에 홍합살,,, 여기에 벨기에를 대표하는 음식인 따뜻한 감자튀김,,,,최고의 조합입니다.

 

 

 

 

Léon · 82 BIS Bd du Montparnasse, 75014 Paris, 프랑스

★★★★☆ · 음식점

www.google.co.kr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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