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유네스코 산하 기관인 세계유산 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 유산을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죠.

 

이 세계 유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문화유산, 지구와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이 인정되는 자연유산, 그리고 이들과 성격이 겹치는 복합유산으로 구별됩니다.  

 

우리나라 경우에 '석굴암과 불국사'가 1995년에 처음으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문화유산이 14개, 자연유산이 2개, 모두 16개가 선정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는 어떨까요?

 

프랑스는 42건의 문화유산, 6건의 자연유산, 그리고 1건의 복합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관광명소인 몽셀미셀, 베르사유 궁전, 노트르담 성당이 포함된 세느강변 등이 문화유산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파리의 한적한 골목길에서 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명판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빌라 라로슈(Villa La Roche) 입구에 붙어있는 팻말입니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분으로,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철골 콘크리트 건축을 완성시킨 분입니다.  지금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는 아파트, 혹은 대형 주상복합건물 등을 탄생시킨 분이죠.

인구 과밀이 낳은 현대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쾌적한 도시공간을 마련하는데 인류사적으로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겠죠. 

 

그 공이 인정되어 그가 생전에 남긴 건축물 17개가 2016년 세계 문화유산에 선정되었고, 그중에 한 개인 '빌라 라로슈(Villa La Roche)'를 저희들이 이번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파리 16구에 위치하고 있어서, 저희 부부가 '르 코르뷔지에와 기마르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건축 테마 탐방을 한 하루의 여정에 포함된 곳입니다.

 

 

 

[파리 한달살기-12] 르 코르뷔지에와 기마르를 찾아서...

이번 파리 한달살기 가운데 좀 특별한 도전은 제 나름대로 테마 여행을 시도해 본 것이었습니다. 알고 있는 지식과 관심사가 좁다 보니 파리(Paris)라는 큰 바다에서 광어 한 마리 건져 올리는 수

smorning.tistory.com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빌라 라로슈'는 1925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스위스 출신의 은행가이자 예술품 수집가였던 라울 라 로슈(Raoul La Roche)가 자신의 예술품 컬렉션을 전시하고 거주할 공간을 찾고 있다가 당시 유명해지기 시작했던 르 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을 의뢰했습니다.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내부구조

 

빌라 라로슈의 내부 곡면 통로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구조가 개인적인 생활공간과 공공적인 갤러리 공간을 분리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고,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한 현대건축의 5원칙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수평창문, 자유로운 입면)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기념비적인 건물이 되었습니다.

 

예술품 전시를 고려해서 자연광과 인조 조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고, 내부 색채는 미니멀하면서도 강렬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이 건물이 과연 100년 전에 지은 건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던함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대조를 보이는 인테리어 색채

 

참고로, 르 코르뷔지에의 현대건축 5원칙 (The Five Points of a New Architecture)이 가장 잘 반영된 건축물은, '빌라 라로슈'를 건축하고 6년 이후인 1931년에 완성한 '빌라 사보아 (Villa Saboye)'입니다.  파리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일드 파리 지역인 Poissy에 있죠.   

현대건축 5원칙과 빌라 사보아

 

지금은 '빌라 라로슈'와 '빌라 사보아'와 같은 형태의 현대 건축물이 매우 흔하다 보니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이 건물들이 100년 전에 처음으로 지어졌을 때는 대단한 혁신이었습니다.

 

혁신에는 항상 문제와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죠.

'빌라 사보아'의 경우에 평면형 옥상에서 발생한 심각한 누수와 긴 창문 틈새에서 발생하는 바람 소음 문제가 심각했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이런 형태 건물을 처음 짓다 보니 시공 기술의 완성도가 부족했던 것이죠.... 그로 말미암아 르 코르뷔지에와 빌라 사보아 건축주 간에 상당한 분쟁이 있었고 당시 건축가들 사이에서도 커다란 가십거리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책으로 출판되어 나올 정도로 유명하고 건축 관련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일화로 다루곤 합니다.  그런데 '빌라 사보아'에 비해서 '빌라 라 로슈'는 이런 클레임 이야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 건물 내부 벽이나 창문 틈새들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마침 가을비가 내린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100년 된 건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하더군요...^^

건축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가로형 긴 창문

 

라울 라 로슈 사망 후에,  '빌라 라로슈(Villa La Roche)'는 르 코르뷔지에의 유산 보존을 위해 1960년대에 '르 코르뷔지에 재단 (Foundation Le Corbusier)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었고, 대대적인 복원작업을 마치고 1990년대에 박물관으로 전환되어 일반인에게 개방되었습니다.

 

입장료는 10유로이고, 현장에 도착해서 현관에 있는 벨을 누르면 담당자가 문을 열어주고 내부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가끔씩 찾아오는 정도여서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일본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유독 많고 차림새로 봐서 아마도 디자인이나 건축을 전공하는 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술을 전공하시는 분들은 독특한 느낌과 스타일이 있음^^)

 

'빌라 라로슈'는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한 건축물로 외관(파사드, Façade)도 매우 현대적입니다.

일반적인 오스만 풍의 파리 건물과는 상당히 달라서 아마도 보수적인 파리시로부터 허가 받기가 싶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빌라 라로슈'는 도로 쪽에는 입구만 있고 아래 사진처럼 한참 걸어 들어가야 건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건물 외관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렇게 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 뇌피셜입니다..^^

빌라 라로슈의 외관

 

빌라 라로슈에 들어가는 골목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빌라 라로슈'도 파리를 방문한다면 한 번쯤 들러볼 명소로 추천드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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