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은퇴는 단순히 직장을 떠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삶의 구조와 관계의 흐름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 전환점입니다.


특히 부부에게 은퇴는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배우자와 동시에 은퇴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많은 부부는 함께 은퇴하면 여행도 다니고, 여유롭게 아침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취미도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습니다.
그간 바쁘게 살아온 날들에 대한 보상처럼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부부의 성향이 다르면, 같은 시간 속에서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은 조용한 집에서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아내는 매주 문화센터나 모임에서 사람을 만나야 에너지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서로 배려하려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왜 나만 참고 있지?"라는 감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변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 명이 연금 수령 연령에 도달했지만, 다른 한 명은 아직 몇 년이 남아 있다면
동시에 은퇴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습니다.

또 건강보험, 세금, 자녀 지원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제 지인은 남편이 먼저 은퇴한 후 2년을 더 직장 생활했습니다.
남편은 처음엔 좋다고 했지만, 점점 외로움을 토로했습니다.
하루 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거죠.


반대로, 함께 은퇴한 부부는 시간 배분 문제로 다투다가
"각자 공간과 리듬이 필요하다"며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설계하더군요.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우리는 함께 은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단지 날짜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떤 삶을 원하고, 어떻게 그 시간을 함께 구성할지를
미리 대화해 보고, 기대와 우려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퇴는 한 사람의 변화가 아니라, 두 사람의 인생 흐름이 바뀌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기를 맞추기보다는
마음과 방향을 맞추는 것이 더 본질적인 준비일 수 있습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함께 다시 설계해 가는 삶의 시작입니다.
동시에 은퇴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함께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
그것이 더 가치 있는 질문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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