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지난주에 아내와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도쿄 자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도쿄 출장은 50번 이상 다녀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빠듯한 업무 일정 속에서 오갔던 출장들이었고,

여행의 목적으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거의 8년 만에 일본을 찾는 것이었고, 아내와 함께하는 첫 도쿄 여행이기도 해서,

제법 익숙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행 준비하면서부터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저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으로 열 번 정도는 더 오자.”

 

그만큼 이번 여행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앞으로 천천히 블로그에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은퇴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쿄의 한 가지 특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초고령 사회인데, 왜 노인이 잘 보이지 않을까?

이번 여행은 주로 지하철과 도보를 이용해 이동했습니다.

이동 중에 아내와 자주 나누었던 대화가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고령화된 사회인데, 거리나 지하철에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게 보이는 것 같지 않아?

 

생각해 보면 조금 의외였습니다.

일본은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약 30%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사회 중 하나입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하는데, 일본은 이미 2005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4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죠.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우리는 5명 중 1명이 노인, 일본은 3.3명 중 1명이 노인인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거리나 지하철에서 훨씬 더 많은 노인을 볼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 체감은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요?

통계가 틀릴 리는 없으니, 아마도 낮 시간에 이동하는 노인의 비율이 우리보다 낮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몇 가지 추론을 해보았습니다.

 

(사진은 이번 여행에 찍은 것으로 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붙여 넣었습니다.^^)

 

1. 일본 노인들은 일을 한다

일본은 이미 20년 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령자 취업 구조도 제도적으로 정비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령자 고용안정법'입니다.

 

이 법에 따라 일본 기업은

  • 60세 정년 이후에도
  • 재고용 또는 계열사 파견 등의 방식으로
  • 원하면 65세까지 계속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또한 기업에 따라서는 70세까지 근무가 가능한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 덕분에 일본에서는 60세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하는 문화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낮 시간에 노인들이 거리에서 많이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그 시간에 여전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 지자체 중심의 노인 복지 공간

이 부분은 제가 직접 데이터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 관련 보도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주 접했던 내용입니다.

일본은 지역 단위의 노인 커뮤니티 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행정복지센터’와 비슷한 지역 공간에서

  • 건강 프로그램
  • 취미 활동
  • 식사 모임
  • 커뮤니티 활동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 이런 공간에서 또래들과 시간을 보내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 TV에서 본 장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1인 가구 노인들이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자신들이 죽고 나서 묻힐 공동 묘역까지 미리 준비하며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준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지역 공동체 기반의 활동이 활발하다면, 자연스럽게 도심 이동 수요는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비싼 교통비

도쿄에서 느낀 또 하나의 특징은 교통비가 상당히 비싸다는 점입니다.

기본요금도 높고, 우리나라처럼 환승 할인 체계도 강력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료 이용 제도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를 통해 많은 노인들이 낮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며 이동합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교통비가 일정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이동 자체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우리가 있었던 곳은 도쿄

마지막으로 생각해 본 것은 지역 차이입니다.

 

일본의 고령화 문제는 특히 지방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머문 곳은 일본의 수도이자 경제 중심지인 도쿄였습니다.

젊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도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리에서 젊은 층의 비중이 높게 보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비록 뇌피셜이지만, 고령층의 이동이 우리보다 적게 눈에 띄는 4가지 요인들을 추론해 보았습니다.

이런 추론들은 크게 보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가 한번 고려해봐야 할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바뀐 일본에 대한 인식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잃어버린 30년

 

그리고 그 이미지 속에는

  • 활기를 잃은 경제
  • 고령화된 사회
  • 침체된 도시

같은 인상이 함께 따라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일본, 적어도 도쿄는 그런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2025년 기준 대졸 예정자의 취업률 98%를 반영하듯, 가는 곳마다 젊은이들이 넘쳐났고,

도심 곳곳에서는 재개발과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도쿄는 여전히 활기와 에너지가 넘치는 거대한 도시였습니다.

 

초고령 사회는 이제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같은 길에 들어섰습니다.

일본은 이 길을 우리보다 약 20년 먼저 걸어온 사회입니다.


그래서 일본 사회를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해외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사회의 가까운 미래를 미리 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도쿄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은 하나였습니다.

초고령 사회라고 해서 반드시 도시가 활력을 잃거나 사회 전체가 침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도와 문화, 그리고 사회 구조가 어떻게 준비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을 단순히 “잃어버린 30년의 나라”라는 이미지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고령 사회를 먼저 경험한 나라로서 차분하게 배우고 참고해야 할 점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그런 점에서,
도쿄라는 도시를 다시 보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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