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재미있는 우연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 집안에 자녀들의 생일이 모두 같다거나 심지어 부모와 자녀의 생일이 똑같은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하더군요.
개인사에 있어서도 그런 일이 있습니다.
9월 16일은 IT 역사의 큰 별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에게 그러한 날입니다.
-1985년 9월 16일 : 자신이 창업한 회사인 애플에서 쫓겨납니다.
-1997년 9월 16일 : Interim CEO ( iCEO, 대행 CEO)로 애플에 화려하게 복귀한 날입니다.
공교롭게 같은 날에 이렇게 중요한 일이 벌어졌으니 스티브 잡스에게는 9월 16일은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1997년 스티브 잡스가 대행 CEO로 복귀했을 때 애플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애플이 IBM 호환 PC에 시장과 마니아들을 잃고 1년 내에 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난무하던 시기였습니다.
"9월 16일 스토리"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이번에 알게 된 내용인데 이렇게 위기에 처한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게 손을 내밀어 기사회생의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그의 영원한 라이벌인 빌 게이츠입니다.
아래 내용은 "거의 모든 IT의 역사_정지훈 저"에서 발췌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당장 눈앞에 다가온 회사의 재정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단기적으로 애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자존심을 굽히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찾아간다.
불과 수개월 전에 길 아멜리오 (애플의 전 CEO)가 같은 이유를 찾아왔을 때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빌 게이츠지만 이번에는 전향적인 태도로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
잡스는 원도에 대한 오래된 특허권 문제를 들고 나왔다.
윈도에 대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취하할 것이니 마이크로소프트가 맥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고 부탁한다. 여기에 과감하게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에 투자해달라는 제안까지 했다.
금액이 크지 않아도 좋으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프에 투자한다면 애플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장의 시각을 상당수 긍정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이때 빌 게이츠는 맥 OS의 기본 브라우저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채택해달라고 요구했고 스티브 잡스는 이를 받아들였다.
-중략-
이러한 거래가 성사되어 빌 게이츠는 애플에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한다.
애플의 규모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자금 여력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금액은 정말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지만 주식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애플 주식은 30퍼센트 이상 급등했고 애플은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위의 내용을 한번 검증해 볼 요량으로 당시 기사들과 애플 주식 차트를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1997년 9월 이후에 정말 주식이 30퍼센트 이상 급등했고 급등했으면 언제쯤일까 하고...
그랬더니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에 1억 5천만 불을 투자한 날짜는 9월 16일보다 빠른 8월 6일이었습니다.
위 사실로 유추해 보면, 아마도 위에서 제가 인용한 책의 내용과는 다르게 1997년 7, 8월경에 이미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여 실질적인 CEO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8월 6일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나 투자를 받았고, 9월 16일에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iCEO로 임명을 받았는 것이 순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1997년도 애플 주식 차트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로 부터 1억 5000만불의 투자를 받았던 시기가 아래 시점 (화살표)인 것 같습니다.
주식이 급등한 시기는 7월 21일 ~ 8월 4일 시점이고 8월 6일 이후에는 약간 하락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협력 이야기가 사전에 나오면서 주식이 선행 반응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위기를 겪던 1997년의 애플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아래 차트에서 보는 것처럼 지금은 주가가 워낙올라 1997년의 변곡점은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초일류 기업들도 지금 평가하면 사소해 보이지만 그때 그때 수많은 생사의 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하면서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참고로,
지난 8월 20일 애플 시가 총액은 2조 달러로 원화로 2,370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역사상 최초로 2조 달러를 기록한 회사가 되었습니다.
애플이라는 1개 기업의 가치가 우리나라 전체 상장사의 시가 총액보다 많고 우리나라 1년 예산의 4배의 규모입니다.
1997년 당시의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이런 애플을 상상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