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성공한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애플의 에어팟일 것입니다.

에어팟과 같은 형태의 제품을 TWS라고 부릅니다.

TWS는 True Wireless Stereo의 약자로 우리말로 번역하자만 "완전 무선 이어폰"쯤 되겠네요.

 

참고로 TWS의 정의는 좌/우 이어버드 (Earbud) 사이에 커넥터나 케이블이 없이 완전하게 무선으로 연결되는 제품을 가리킵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이 그냥 무선이어폰이라고 부르고 오른쪽의 제품을 TWS라고 합니다

 

 

최근 이 TWS 시장이 급성장을 했고 이를 견인한 것은 애플의 에어팟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2019년도에 약 6,000만 대 정도가 판매되었고 매출액은 약 8.5B달러, 즉 85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단일 제품으로 10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에어팟의 점유율은 전체 TWS 시장의 71% 정도가 되는 것으로 시장 조사 기관에서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 9월에 에어팟 1세대가 출시된 후 불과 3년 반 만에 이 정도 규모로 성장을 했습니다.

 

LG전자 톤플러스

이 성장의 배경에는 LG 전자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100% 제 주관적인 사견임을 밝혀 둡니다.

2014년, 2015년 시점에 LG전자의 효자 품목으로 넥밴드 제품인 톤플러스가 있었습니다.  LG전자가 사업화하여 당시에는 미미하던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단번에 북미지역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이후에 시장이 포화되고 유사형태의 저가 중국 제품이 속속 출현하면서 LG전자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더 이상 시장 지배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톤플러스도 나쁘지 않은 폼펙터(Form Factor)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현재의 TWS가 갖고 있는 UX적인 불편함을 커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고 무선 이어폰 시장을 선점한 만큼 TWS도 같이 라인업에 추가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LG전자는 그것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이 LG전자와 애플의 차이로 생각됩니다. 시장을 열어 놓고 최종의 과실은 따먹지 못하는 쪽과 아이팟이나 아이폰에서처럼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이 사장을 멕시멈으로 키워서 최대한 수혜를 누리는 쪽의 차이 말입니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국내 블루콤이라는 회사에서 100% OEM 생산을 했습니다. 아래 블루콤 매출액과 순익 규모를 보면 이 제품의 흥망 성쇠를 극명하게 표시해 줍니다.

 

 

이 LG전자 톤플러스의 성공과 한계를 애플이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당시에는 거의 없던 무선 이어폰 제품 (무선 헤드폰 정도, 혹은 아주 고급 브랜드로 한정적인 시장만 존재)이 시장에서 매스 스케일 (Mass scale)로 수용될 수 있다는 것과 통상의 유선 이어폰에 비해서 고가가 되더라도 충분히 시장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LG의 톤플러스가 몸소 보여 준 셈이었습니다.

LG 톤플러스가 소비자를 학습시켰고 애플 상품 기획팀에게는 과감함에 베팅을 걸 수 있는 용기를 준 셈입니다. 

만일 LG 톤플러스 없이 애플 에어팟이 시장에 나왔다면 에어팟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만큼의 성취를 일궈내지는 못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애플이 아이팟 이후 애플의 시그니처와 다름이 없었던 백색의 유선 이어폰(EarPods) 버리고 과감히 에어팟(Airpods)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애플이라는 것을 증명을 했습니다.

 

에어팟(Airpods)은 애플마저도 놀랄 정도의 성장세를 보여 주였습니다.

처음 제품이 나왔을 때의 콩나물 이어폰이라는 조롱을 가볍게 극복하고 애플 제품 가운데 출시 후에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가운데 하나로 등록되었습니다.

 

 

애플이 몇년내에 아이폰의 라이트닝 케이블도 없앨거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폰을 No Hole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에어팟은 아이팟의 기본 엑세서리가 되면서 에어팟 판매량보다 더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에어팟은 아이폰과 비슷한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음

 

에어팟은 어디에서 생산될까요 ?

 

자~, 그러면 오늘의 주제인 연간 1억대 이상 생산하는 이 제품은 과연 어디에서 생산될까요 ?

당연히 애플은 자체 공장이 없으므로 어딘가에서 ODM 생산을 합니다.

Inventec, Luxshare-ICT, GoerTek의 3개의 업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Inventec은 대만의 ODM 업체입니다. 대만은 전통적으로 ODM이 강합니다. PC 시절부터 만들어진 강력한 생산 시스템입니다. 자신의 브랜드는 가지지 않고 PC, 노트북, 태블릿 등을 설계, 생산해서 PC 브랜드에 공급합니다.

이러한 대만 ODM 업체에는 Foxconn, Quanta, Pegatron, Wistron, Compal, Inventec 등 상당히 유명한 업체들이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Inventec은 이들 업체들 가운데서도 성격이 좀 독특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이전에는 HP 의존도가 극도로 높았었고 그래서 그런지 다른 개방적인 ODM 보다는 좀 폐쇄적인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uanta나 Pegatron을 방문하면 1층 로비는 늘 협력사나 거래선들의 방문으로 중화인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는데 Inventec은 항상 조용해서 이래도 사업이 되나 하고 걱정까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야기가 잠시 벗어났었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은 럭스쉐어 (Luxshare-ICT)라는 업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이 업체가 에어팟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들은 정보로는 에어팟의 70% 정도를 이 회사에서 만든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중국 심천 토박이 ODM 업체입니다. ODM 보다는 EMS (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s)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애플에서 에어팟 설계 및 AVL (Approved Vendor List)를 제공하고 럭스쉐어(Luxshare)에서는 양산만 하는... 형태로 이를 EMS 생산이라고 부릅니다.


럭스쉐어 (Luxshare-ICT)

 

 

이 회사는 2004년도에 Grace Wang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그는 이전에 Foxconn 생산 라인의 작업자였다고 합니다.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다 보면 2000년도 초반에 기업을 일으켜서 지금은 글로벌 규모로 성장한 회사들이 성공 스토리가 너무 많습니다.

유명한 알리바바나 텐센트, DJI 외에도 파워 뱅크계의 애플이 되어 있는 Anker라든가, Belkin이라든가,,, Luxshare도 그런 회사입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2012년도에 주변기기 공급자로 애플 Supplier Chain에 들어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다가 2016년 마침내 에어팟의 생산자로 선정되고 나서 비약적인 성장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Chinese Dream을 일구어 냅니다.

Luxshare를 방문한 애플 CEO 팀쿡 (중앙에 보이는 여성이 이 회사 회장인 왕라이춘)

 

2010년부터 2018년  매출이 3,445% (34배) 성장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2018년 매출이 $51억 달러). 

시가 총액이 1,770억 위안으로 이미 대만과 미국의 주요 경쟁자, 예를 들어서 Quanta, Pegatron, Flex 등을 추월했습니다. 

 

2019년 실적은 더 드라마틱합니다. 물론 에어팟의 놀라운 성장세 덕분입니다.

매출이 전년대비 74.38% 성하여 88.3억 달러에 달합니다. 한화로 10조 원이 넘습니다.

 

럭스쉐어 (Luxshare)의 이러한 성장에는 중국 정부로부터의 강력한 지원도 있었지만, 이 회사 분위기가 이미 어느 정도 노쇠한 대만, 일본의 경쟁자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빠른 의사 결정과 효율성에 있다고 합니다.


애플의 임원이 말이 여기에 방점을 찍습니다.
"Luxshare has a "wolflike" culture that values aggressiveness." (Luxshare에는 공격성을 중시하는 "늑대 같은"문화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늑대와 같은 헝그리 정신을 가진 회사라는 이야기입니다.

 

럭스쉐어 (Luxshare), 기억 해 두고 지켜봐야 할 회사입니다.

 

감사합니다. 비와테였습니다.


[Updated on 7/22/2020 : 역시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고 했는데 렉스쉐어의 약진이 대단합니다.

그동안 아이폰을 생산하던 중국 군산의 Wistron 공장을 인수하여 아이폰 생산에 뛰어 든다고 합니다. 중국 업체로는 최초로.... 기업가치가 벌써 66조를 넘었다고 하네요.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1/2020072101570.html

 

중졸 여공이 해냈다, 아이폰 만드는 첫 중국회사 '럭스쉐어'

중국 현지 전자제품위탁생산 업체인 럭스쉐어(立訊精密)가 중국 기업중에서 최초로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게 됐다. 지금까지 대만계열의 기업들이 ..

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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