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올해 한국 시리즈에서 LG 트윈스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29년 만의 우승입니다.

 

요새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로 "사반세기"만의 우승이고, 좀 더 친숙한 표현으로는 "한 세대"만의 쾌거가 되겠네요.^^ 

 

29년 전에 우승을 거둘 때 LG 트윈스 투수였던 김용수가 상대 타자의 볼을 캐치하고 두 손을 치켜들던 장면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연도로 표시하면 이때가 1994년입니다.

저희 집에서는 둘째가 태어난 해입니다. 한 세대라는 표현이 실감 납니다.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1994년에 난 뭘 하고 있었을까?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휴대폰이 없었으므로 개인 기록물이 온라인에 남아 있을 턱이 없으므로 기억에 의존해서 실타래를 풀어봐야 했습니다.

 

1995년에 LG그룹에는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럭키금성이었던 그룹명이 LG로 바뀐 것입니다.

그룹의 CI 작업으로, 당시 제가 다니고 있던 회사 이름도 "금성사"에서 "LG전자"로 갑자기 바꼈습니다.

 

제가 특별히 기억하는 것은 당시 저희 연구소에서 국내 최초의 LCD 프로젝터를 개발 완료하고 출시를 목전에 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회사 로고가 바뀌는 바람에 인쇄해 두었는 부품들을 모두 폐기 처분하고 새롭게 인쇄를 해서 출시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바로 아래 제품입니다. LCD 프로젝터의 아래쪽에 VHS 비디오를 장착한 장군같이 튼튼하게 생긴 놈입니다.

 

전면에 새롭게 바뀐 LG 로고가 장군의 이름표 마냥 박혀있습니다. 

전면의 렌즈 캡은 알루미늄 다이케스팅으로 만들어 워낙 비쌌던 탓에 Goldstar를 그냥 두기로 했었지요.^^

 

생각해보면 이 제품이 LG 로고를 부착하고 출시된 최초의 신상품, 기념비적인 제품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게 많은 추억이 있는 제품이라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을 1995년에 출시를 했다면 LG가 처음으로 우승한 1994년에는 이 제품을 개발하느라 바쁜 해를 보냈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1990년 대에는 금성과 삼성의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였습니다.

국내 최초 출시에 목을 매던 시기였죠.^^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LCD 프로젝터는 당시에 국내에서는 없던 제품이어서 일본의 연구소와 공동 개발했었습니다.

이메일이 없던 시기에 일본 담당자와는 주로 팩스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아마 수백 통의 팩스들이 오고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특이하게 이렇게 팩스를 쓰면서 일본어를 배웠습니다.

 

이렇게 배운 일본어가 영어, 중국어와 함께 제 직장생활에 큰 자산이 되었죠.

 

제품에 들어가는 렌즈, LCD, 램프, 필터 등의 기술은 국내에는 아직 없던 시기라 모두 일본에서 소싱(Sourcing)을 했었습니다.  도쿄, 오사카, 나가노, 히메지 등등,,, 일본 출장도 참 많이 갔었습니다. 

워낙 비싼 부품들이어서 가는 곳마다 귀빈 대접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직장 생활 10년 차 정도였으니 한창 바쁘게 일하면서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37년의 회사원 시절 가운데 3번 정도의 황금기가 있었는데, 첫 번째 황금기가 이 시기이고, 두 번째가 파리 주재원, 세 번째가 대만 타이베이 주재원 시절이 아니었을까 꼽아봅니다.

 

당시 함께했던 선배, 동료, 그리고 이젠 이름은 물론 얼굴도 가물가물한 일본 거래선의 많은 분들...

오늘의 제가 있게 한 고맙고 감사한 분들을 이 시간 추억해 봅니다.

 

Nothing is ever really lost to us as long as we remember. - L.M. Mongomery

 

29년 전, 아니 제 청춘을 추억하게 해 준 LG의 우승이 제 개인에게도 반가운 이유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중에 29년 전의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 분도 있을거란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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