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은퇴 이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면 좋을까요?

 

이 질문은 "은퇴 설계 전문가"로서 활동하려는 저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전문가로서의 관심일 뿐만 아니라, 은퇴를 앞둔 저 자신에게도 피부로 와닿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은퇴를 맞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혹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어느 정도 정해진 궤적을 따라 살아왔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어떻게 공부해서 어떤 학교에 가고, 졸업 후에는 어떤 절차를 거쳐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길이 사회에 의해 미리 정해져 있었죠. 

그 길은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마치 큰 도로처럼 많은 이들이 따라가는 필연적인 경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세대는 가난 속에서 자라났고, 혹독한 민주화 과정도 겪었으며, IMF의 충격적인 경제 위기도 마주했습니다. 동시에, 역동적으로 코리아를 세계에 알리던 자부심도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사회 속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이 세대가 이제 직장과 사업장을 떠나야 할 시점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은퇴 이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그러나 전형적인 해결책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검색을 해보면, 우선 40%에 이르는 노인 빈곤율이라는 문제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빈곤이란 현실이 우리 앞에 엄청난 장벽으로 놓여있는 셈입니다.

 

'그래도 뭔가 희망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좀 더 구체적인 키워드로 검색을 이어가면, 댄스 스포츠 동아리나, 꽃중년 모델, 혹은 젊은 시절의 꿈을 다시 찾았다는 실버 밴드 등의 이야기만 간간이 보일 뿐입니다.

 

그런데, 짧게는 20년, 길게는 30~40년을 살아갈 우리의 노후를 위한 등대 같은 이야기는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 세대가 가진 스펙트럼이 너무 넓기 때문일 것입니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와 은퇴를 앞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모두 합치면 그 인구는 1,700만 명을 넘습니다. 이들은 20~30년의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각기 다른 특성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변해 은퇴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이 방대한 세대를 모두 포괄하는 해법이나, 등대 같은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은 그 어떤 뛰어난 전문가나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AI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은퇴 세대를 세그먼트(Segment)로 나누어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저 자신이 속한 세그먼트를 아래와 같이 정의해 보았습니다.

 

  • 20~30여 년 직장 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었고,
  •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취는 없었지만 작은 성공 스토리는 가지고 있으며,
  • 디지털과 온라인에도 비교적 친숙하고,
  • 특별한 집착을 가질 만큼의 취미는 없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남아 있고,
  • 비교적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 경제적으로는 서민과 중산층의 경계선에 있는 정도의 모습.

 

이 정도의 스펙을 가진 세그먼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분명 은퇴 후에 노동 현장에서 고되게 일하는 모습은 그리 그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잃어버린 꿈을 찾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열정을 쫓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조금 더 품격 있고 우아하게,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가며 사회와 소통하고, 자신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삶을 "우아한 N잡러"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우아한 N잡러"란, 자신이 좋아하는 몇 가지 창조적인 일을 하면서 노후를 재미있고 보람차게 살아가는 은퇴자를 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 "블로거", "강사", 그리고 "시민 기자"의 형태로 이 삶을 구체화해가고 있습니다.

방향은 잡았지만, 아직 모양새는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을 잡았다는 점입니다. 부족한 부분들은 그 길을 걸으며 채워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와 같은 세그먼트의 은퇴자, 혹은 은퇴 예정자라면 저는 이 길 (우아한 N잡러)을 제안합니다. 은퇴 후에도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창조적인 일을 하며, 사회와 소통하고 가치를 나누는 삶.

 

"우아한 N잡러"는 단순한 생계의 수단이 아닌,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빛내는 방식입니다.

품위와 자부심을 지키며,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은퇴 후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닐까요?

 

끝없는 열정과 배움의 여정을 이어가면서, 남은 인생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것. 저는 이것이 우리 세대가 은퇴 후에도 당당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살아가는 하나의 해답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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