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1. 와이파이(WiFi) 비번이 무려 35자

 

도착 다음날 주거 관련된 것은 대부분 정리가 되었습니다.

숙소에 생활하는데 필요한 집기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서 한 달을 머무르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였습니다.

단, 한 가지 와이파이가 아직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집주인에게 와이파이 비번이라고 문자를 받았는데,,3개의 단어 사이에 특수문자들이 들어 있는 무슨 세팅방법을 표시한 글 같더군요. 패스워드라고 통보를 받았기에 이 중에서 첫 번째 단어, 특수 문자 "!"로 끝나는 9자를 와이파이 비번에 넣었는데 Fail이 되었습니다.

 

혹시 잘 못 넣었나 해서 여러 번 시도를 해 봤지만 역시 Fail..... 받은 문자를 번역기에 넣어서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감을 잡을 수 없더군요.

 

와이파이가 없으니 유튜브는 물론이고 블로그 글도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출국할 때 휴대폰 로밍 (9G)을 해 왔지만 이것으로 인터넷 작업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무슨 데이터 감옥에 갇힌 것 같더군요.

 

없어보니 안다고,,,

한국에서는 데이터 무제한제를 사용하고 있어 어디 가나 데이터 걱정은 없었는데,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으니 눈과 귀가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모바일 데이터는 옵션이 아니라 이미 생필품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집주인에게 다시 연락했더니, 전달한 전체 문자가 패스워드라는 것입니다.

무려 35자...

한국에서 어떤 정치인이 20자가 넘는 휴대폰 패스워드로 쓴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는데,,, 패스워드가 35자라니...

 

아무튼, 이것으로 와이파이 문제가 해결되었고 인터넷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2. 프랑스에서도 똑똑한 유튜브...

 

거실에 40인치 크기의 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살펴보니 IPTV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기본으로 유튜브를 볼 수 있게 UI가 구성되어 있더군요.

 

유튜브에는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거실 TV의 리모컨으로 한글을 입력할 수 없는 탓에 고민하다가,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 재생을 하면서 거실 TV로 보기를 선택했습니다. 핸드폰과 거실 TV가 동일 와이파이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몇 개의 한글 콘텐츠를 시청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핸드폰을 통하지 않아도 알아서 한국 콘텐츠들 올려주기 시작했습니다.

파리에서 소매치기 방지법에 관한 영상을 한 개 봤더니,,, 온통 유럽과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들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유튜브는 알고리즘도 대단하고, 기기 호환성도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구글의 유튜브 세상이 된 모양입니다.

프랑스 콘텐츠만 나왔던 유튜브

 

 

3. 파리는 벌써 겨울...

 

오늘 기온은 10~18도입니다.

이 정도면 한국의 가을 온도로 생활하기 딱 좋은 기온입니다.

제 기억에도 10월의 파리는 그런대로 괜찮은 날씨였습니다. 머릿속에 확연히 남아 있는 것은 보졸레 누보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보졸레 누보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출시가 되는데 이때가 되면 많은 식당 앞에 새로운 보졸레 누보가 나왔다는 안내판이 놓여졌습니다. 그때쯤 파리 시내를 걸으며 스산한 만추의 느낌을 느꼈던 것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10월은 그보다 한 달 정도 이른 시기여서 괜찮은 날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춥습니다.

아침마다 비가 내려 습도가 높아진 탓으로 생각됩니다.

 

파리지엥들은 벌써 두꺼운 겨울 외투와 목도리까지 두르고 돌아다닙니다.

우리 부부도 외출할 때는 옷을 몇 개 껴입고 집을 나서는데 아내는 그래도 춥다고 투덜거립니다.

 

그러면 겨울 외투를 하나 살까 하고 제안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랍니다.

이게 여자의 마음입니다.^^

 

 

4. 속보왕 파리지엔

 

파리지엥들은 참 멋쟁입니다. 옷을 잘 입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멋집니다.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그렇습니다.

우리와 비교하면 유행에는 덜 민감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멋쟁이인 이유는 코디를 잘한 것도 있지만 날씬한 것이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미국과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되는데, 파리에 와보면 비만이신 분들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키도 크고 날씬하니 웬만큼 옷을 입어도 멋지게 보이는 것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파리지엥들의 걸음걸이가 빠른 것에 놀라게 됩니다.

우리 부부보다 2배는 빨리 걷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빨리 걷는 것도 이들이 날씬해진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여 년 전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거리풍경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진 것입니다. 시내의 큰 도로에는 모두 자전거길이 마련되어 있어 공유 자전거를 탄 분들이 쌩쌩 지나다닙니다.

 

가까운 거리는 빨리 걷고, 조금 먼 거리는 자전거로 쌩쌩 달리고,,,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 속에서 운동이 되어 이분들이 날씬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식생활과 운동,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화적인 요인이 크겠지만, 좀 전에 우리 부부 옆을 지났는데 이미 저만치 앞서가는 파리지엥을 바라보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5. 파리에서 달리기

지난 7월부터 달리기에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아침에 5km, 밤에 5km를 뛰고 있습니다.

 

파리에 와서도 달리기를 계속하고 싶어 러닝복과 고글도 챙겨 왔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비가 내리는 날이 많고 저녁에는 늦게 귀가하는 탓에 운동할 시간이 마땅찮습니다. 그래도 지난주에 2번은 달렸습니다.

 

한 번은 집 가까이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롱랑가로스 스타디움이 있어 그 주위를 달렸고, 지난 토요일 오후에는 에펠탑까지 뛰어갔다가 왔습니다.

 

원래 에펠탑까지 달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조금 나가면 파리에서 가장 큰 숲인 불로뉴 숲의 남단을 만나게 되는데 러닝을 하기는 최적의 장소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워낙 큰 숲이고 특정 지역에는 마약거래,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우범지역이라는 소문도 들은 적도 있어서 사람들이 많지 않은 평일에 이 숲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스러워 보여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에 운동을 나갔다 살펴보니 많은 분들이 이 숲에서 달리고 있어 방향을 이쪽을 잡았습니다.

 

한참 달려가니 블로뉴 숲의 명소인 호수와 파리순환도로의 출입구 중에 하나인 Porte de Passy가 보였습니다.

이곳은 제가 출퇴근할 때 이용했던 곳입니다.

제가 아는 길인 만큼 자신감을 갖고 직진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길로 가면 에펠탑이 나오니까...^^

 

도시 한 블록을 지나 마침내 에펠탑 앞의 사이오 궁에 도착했습니다. 달린 거리를 확인하니 4.7km.

달리기 딱 좋은 거리였습니다. 

기념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에펠탑을 벗어나 다시 뛰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용기를 내어 블로뉴 숲으로 행선지를 정한 덕분에 좋은 코스를 발견했고 멋진 추억도 쌓았습니다. 가끔 이 코스로 달려볼 생각입니다.

러닝 중인 파리지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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