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은 어제 산책길과 반대쪽으로 나섰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가니 블로뉴 숲 남단이 나타났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블로뉴 숲은 파리의 허파라고 불리는 광대한 숲입니다.
파리의 동쪽에는 뱅센 숲 (La bois de Vincennes)이, 그리고 서쪽에는 블로뉴 숲 (La bois de Boulougne)이 마치 허파처럼 파리를 감싸고 파리 시내로 풍부한 산소를 공급하고 있어 이런 명칭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블로뉴 숲은 워낙 크고 파리 예술가들과 관련된 스토리도 많은 곳이어서 다음에 하루를 잡아 천천히 돌아보기로 하고 인근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어제처럼 바케트 한 개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모습의 거의 파리지엥의 모습입니다.^^)
오늘은 어제 저녁에 탔던 72번 버스를 다시 타고 파리 시청(Hôtel de ville de Paris)으로 이동해서 근처에 있는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 노트르담 성당까지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72번 버스는 쌩클로 공원 (Parc de Saint-Cloud)과 파리 북역 (Gare de Lyon)을 잇는 노선인데, 유명한 미라보 다리부터는 세느강을 끼고 달리고 있어 강 쪽 창가에 자리 잡으면 아름다운 세느강을 감상할 수 있고, 에펠탑을 포함한 세느강변의 주요 관광명소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황금노선입니다..
파리 시청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저렇게 고풍스러운 건물이 시청이라고 하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건물의 전체적인 모습은 좌우 대칭으로 안정감을 이루고 있고 외벽에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심플한 외관의 다른 건축물에 비해 눈에 띄는 특색을 갖고 있습니다.
옛날 주재원 시절에 우리끼리 주고받던 농담이 생각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재원들은 관광객이 아니고 현지에서 생활한다는 정서가 강하고, 업무도 바쁜 편이어서 파리 관광을 차일피일 미루며 생활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귀임을 며칠 앞두고 파리 관광을 주마간산하듯 해치우고 돌아오게 됩니다. (이것을 숙제를 해치운다고 주재원끼리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그래도 아내와 같이 파리 시내를 많이 돌아다닌 편인데, 아쉽게도 퐁피듀 센터는 외관만 보고 내부에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내의 가이드를 받아 퐁피듀 센터의 내부 도서관까지 구경하고 센터 외부에 설치된 유명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아름다운 파리 시내를 조망했습니다.
퐁피듀 센터 관람을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걸어서 시테섬으로 이동했습니다.
물론, 노트르담 성당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시테섬으로 넘어가는 다흐꼴르 다리 (Point d'Arcole)에서부터 관광객들 숫자는 확연히 늘어났습니다. 화재로 아직 출입할 수 없지만 노트르담 성당은 여전히 파리 관광의 1번지임에 틀림없는 듯했습니다.
노트르담 성당은 복구 작업을 위해 임시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고 정면에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임시 관람석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에 앉아 아쉽지만 복구 중인 노트르담을 두 눈에 담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도 이곳에 앉아 역사의 한순간을 한동안 바라 봤습니다.
노트르담 성당을 보고나서 생제르망 (Saint-Germain) 지역을 발길 닿는 데로 둘러봤습니다.
골목골목 예쁜 동네입니다.
오전은 구름이 많이 낀 우중충한 날씨였는데 오후에는 화창하게 개어 따듯한 햇살을 즐긴다고 걸은 것이 좀 무리했는지 아내는 다리가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내일부터는 자제를 해야겠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아침에 봐 두었던 코스로 러닝을 다녀와서 나의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포트 드 쌩끌로(Porte de Saint-Cloud)까지로 갔다 오는 약 4킬로의 거리인데 유명한 파리 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롤랑 가로스 (Roland Garros) 경기장을 끼고 달릴 수 있어 한동안 기억에 남을 듯했습니다.
16구에 숙소를 잡았으면 에펠탑까지 매일 뛰려고 생각했는데, 대신에 더 쾌적한 이 코스를 달리게 되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었습니다. 걷기 앱을 열어보니 오늘 걸음수가 달리기를 포함해서 총 21,807보 였습니다.
이제 내일을 위해 푹 쉴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