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파리의 심장, 아니 유럽 지성의 요람인 소르본 대학교가 위치한 라탱 지구(Latin Quarter)를 탐방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구글 지도를 펼쳐들었습니다.

 

오늘의 여행은 철저한 동선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마레 지구처럼 발길 닿는데로 다니기 좋은 곳과 달리, 라탱 지구는 놓쳐선 안 될 명소들이 많기 때문이죠.

 

첫 번째 행선지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로 유명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 오늘 하루는 이곳에서 시작해 10개의 포인트를 둘러보고, 예술의 다리(Pont des Arts)에서 세느강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계획했습니다.

 

그렇게 구글 지도에 ‘라탱 지구 하루 코스’라는 이름으로 여정을 저장했습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이 서점은 1919년 미국 출신 실비아 비치(Sylvia Beach)가 문을 열었고, 제임스 조이스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작가들이 드나들던 문학의 성지로 유명합니다.

 

책으로 빼곡히 채워진 고풍스러운 서점 안을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영문 서적들로 가득한 공간에는 많은 방문객들이 있었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1층에서 우편엽서를 몇 장 구입하고, 2층으로 올라가 조지 휘트먼(George Whitman)의 서재를 둘러봤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노트르담 성당의 종탑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비록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몰래 한 장을 찍었답니다^^.  노트르담 성당은 흐릿하게 찍혀 조금 아쉬웠지만요.

노트르담 성당이 보이는 휘트먼의 서재

 

 

소르본 대학 광장 (Pla de la Sorbonne)

다음으로 향한 곳은 유럽의 중세 시대부터 종교와 철학, 사상의 중심지였던 소르본 대학 앞 광장입니다.

 

9·11 테러 이후 대학 출입이 일반인들에게 금지된 탓에 아쉽게도 캠퍼스 안에는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광장에 앉아 캠퍼스의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듯 했습니다..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의 동상과 낭만적인 분수는 광장의 랜드마크처럼 자리하고 있었고, 그 앞의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기며 지나간 시간 속 지성인들의 발자취를 상상해 봤습니다.

소르본 대학 광장

 

 

생 에티엔 뒤 몽 성당 (Saint-Étienne-du-Mont)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길(Gil)이 시간여행을 시작했던 바로 그 장소.

성당 앞 계단에 앉아있던 길 (Gil)에게 마차가 다가와 1920년대 파리로 인도했던 그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그 신비로운 장면의 배경이 된 성당입니다.

 

외부도 아름답지만 내부의 웅장함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성녀 제네비에브(Sainte Geneviève)를 주제로 한 벽화들과 스테인드글라스는 화재복구 공사로 노트르담 성당을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었죠.

웅장한 성당 내부 모습

 

 

판테온(Panthéon)

1758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1790년에 완공된 판테온은 성녀 제네비에브를 기리기 위한 성당으로 지어졌지만, 1791년 혁명 정부에 의해 국민의 묘소로 바뀌었습니다.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마리 퀴리 같은 프랑스의 위인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저희 부부가 묵고 있는 지역과 인연이 있는 장 조레(Jean Jaurès)도 여기 잠들어 있어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로마의 판테온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파리의 판테온 역시 그 웅장함이 압도적이었고, 기둥의 건축 양식에 대한 아내의 깊이 있는 설명 덕분에 건축물의 세부적인 아름다움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판테온의 위용

 

 

뤽상부르 공원

판테온을 둘러본 후, 간단한 점심을 사들고 뤽상부르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곳은 파리에서 저희 부부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입니다.

 

파리의 가을 햇살이 비치는 공원에서의 시간은 마치 꿈결 같았습니다. 오늘만큼은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시간을 잊고 세 시간을 넘게 머물렀습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서 보낸 이 기억은 언젠가 우리를 다시 이곳으로 불러올 것 같았습니다.

 

10월인데도 꽃이 만발한 뤽상부르 공원

 

 

생 쉴피스 성당 (Église Saint-Sulpice)

파리에서 노트르담 성당 다음으로 큰 성당입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다빈치 코드에서 성당의 남쪽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인 그노몬(Gnomon)이라는 태양시계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죠. 

 

19세기 최고의 낭만주의 화가인 유진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의 명작,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벽화가 있는 곳입니다. 이 그림 앞에서 아내에게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들었습니다.^^

 

저는 드라크로와의 그림도 좋았지만, 프랑스와 루우안 (François Lemoyne)이 그린 프레스코 천장화, '마리아의 승천 (L'Assomption de la Vierge)'에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의도된 착시 효과로 3차원 공간 속에 있는 천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해서 한참 동안 고개를 들고 그림을 올려다 봤습니다.

마리아의 승천 (L'Assomption de la Vierge)

 

 

카페 플뢰르 (Café de Flore )와 카페 마고 (Les Deux Magots)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카페죠. 두 카페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사르트르, 보브르, 헤밍웨이, 피카소 등이 자주 방문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카페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서둘러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인 예술의 다리 (Pont des Arts)로 향했습니다. 세느강의 석양을 보기 위함이죠. 

그런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ㅠㅠ

Cafe de Flore와 Les Des Magots

 

 

예술의 다리 (Pont des Art)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철제 다리로 알려진 이 다리는 오직 보행자들만을 위한 공간입니다.

1804년 나폴레옹의 명령에 따라 세워진 이 다리는 앙리 4세 다리와 루브르 박물관을 연결하며, 오랫동안 수많은 연인들의 발길을 붙잡아 왔습니다.

 

특히 사랑의 자물쇠를 걸고 세느강에 열쇠를 던지는 로맨틱한 전통으로 유명했지만, 무거운 자물쇠가 다리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금은 금지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몇 개의 자물쇠가 눈에 띕니다.

 

우리가 다리에 도착할 무렵, 비는 멈췄지만 흐릿한 하늘로 아름다운 석양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시테섬을 바라보던 아내가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바로 무지개가 하늘에 걸린 것이었죠.

'로맨틱 다리'에서 마주한 찬란한 무지개. 파리는 이렇게 오늘을 잊지 못할 낭만적인 추억으로 마무리하게 해주었습니다.

 

멋진 이벤트를 마련해준,,,사랑할 수 밖에 없는 파리,,,

Merci, Paris!

시테섬에 뜬 무지개
석양이 지고 있는 세느강

 

뤽상부르 공원, 예술의 다리에서의 로맨틱한 일정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오늘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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