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파리에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그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어디일까요?

제일 먼저 머리에 떠 오르는 곳은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일 것입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파노라마 같은 거대한 모네의 수련 작품을 전용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는 곳이고,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파 화가 작품들이 주요 테마이므로 당연히 여러 점의 모네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미술관에 비해서 훨씬 많은 모네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파리 16구에 위치한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Musee Marmottan Monet)'입니다. 

Musee Marmottan Monet

 

이곳은 원래 미술 작품 수집가였던 폴 마르모탕(Paul Marmottan)이라는 분이 소유했던 저택이었는데, 그가 사망하면서 자신의 컬렉션을 프랑스 아카데미에 기증하며 미술관이 된 곳입니다. 이후에 모네의 아들 미셀 모네(Michel Monet)가 자신의 소장품을 이 미술관에 기증하면서 클로드 모네의 세계 최대 컬렉션이 되었습니다.

모네의 유물들

 

물론 이곳에는 모네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르누아르, 드가, 마네와 같은 인상주의 거장들의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고,  특히 여성 인상주의 화가로 유명한 베르트 모리조 (Berthe Morisot)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은 모네의 '인상, 해돋이 (Impression, Soleil Levant)'를 보기 위해서 일 겁니다.

이 작품은 인상주의(Impressionism)를 탄생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죠.

인상주의가 현대 미술의 기원으로 인정받는 만큼, 이 작품은 현대 미술의 출발점을 상징하는 '인상주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상, 해돋이 (Impression, Soleil Levant)

 

1874년 이 작품이 처음으로 전시되었을 때, 당시 비평가 루이스 르로와(Louis Leroy)는 "캔버스에 첫인상만 남겨 놓은 미완성된 작품'이라고 비꼬았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비평 덕분에 '인상주의 (Impressionism)'라는 용어가 쓰이게 되는 기원이 되었다고 하죠.

 


 

 

이 마르모탕 미술관은 저희 부부에게도 특별한 곳입니다.

저보다는 제 아내에게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20여 년 전, 파리 주재원 시절에 아이들이 아직 어려 초등학생이었습니다.

두 아들 모두 근처의 학교에 다니고 있어, 아내는 매일 아침 걸어서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마르모탕 미술관이 있는 빠시(Passy) 공원을 산책하곤 했다고 합니다.  그때 가끔 마르모탕 미술관을 들르곤 했었죠.

 

40대 초반 아름다운 시절의 기억이 서려있는 '빠시와 마르모탕 미술관',

이번 파리 한달살기 하면서도 아내가 가장 가고 싶어 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이번 여정 가운데 비교적 일찍 이곳을 찾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네의 '인상, 해돋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 내심 큰 기대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아쉽게도 이 작품은 출장 중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걸려있던 자리에 작품은 없고, 작품에 대한 설명과 프린트물만 붙어 있더군요.ㅠㅠ

문의해 보니까, 모네의 일출은 2024년 9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National Gallery of Art"에서 열리는 특별 전시회에 전시하기 위해서 임대 중이라고 합니다.

 

저희들의 이번 여행 중에는 이 작품을 볼 수 없게 되었네요... 아쉽지만 이런 아쉬움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만드니 꼭 나쁜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마르모탕 미술관은 루브르나 오르세에 비해서 관람객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점이 굉장히 큰 매력입니다. 

모네 작품은 지하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오랜 시간 머물면서 사진도 많이 찍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네의 수련 앞에서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는데, 칠순은 훌쩍 넘긴 듯한 노년의 동양인 부부가 카메라를 둘러메고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아마도 대만분들인 것 같더군요.

저희 부부도 십수 년이 지난 후에 저런 모습으로 '인상, 해돋이'를 보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게 했습니다.

 

마르모탕 미술관은 파리의 폐라고 불리는 '블로뉴 숲'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블로뉴 숲은 성수동에 있는 서울 숲과 같은 곳인데, 훨씬 규모가 큰 곳이죠.

저희 숙소가 불로뉴 숲 끝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서 이 숲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백조가 노니는 블로뉴숲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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