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피치(Uffizi)라는 말이 입에 잘 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어원을 찾아봤더니 이탈리아어로 "사무실" 또는 "사무소"를 의미하는 "ufficio"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그러니, 영어의 오피스(Office)와 동일한 어원을 갖는 걸로 생각이 되고, 오피스(Office)를 연상하니 쉽게 우피치(Uffizi)가 기억되고 입에 붙기 시작했습니다.
우피치 미술관의 건물은 말 그래로 피렌체의 공공 행정 사무소로 사용되던 메디치 가문의 주요 사무소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이후 메디치 가문이 예술 작품을 수집하면서 이 공간이 미술관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지금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수많은 걸작들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르네상스 하면 떠오르는 보티첼리,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구바르디 등의 명작들이 즐비하죠.
작품들이 하도 많아서 의욕을 가지고 출발한 관람이 나중에는 지치게 되더군요.
왜냐하면,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이 너무 많다는 것과 그 작품들이 서로 비슷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느끼는 것과 유사한 느낌일 수 있겠죠.
르네상스 미술이라고 하지만, 미술관에서는 중세 암흑기를 건너뛰게 되므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작품을 보다가 르네상스 미술로 바로 넘어오면 두 시대 간의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게 됩니다.
물론, 원근법과 같은 새로운 기법이 도입되지만 그리스 로마시대 회화나 조각에 비해서 큰 변화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그림의 소재가 기독교적인 것으로 바뀌게 되지만 이로 인해 그림의 영역은 오히려 제한적이게 됩니다.
수많은 화가가 그린 '수태고지', 수많은 버전의 '성모자 인물화', 많지만 다양성이 떨어지는 '그리스도의 세례'를 보게 되니까 단조로운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피치를 찾은 기대감이 단조로움으로 인해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할 즈음에 우리 앞에 나타난 그림들이 있습니다.
바로 바로크 미술입니다.
르네상스 미술에서는 미적 균형과 질서, 조화를 추구하죠.
아름답기는 하지만 건조하고 감동의 포인트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정적인 균형에서 벗어나, 좀 더 감동적이고 극적인 요소를 추구한 미술이 바로 '바로크 미술'입니다.
바로크 미술은 비대칭적이고 불규칙한 구도, 동적인 움직임, 그리고 빛과 그림자의 강한 대비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창출하며, 르네상스 미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미술사조입니다.
이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인 화가가 바로 '카라바조(Caravaggio)'입니다.
우피치 미술관의 카라바조 룸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나른한 봄날 오후에 탄산음료 한잔을 들리키는 것 같은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라바조는 살인 혐의로 도망 다닐 정도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고, 그의 성격은 충동적이고 괴팍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삶이 그랬듯이, 그의 작품 역시 당시 기준으로 보면 매우 파격적이었습니다.
강렬한 명암 대비, 극적인 인물의 표정과 제스처, 고전적인 아름다움에서 벗어난 현실적인 인물 표현 등, 카라바조의 미술 스타일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카라바지오니즘(Caravaggism)'이라는 새로운 미술적 흐름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후대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가 카라바조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작년(2023년)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국 내셔널 갤러리'전이었습니다. 전시 제목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였고, 포스터에 카라바조의 '도마뱀에 물린 소년'이 등장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카라바조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 벽화 형태로 남아 있지만, 우피치 미술관에서도 그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메두사(Medusa)', '바카스(Bacchus)', '이삭의 희생(The Sacrifice of Isaac)' 등, 우피치에서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나면, 카라바조가 제시한 새로운 미술적 기준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때면, 단순히 아름다움 그 이상의 깊은 감동을 받게 됩니다. 카라바조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며, 보는 이에게 강력한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꼭 피렌체를 방문해 보세요. 피렌체를 방문한다면 우피치 미술관은 꼭 가봐야 할 필수 명소입니다.
특히, 우피치 미술관에서 카라바조의 명화들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아름다움과 감동, 그리고 혁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