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천재 한 명이 도시의 정체성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파리의 에펠, 바르셀로나의 가우디가 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년 700만 명이 다녀가는 파리의 아이콘 에펠탑, 이 에펠탑의 경제적 가치가 우리나라 1년 예산에 버금가는 물경 650조 원 (2012년 이탈리아 몬차에브리안차 상공회의소 발표자료)이라고 하니, 에펠이라는 천재 한 명이 파리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건축가 가우디도 비슷한 영향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희 부부가 방문한 피렌체는 이런 천재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있는 행운의 도시였습니다.

저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 단테, 마키아벨리 같은 천재들이 수두룩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 이처럼 수많은 천재들 가운데, 에펠이나 가우디처럼 피렌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이번에 피렌체를 가보고 느낀 것은 피렌체 두오모 성당의 돔(Dome)을 완성한 인물, 바로 브루넬르스키 (Filippo Brunellesch)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브루넬르스키는 서양 예술사나 건축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입니다.

피렌체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두오모 성당 광장 한 켠에는 두 개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캄비오와 브루넬르스키입니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캄비오(Arnolfo di Cambio)는 두오모 성당을 설계하고 건축한 인물입니다. 이웃 도시인 피사, 시에나와 경쟁하느라 더욱 더 화려하고 큰 규모의 성당을 설계하다 보니 성당의 돔이 너무 커지게 되었고, 마침내 당대의 기술로는 건설이 불가능한 직경 42미터의 돔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이 성당은 오랫동안 돔(Dome)이 없이, 즉 뚜껑이 없는 상태로 있다가 드디어 천재 브루넬르스키를 만나게 되어 지금의 주황빛의 아름다운 돔이 완성되게 됩니다.

두오모 성당의 돔(Dome)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브루넬르스키는 혁신적인 이중 구조 설계와 이를 완성하기 위한 수많은 건축 기자재들을 개발해 냈고, 16년에 이르는 대 공사를 통해 1434년, 마침내 르네상스 최대의 미스테리라고 불리는 이 돔을 완성했습니다.

 

어마어마 한 규모와 독창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두오모 성당 자체를 건축한 캄비오보다 미완성인체 남아있던 돔을 완성한 브루넬르스키가 피렌체를 대표하는 천재로 인정받는 순간이 된 것입니다. 

 

이 스토리를 보면서 독보적인 천재란 '화룡점정을 찍는 인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캄비오처럼 용의 몸통을 잘 그렸다고 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용의 눈을 찍는 것이라는 것이죠. 

 

이 화룡점정이라는 표현에 대체적으로 수긍하면서 우피치 미술관을 관람하다가 또 한 명의 천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였습니다.

 

아래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세례 받는 그리스도(The Baptism of Christ) '라는 그림입니다.

우피치 미술관의 세례 받는 그리스도

 

 

그런데 세계 최고의 명화로 손꼽히는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를 그린 다빈치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이 그림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바로 화룡점정의 스토리가 있죠.

 

그림에서 다빈치가 그린 부분은 왼쪽에 있는 두 명의 천사입니다. 이 그림의 전체적인 부분은 당시 미술계의 거장이었던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Andrea del Verrocchio)가 그린 것이고 그의 문하생으로 있던 15살의 다빈치가 스승의 요청에 따라 그림에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천사 부분을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이 천사 그림을 본 베로키오는 다빈치의 천재성에 놀라게 되었고 화가로 한계성을 느껴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저 그런 수준의 그림 한 점이, 다빈치의 화룡점정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우피치 미술관의 대표작 중의 하나가  된 것이죠.

 


 

 

화룡점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본  두 명의 천재, 브루넬르스키와 다빈치... 

이 천재와 천재 사이에 또 기막힌 연결고리가 숨어 있습니다.

 

두오모 성당의 돔을 자세히 보면 그 위에 황금빛의 성구와 십자가가 있습니다. 두오모 성당의 가장 높은 곳에서 성당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장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성구와 십자가를 만든 인물이 바로, 다빈치라는 천재 옆에서 조금은 불운해 보였던 베로키오입니다.

천재와 천재 사이에서 진정한 화룡점정을 찍은 인물은 베로키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피렌체를 더 이상 브루넬르스키와 다빈치의 도시가 아니라 천재들의 도시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천재들이 시간을 초월한 네트워크로 만들어 낸, 기막히게 아름다운 도시...

 

바로 이번 여행에서 만난 '피렌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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