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내를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보면 여러 지하철 노선을 환승하게 됩니다.
1호선은 자주 타는 노선은 아닌데, 아마 개선문 갈 때 1호선을 환승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매력적인 한국 남성의 보이스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우리 말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파리 시내에 있는 14개 노선을 모두 타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1호선만 이런 안내방송이 나오는 듯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말을 포함하여 4개 정도의 외국어로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기사를 찾아 보니까 이전에 일본어로 안내 방송하던 것을 우리말로 바꿨다고 하더군요. 이걸두고 국력 신장을 운운하는 논조는 왠지 낮뜨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암튼, 한국인이 자주 소매치기 피해를 당하는 것은 사실인 듯 하고, 저희들도 이번 여행 중에 2번이나 소매치기를 당할뻔한 불미스런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2번 모두 지하철 통로 안이었습니다.
파리 지하철들은 거미줄 처럼 연결되어 있다보니 환승을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고 통로를 한참 걸어야 할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통로가 만나는 곳에서 갑자기 꽤 많은 사람들이 뭉치게 되죠.
파리 도착해서 얼마되지 않은 때였는데, 시내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아내와 저도 약간 피곤한 상태에서 지하철 환승통로에서 갑자기 많은 인파 속으로 내몰리는 순간에, 갑자기 아내의 가방 안으로 손을 넣는 사람이 있었다는 겁니다.
아내도 인지를 못했는데 마침 고맙게 앞 쪽에서 오던 덩치 좋은 중년 남자가 소매치기에게 크게 뭐라고 해서 상황을 모면했습니다.
일을 당하고 나니까 "파리 소매치기"가 현실로 다가서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여행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것처럼 중요한 것을 얇은 패니백(조깅할 때 차려고 가져온 것)에 넣어 제 허리춤에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트러블 체크 카드(일정 현금만 적립해 둠)와 약간의 현금만 아내 가방에 넣어 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피렌체 여행을 다녀 오고 며칠 지난 날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귀가길에 지하철 통로를 지나고 있었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아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깜작 놀라 돌아서는데 왠 젊은 처자(^^)가 제 옆을 획 지나서 저만치 자판기 앞으로 가 태연히 자판기 버턴을 누르며 서는 것이었습니다.
아내 이야기로는, 이 젊은 처자가 순식간에 제 백팩의 지퍼를 열고 손이 들어가는 순간을 목격하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입니다.
지판기 앞에 서 있던 젊은 처자는 저와 눈이 마추쳤는데도 별로 동요하거나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인근에 있는 다른 남자에게 큰소리로 뭐라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짐작하건데, 이 남자가 제 아내의 시야를 교란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 일 제대로 못했다고 책망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제 백팩에는 중요한 것이 들어있지 않아 소매치기가 훔쳐갔다해도 크게 잃어버릴 것은 없었지만, 두번씩이나 이들의 타킷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썩 좋지 않더군요.
편한 기분으로 여행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항상 신경을 써야하니 여행의 큰 장애물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관광지 한 두개를 더 만드는 것보다는 소매치기를 근절하는 제대로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 파리를 찾는 여행객에 대한 옮바른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매치기들이 파리시민들은 노리지 않고 관광객들만 노린다는 안일한 생각은 관광 대국인 프랑스가 취할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소매치기를 당하고 나면 물질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충격도 크므로, 여행하는 저희들도 조심조심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