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 '소방관'을 보고, 그다음 날 '하얼빈'을 관람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 영화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어 재미 삼아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제가 영화배우들을 많이 알고 있지 못하지만, 두 화제작에 같이 출연한 영화배우에 눈길이 끌렸습니다.
바로 영화배우 '유재명'씨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소방관과 하얼빈 모두에서 주인공의 '보스' 역할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소방관에서는 '인기'역으로 소방구조대의 팀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하얼빈에서는 독립 운동가 '최재형'역으로 이토 히로부미 암살 거사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두 영화에서 이렇게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요?
역할을 서로 비교하면서 잘 연기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요.^^
같이 시기에 개봉한 만큼, 관객수에 있어서는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유재명 배우님 표정 관리를 잘하셔야겠네요...ㅎㅎ
영화에서 오브제라고 하면 영화 주제, 분위기, 또는 캐릭터의 심리와 이야기 전개를 상징하거나 암시하는 역할을 하는 소품이나 요소를 뜻합니다.
저는 두 영화를 보면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오브제로 '연기(Smoke)'를 꼽아 보았습니다.
소방관의 경우는 화재 현장에서 화염과 함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긴장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연기'를 사용했습니다.
화재 재난 영화인 만큼 '연기'는 필요불가결한 요소이고 이를 영화에서 잘 활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하얼빈에서도 '연기'가 참 많이 등장합니다.
바로 담배 연기 씬(Scene)입니다.
독립 운동가들은 모두 헤비 스모커 (Heavy Smoker)인 듯,
이들이 모인 곳에는 항상 자욱한 담배 연기가 화면을 압도합니다.
불안, 긴장, 심적 갈등 등을 '담배 연기'라는 오브제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한 것은 이해되지만
조금은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두 영화를 보고 난 후,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바로 '가슴 먹먹함'이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아내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더군요.
이 '가슴 먹먹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은 우리가 '빚진 자'임을 자각하는 순간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영화 하얼빈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통해 얻은 조국의 독립.
영화 소방관에서는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헌신으로 지켜진 우리의 편안한 일상.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은 그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
결국, 우리는 모두 그들에게 '빚진 자'임을 깨닫게 한 영화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빚지고 살아가는 이는 비단 독립운동가와 소방관만이 아니겠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빚진 자'로서 감사와 겸손의 마음을 품고, 이 세상을 올바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들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깊은 메시지가 아니었을까요?
지금처럼, 갈등으로 혼탁해진 세상에 '빚진 자의 겸손'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