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어느덧 파리에서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파리에 도착하고 30일 하고도 5일이 더 지났지만, 내일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네요.

 

며칠 전부터 파리에서 마지막 날은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파리 시내를 실컷 걷는 것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너무 밋밋한 것 같아서 특별한 곳을 한 곳 가보기로 했습니다.

 

파리 중심가를 흐르는 가로지르는 세느강의 물줄기는 남서쪽으로 흐르다가 블로뉴 비양꾸르 지역을 감싸 안은 다음에 다시 북쪽으로 그 방향을 잡습니다. 강줄기를 따라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블로뉴 숲을 끼고 왼쪽으로는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라데팡스 지역을 바라보며 유유히 흐르게 되죠.

 

이 지점에서 강물은 피곤했는지 마치 알사탕 같은 아름다운 섬을 하나 만들게 됩니다.

바로 그랑드 자트섬 (Île de la Grande Jatte)입니다.

 

 

 

그헝드 쟈뜨 섬 · 프랑스

★★★★★ ·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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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이 섬은 아름다운 자연풍광으로 유명했던 모양입니다. 유명한 인상파 화가들이 이곳에서 보이는 풍광을 화폭에 많이 담았습니다. 이 그랑드 자트섬이 유명하게 된 데에는 점묘법 창시자인 조루주 쇠라(Georges Seurat)가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가 그린 "그랑드 자트섬에서의 일요일 오후(Un dimanche après-midi à l'Île de la Grande Jatte)"는 점묘법이라는 회화 장르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오후에 자트섬의 세느강변에서 휴일을 즐기고 있는 파리지앵들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높이 2미터, 폭 3미터의 대작으로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 있다고 합니다.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에서의 일요일 오후

 

이 섬 안에는 4킬로 정도의 산책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산책길을 따라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포인트들을 안내하는 10곳의 포인트들이 마련되어 있죠.

녹색으로 체크 표시한 곳이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에서의 일요일 오후'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쇠라뿐만 아니라 클로드 모네, 알프레드 시슬리, 반 고흐 등의 유명 화가들의 포인트들도 볼 수 있습니다.

 

인상파 화가 투어 코스

 

 

지금도 이 지역은 이런 이런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조용한 전원생활을 선호하는 돈 많은 파리지앵들의 고급 주거지로 유명합니다.

듣기로는 파리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라고 하더군요. 

 

이전에 이 섬 주변을 지나다닌 적은 있지만, 직접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이번 파리 마지막 날에 한번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고즈넉한 세느강과 자테섬의 풍광을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죠.

자태섬 주변의 수상 가옥

 

산책길은 조용했습니다.

관광객들은 거의 없었고, 가끔 조깅을 하거나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주민들만 가끔 보일 뿐이었습니다.

섬 주변은 이미 현대화된 도시로 개발되어서 인상파 화가들이 보았던 그 풍광은 이미 사라지고 없더군요.  좀 아쉬웠지만, 이들이 활동했던 시기와는 150년 정도의 갭(Gap)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변화로 받아드려야겠죠. 

 

모네의 그랑드 자테섬 표지판

 

제가 아내의 동의하에 이 섬을 찾은 다른 이유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 때문이죠.

제가 주재원 시절에 다녔던 회사의 사무실을 바로 이 자테섬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20여 년 전의 저희 회사 사무실은 샤를드골 공항 근처에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 저희 회사와 삼성전자를 아는 분은 이쪽 분야에 근무하시는 분들 정도였습니다. 파리 순환도로에 한두 개 홍보 광고판이 세워지기 시작하며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적어도 2주에 한 번꼴로 유럽 전역을 출장다니면서 열심히 일했던 젊은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 파리 상업 시설로 유명한 라데팡스 지역으로 사무실을 이전하여 파리지앵이라면 누구라도 아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저 넓은 사무실에는 많은 후배들이 마치 저희들이 그랬던 것처럼 격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젊음을 불싸르고 있겠죠. 직접 방문해 격려를 해 줄 수는 없었지만, 멀리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멈추지 않기를 속으로 응원해 주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I" 다운 이벤트이지만 이곳을 파리 마지막 일정으로 넣은 이유였습니다.

 

 

 

자테섬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저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뤽상부르 공원에서 파리의 햇살을 오랫동안 즐기다가, 마레지구를 거닐며 아쉬운 파리 한달살기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Adieu Paris, à bientôt."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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