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어제 봉준호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인 '미키 17'이 개봉되어서 아내와 같이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2022년에 출판된 에드워드 애슈턴(Edward Ashton)의 SF 소설, '미키 7'을 바탕으로 봉준호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한 작품입니다.

미키 17 공식 포스터

 

 

기본적인 소재는 '복제 인간'입니다.

영화에서는 소모품 (Expendable)로 표현이 되죠. 위험한 환경에서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죽더라도 기억이 백업된 새로운 복제체(클론)로 다시 만들어지는 존재입니다.

 

원작에서는 7번, 영화에서는 17번 다시 만들어져서 '미키-7', 혹은 '미키-17'이라고 불립니다.

마치 3D 프린터로 제품을 복제하듯이 복제장치에서 만들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이를 프린팅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신체는 DNA 단계에서 프린팅이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뇌에 기억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최종 완성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 인간에 대해 몇 가지 의문점이 들더군요.

"T"의 시각으로 영화를 본 모양입니다. 아마 "F"라면 복제 인간의 윤리적인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춰졌겠지요...ㅋㅋ

 


 

 

1. 미키는 복제될 때 이전 버전의 신체를 유지할까? 아니면 초기될까?

→ 초기화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키 이전 버전이 40살에 죽었다고 하더라도, 다시 프린팅된 미키는 미키 초기 버전인 20~30대 신체로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소모품을 개발한 개발자 입장에서 늙은 소모품을 원치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겠죠.

 

다만, 두뇌에는 이전 버전의 최종 기억이 이식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이어지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몇십 년씩 언밸런스가 생긴다면, 예를 들어 40대 기억을 가진 20대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겠죠.

 

 

2. 신체 회수가 불가능할 때, 최종 기억은 어떻게 저장될까?

→ 미키는 우주에서 우주파에 노출되어 죽거나, 생체실험을 당하는 등 극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신체 회수가 안된다면 최종 기억을 어떻게 저장할까요?

 

짐작하건대 클라우드 백업 방식으로 본부에 주기적으로 백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통신 환경이 좋지 않아 최종 순간의 기억이 백업되지 못하면 공백이 생길 수도 있겠죠.

 

 

3. 미키 18에게 복제된 기억은?

→ 미키 17이 죽지 않은 상태에서 본부에서는 잘못된 정보만 믿고 미키 18을 복제하게 됩니다.

미키 17이 입고 있던 우주복에서 자동적으로 기억 백업이 이루어졌다면 본부에서도 미키 17의 생존 여부를 알았을 텐데, 아마도 미키가 빙하 속으로 떨어지면서 백업 송신기가 고장 난 것이 아닌가 싶네요.

 

결국 미키 18은 미키 17이 마지막으로 기억을 백업한 시점의 데이터를 갖고 탄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키 18이 미키 17을 처음 보고 굉장히 놀라는 장면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4. 미키 17과 미키 18의 성격 차이는 왜 발생했을까?

→ 영화에서 미키 17과 미키 18은 매우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미키 17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이타심이 강한 반면, 미키 18은 정반대의 성격을 보입니다.

 

같은 데이터를 갖고 만들어진 두 복제품이 이렇게 다른 것은 설명이 쉽지 않습니다.

미키 18은 미키 17과 비교했을 때 최종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뻔한 마지막 순간만 다를 뿐, 동일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만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결국 복제기의 불안정한 성능에서 기인한 문제로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완벽한 기계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ㅎㅎ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Dystopia)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지만, 결말은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전체주의 독재권력을 상징하는 '마샬'은 제거되었고, 외계 생명체인 '크리퍼'와는 화합을 이루었으며, 인간 복제 기술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폐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미키 17과 나샤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죠.

 

봉준호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 선명하고 명확한 결말이 특징적입니다.

이는 SF라는 장르적 특성과 함께,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의 방향성을 고려한 연출로 보입니다.

 

'미키 17'은 단순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기억이 이어지면 동일한 존재인가? 신체는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나인가?

이러한 철학적 주제와 함께,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또한,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메시지가 반영된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미키가 '소모품'으로 취급되는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착취되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했고, 권력자의 무능함과 기득권의 이기심도 영화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마무리가 급하게 진행된 점과 일부 설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미키 17과 미키 18의 성격 차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은 더 보완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인 소재와 신선한 줄거리 전개로 인해 몰입도 있게 즐길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과 철학이 돋보이는 SF 영화로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될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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