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제목 : 5월의 아침

 

밤새 정적으로 말라 있던 거실은

시간을 정해 쏟아지는 라디오의 기상나팔에

놀란 듯 기지개를 켜고

위층에서는 아직 얼굴도 모르는

부지런한 꼬맹이의 뜀박질 소음이

아직 덜 깬 미몽에게 확실한 모닝콜을 건넨다.

 

커튼을 열어젖히면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철이른 뙤약볕에

베란다 한켠의 화단에선

아이비 줄기가 쉽게 자라고

제라늄 꽃 무더기도 빨간 풍선처럼 차오른다.

 

냉장고에서 옮겨 담은 우유는

적당한 온도로 식욕을 데우고

따뜻한 샤워기의 물줄기로

지난 밤의 소란한 꿈자리를 털어 내고 나면

온갖 행복한 흉내를 내어본 나의 아침이

씩씩하게 현관문을 나선다.

 


 

 


어느 5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느긋하게 출근 준비를 하던 날이다.


커튼을 열어젖히는 순간 환한 햇살이 베란다 창가 가득히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일상의 아침이 그 순간 화려할 정도로 특별한 것이 되어 나를 사로잡았다.


이렇듯 때로는 사소한 것이 우리 삶에 큰 기쁨이 되고 에너지가 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출퇴근 코스를 좀 바꾸어 본다거나 아침에 눈여겨 둔 커피집에서 커피를 한잔 빼 들고 출근길을 시작한다거나…. 이런 시시한 일에도 우리의 행복은 반응한다.

 

그런 5월의 아침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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