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은퇴(퇴직)하기 이전에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은퇴하면 아내와 같이 전국 차박캠핑이나 다니면서 마음껏 놀아야지 하는 것이 막연한 계획이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7년간 써 왔던 은퇴준비 일기를 책으로 출판하고

아내와 같이 취미로 시작했던 유튜브가 약간의 인기를 얻으면서 일이 이상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안양시 베이비부머 지원센터에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영상편집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고, 제가 전직 교육을 받았던 맥XXX 에서 은퇴 예정자들에게 선배로서 은퇴준비 경험을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거죠.

 

강의라고 하면 사내에서 OJT 교육 정도의 경험 밖에 없는 제게는 대단한 챌린지였지만, 한번 하면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 100 페이지를 훌쩍 넘는 영상편집 강의교안을 직접 만들고, 은퇴준비 강의 자료도 나이스하게 만들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 까다롭기로 유명한 세계 초일류 기업들 (HP, Dell, Apple...)을 설득하는 자료를 수없이 많이 만들어봐서 자료 만드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잘 함...^^)

 

그렇게 준비한 강의안으로 몇 차례 강의를 완료했는데,,, 문제는 강의가 계속 이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강사 업계의 현실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영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피곤한 일이죠.

 

원래 강의라는 것이 은퇴 플랜에 없던 제게는 이 일까지 해야 하나 하는 현타가 왔고,,, 괜히 "오기" 아니면 "배짱"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안 불러주면,, 그냥 내가 만들어서 하면 되지...

 

이렇게 무료강의를 기획하고, 강의실을 예약하고, 수강자를 모으고,,,, 강의를 진행하는 일련의 일들이 은퇴 후 제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경기일자리재단의 기회강사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전문강사로서 필요한 역량들을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한 강사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고,  또 수료 이후에는 강의 연계 기회까지 제공한다는 메리트가 큰 과정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과정이 처음 만들어진 제1기 과정이라는 점도 제 관심을 자극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간의 경험을 통해 보면 무엇이든 1기 과정은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주관기관에서 많은 관심과 혜택을 주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교육 장소가 의정부ㅠㅠ

전철을 이용해도 집에서 편도로  2시간 거리여서 처음에는 주저했는데, 이상하게 이 모집 정보가 블로그, 뉴스, 지인의 이메일 등으로 지속적으로 제게 노출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그래서 막판에 응모를 했는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하고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퇴직 이후 늦잠에 익숙해 있던 제게는 예상했던 대로 혼잡한 전철로 2시간 이동한다는 것은 꽤나 고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응모했다는 것은 사회적 약속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 달 과정을 열심히 다녔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수업은 "발성과 스피치 과정"이었는데

전문 강사님의 "저만의 고유한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졌다"는 피드백이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왜냐하면 허스키한 제 보이스가 강사로서 적합할까 하는 걱정이 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4말 5초에 시작하는 금퇴준비"라는 제목으로 강연 중

 


 

전체 과정을 마치고 이번 주 월요일 수강자 15명의 시강(시험강연) 콘테스트가 있었습니다.

배운 내용들을 잘 반영해서 모두들 새내기 강사로 멋진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저도 무대에 올라 청중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아쉽게 우수강사 3명에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이런 기회는 젊은 분들께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제 경기도 일자리재단 홈페이지에 강사로 리스팅 되고, 또 소정의 교육을 추가로 이수한 이후에 OOOO재단의 생애경력설계 강사로 활동할 기회도 제공된다고 합니다.

 

무료강의를 하는 프리랜서 강사에서 좀 더 안정적인 제도권 강사로 도약하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무료강의를 버리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료강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모두 준비해야하는 것인 만큼 재미도 있고 애착도 가고, 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틈틈히 시간을 내어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과정을 기획하고 준비하신 경기도 일자리재단 담당자, 많은 노하우와 정보를 전해주신 11명의 강사분, 그리고 두 달간의 과정을 함께한 14명의 새로운 친구들,,,, 모두들에게 깊은 감사들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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