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과 페럴림픽의 올림픽 성수기가 모두 끝나고 칙칙한 파리의 겨울이 찾아오기 전의 날짜를 택하다 보니 우리의 여행은 10월로 결정되었습니다.
결혼 35주년을 기념하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결정한 35일 간의 파리 여행,,, 오늘이 그 출발일입니다.
따져보니 우리 부부에게는 약 6년만의 해외여행입니다.
스페인 포르투갈 패키지 여행을 같이 다녀온 게 2018년 9월,,,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나의 퇴직 등 많은 일들이 지나갔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인천 공항은 좀 더 커져 있었고 약간은 낯설어서 우리 여행에 약간의 긴장감을 주입해 주었습니다. 여행은 늘 이렇게 불편함과 생소함, 긴장감을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이것들을 즐길 줄 알아야 비로소 여행의 재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아침 10시 50분에 이륙한 비행기는 거의 14시간을 비행해서 현지 시간으로 오후 5시 40분경에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전 주재원 시절에는 11시간 정도 걸렸었는데 무려 3시간 정도 비행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러시아 상공을 지나던 항로가 고비사막과 코카서스 3국을 지나는 항로로 변경되어 비행시간이 많이 길어진 것입니다.
좁은 이코노미석에서의 14시간 비행은 이제 60을 넘긴 우리 부부에겐 꽤나 힘든 일이었지만, 공항으로 직접 마중을 나오신 목사님 내외분의 환한 모습을 보니 감사와 함께 피로감이 사라졌습니다. 20여 년 전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우리 부부가 섬겼던 교회의 목사님이십니다.
공항에서 파리 시내로 들어오는 석양 무렵의 파리는 20년 전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올림픽 때문에 새로 세운 건물이 몇 개 보일 뿐,,, 교통 표지판 마저 대부분 이전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그 시절 파리 출장자들이 흔히 하는 첫 인사는 "이전과 똑같네요.." 였는데,,, 오늘은 우리 부부가 이 멘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목사님 댁에 초대받아 저녁 식사와 서로 간의 안부를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갖고, 예약해 둔 숙소로 옮겨 첫째 날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전쟁은 우리의 여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파리와 그 시절의 인연들의 변함없는 모습은 우리 부부를 안도하게 한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