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더운 날씨의 연속입니다.
이제 모두들 참을 수 있는 인내의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종일 비가 내려서 한결 선선해진 듯합니다.
아내가 "비도 오는데,,, 정동길 산책이나 갈까?"하고 먼저 말을 꺼냅니다.
안 나갈 이유가 없겠죠.... 이미 점심시간이 다된 시각이라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서울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시청역에 내려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서울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었습니다.
마침 아내가 좋아하는 천경자 화백의 탄생 100주년 기념 :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천경자 화백과 동시대를 살았던 23명의 여성작가 작품들 86점이 전시된 기획전시였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천경자 화백의 "꽃과 병사와 포성"이었습니다.
월남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72년, 당시 문화공보부에서는 미술계 현역 작가 10명을 베트남에 보내 약 20일간 체류하면서 한국군의 활약상 등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했다고 합니다. 천경자 화백도 이 종군 화가 모임에 참가했고 베트남에서 스케치해 온 것을 바탕으로 완성한 작품이 "꽃과 병사와 포성"과 "목적"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두 작품의 대가로 200만 원을 받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게 천작가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때부터 다달이 이자 치르기에 급급하던 경제 사정이 풀리면서 그림에 몰두하게 되었다"라도 회고했다고 합니다.
"꽃과 병사와 포성"은 그동안 국방부에 걸려있다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연인들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지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죠.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지금 서울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이 있던 장소에 가정법원이 있어서 이혼을 앞둔 부부가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가정법원에 갔기 때문에 생긴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고궁의 고풍스러운 돌담과 은행나무 가로수의 조화가 운치 있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자연스럽게 입에서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흘러나오죠.
이 노래의 아름다운 노랫말처럼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실상 정동 제일교회는 현대가의 단골 결혼식이 열리는 규모가 있는 교회죠 ^^)이 있는 낭만적인 이 거리는 사실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아픔을 품고 있는 곳이죠.
고종이 아관파천을 했던 러시아 공사관, 고종의 길, 을사늑약의 현장인 덕수궁 중명전, 유관순열사의 모교였던 이화여고 등이 정동길을 따라 작은 지역에 밀집해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로 이어지는 이곳은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아담하고 예쁜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많이 있고 조그만 소품 가게와 갤러리도 곳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저희 부부가 들러본 곳은 1930년대 지어진 신아기념관, 신아일보사와 싱거 미싱회사 건물로 사용되었던 고풍스러운 건물인데 1층에 카페도 있고 2층에는 아담한 소품 가게도 있어서 둘러보기 좋더군요.
이렇게 오후 한나절 간간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리 부부의 오후 산책은 정겨웠습니다.
산책 뒤에 찾아오는 공복감,,, 이미 저녁때가 되었습니다.
저희들이 선택한 저녁 메뉴는 "무교동 낙지볶음"이었습니다. 무교동 낙지볶음을 대표하는 식당은 '무교동 유정 낙지 본점"입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 성공회 건물 맞은편에 있어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 데이트의 마지막 행선지로 적합한 동선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고 은행잎도 짙은 노랑잎을 입기 시작하겠죠.
이 가을 은퇴 부부의 데이트 코스로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 추천드려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