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이번 주 파리 날씨는 비, 흐림, 비, 비, 맑음, 흐림으로 예보되었습니다.

우리가 피렌체에 가 있을 다음 주는 날씨가 대체로 맑을 것으로 예보되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주는 비가 자주 내린다고 하네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파리는 아름답습니다.

 

오전에 이곳에 사시는 지인분들이 파리 외곽 (Viry-Châtillon)에 있는 뷔페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해서 A6 고속도로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여섯 분이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커피까지 마시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다 돌아왔습니다.

고마운 분들입니다.

 

오후에 파리에 돌아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쓰고 마레지구 (Le Marais)를 돌아다녔다. 파리지엥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져온 옷도 부족하고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기 때문에 백팩에 우산을 항상 넣고 다닙니다.

 

마레지구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핫플 중에 한 곳입니다. 아기자기한 샵들이 많아 쇼핑도 할 수 있어 SNS용 사진도 예쁘게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레지구는 역사 문화적으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중세 이전까지는 습지였습니다. 불어로 마레(Marais)는 '습지'를 뜻합니다. 12세기부터 개발이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으로 개발이 된 것은 16세기 르네상스 시기부터 입니다.

 

앙리 4세의 통치시기였던 1605년, 마레지구 중심부에 보쥬광장 (Place des Vosges)이 건설되면서 귀족들이 거주하는 고급 저택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파리의 상류층들이 거주하는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1789년 파리 혁명 이후에 귀족들이 떠나면서 마레의 저택들은 점차 상업용 건물로 변하거나, 일반 시민들의 주거지로 전환되고 이로 인해 마레지구는 경제적으로 쇠퇴하게 되었고, 이후 노동자들과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변모했습니다.

 

이후 유대인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많은 동유럽 유대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마레지구는 파리의 유대인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고, 이때부터 유대인 식당. 빵집, 서점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오늘날 상업지구 마레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1962년 역사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건축물과 도시 풍경을 보존하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이후 마레는 예술가, 디자이너, 보헤미안들이 모여드는 파리의 가장 트렌디한 지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마레지구를 걸으면 우리 성수동과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예쁜 샵들과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서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굳이 가게 안에 들어가지 않고 골목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비가 내리니 불편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낭만적인 것 같습니다.

비누 향수 가게

 

스타워즈 테마를 잡은 양말가게

 

무성한 아이비가 외벽을 둘러싼 레스토랑

 

 

파리 시내를 걷다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샵이 자주 보입니다.

Iris Galerie라는 곳입니.

고객의 홍채(Iris)를 사진으로 찍어 그 이미지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주는 독특한 갤러리입니다.

 

홍채를 촬영한 다음에 고화질 인쇄기술로 개개인만의 맞춤형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주는데,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고 아크릴, 알루미늄, 사진용 중이에 인쇄해 줍니다. 가격은 작품의 크기와 인쇄 소재에 따라 달라지는데 49유로에서 4,000유로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이전 직장 다닐 때 생체 암호 수단으로 홍채 인식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홍채의 모양과 색깔, 모세혈관의 형태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우리는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 분들 홍채를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예술적으로 발전시켜 사업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기발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마레지구는 퐁피듀 센터에서 보쥬 광장 사이의 거리입니다.

이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샵이나 갤러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건축물도 많이 있습니다.

 

파리 역사박물관인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 유대인 예술 역사박물관 (Musée d'Art et d'Histoire du Judaïsme) , 보쥬광장, 빅토르 위고의 집, 그리고 살레 저택(Hôtel Salé)에 자리 잡고 있는 피카소 미술관들이 있어서 중간중간 이런 곳들을 들려보면 트렌디한 아이쇼핑과 함께 역사 관광, 예술 관광을 조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카르나발레 박물관과 빅토르 위고의 집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마레지구 관광의 종착지는 보쥬광장 (Place des Vosges)....

광장을 중심으로 29채의 고급 아파트들이 "ㄷ"자 형태로 들어서 있는 곳으로 파리 최초의 광장입니다.

과거 대문호 빅토르 위고, 정치인 리슐리에 등이 거주했고 근래에는 IMF 총재와 같은 유명인들이 살았던 곳입니다.

 

"ㄷ"형 아파트를 따라 파사주(Passage), 즉 회랑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보쥬광장에 도착할 때쯤, 마침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회랑을 따라 걸으며 비를 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 회랑을 따라 고급 조각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어 주옥같은 작품들을 모두 눈에 담느라 눈이 부실 지경이었습니다. 

 

 

보쥬광장 주변 아파트 회랑을 따라 늘어선 갤러리의 작품들

 


 

 

날씨 좋은 날 다시 오고 싶은 마레지구입니다.

오늘은 월요일이어서 박물관들이 모두 문을 닫아 아쉬웠는데, 박물관들도 둘러보고 이 멋진 마레의 거리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습니다.

 

회랑을 걸어 마지막에 다다르니 다리도 아프고 비를 맞은 탓에 싸늘한 느낌도 있어 카페에 들러 따뜻한 핫초코 (Le chocolat chaud)를 주문했습니다. 근데 가격이 장난이 아닙니다. 핫초코 한 잔에 6.5유로, 우리 돈으로 자그만치 만원입니다ㅠㅠ..

 

비싼 핫초코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비 내리는 보쥬광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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