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전에 섬기던 교회의 목사님 내외분과 같이 파리 교외로 피크닉을 다녀왔습니다.
목회 일정으로 바쁘신데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컸지만, 20년 만의 만남에 여러 이야기도 나눌 겸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따라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모레쉬르루앙(Moret-sur-Loing),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80킬로 정도 떨어진 곳으로 중세의 도시 모습이 잘 보존된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만종과 이삭 줍기로 유명한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생가가 있는 바르비종(Barbizon)에 들렸습니다.
바르비종은 이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곳입니다.
당시의 계절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짙은 초록의 밀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오늘은 유채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지라는 것은 참 재미있네요.
때로는 보리밭이 되고 때로는 유채밭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땅에 어떤 작물이 자라든 밀레의 들판이라는 이름은 편함 없겠지요.
밀레 생가가 있는 골목길에는 아담한 규모의 갤러리, 카페들이 밀레의 그림처럼 소박하게 늘어서 있더군요.
오늘이 월요일이라 대부분의 갤러리와 카페들이 문을 닫아 예쁜 거리가 텅 빈 느낌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한적함이 밀레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좋았습니다.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고 저희들 목적지인 모레쉬르루앙(Moret-sur-Loing)으로 향했습니다.
프랑스의 시골길은 참 재미있습니다.
원형 교차로로 이어진 길은 신호등에 의해 간섭받는 일없이 늘 일정한 속도로 주행이 가능합니다. 정속으로 달리는 차창에 펼쳐진 시골 풍경은 얼마 전에 보고 온 이탈라이 북부의 풍경과는 또 다른 맛이었습니다.
이탈리아는 거칠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강하다면 이쪽은 좀 더 아기자기하고 정돈된 느낌...
뭐 제 생각이고 보는 분마다 그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요.^^
30분 정도 달렸을까,,, 햇빛에 비친 찬란한 물비늘이 넘실대는 강과 초록의 강변,,, 그리고 그 위로 쏟아 오른 주황색 지붕의 고풍스러운 도시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라 몇몇 현지인들이 풀밭으로 나와 식사를 하며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희들도 풀밭에 있는 의자에 자리 잡고 준비해 온 음식과 음료를 꺼내 이 아름다운 그림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지도를 찾아보니까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강은 렁(Loing)강으로 파리로 흘러 들어가는 세느강의 지류이더군요.
이 동네를 조금 지나서 바로 세느강과 합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물이 많은 동네인 것 같습니다. 동네 근처에는 작은 운하도 보이고 렁강의 물결은 제법 세찹니다.
여름철에는 많은 분들이 이 강에서 플라이 낚시도 하고 강변 풀밭에서 이들이 좋아하는 썬텐을 즐긴다고 합니다.
모레(Moret-sur-Loing)의 아름다운 풍광은 많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밀레, 모네, 시슬리 등이 이 도시의 풍광을 화폭에 담아내었다고 하네요. 그중에서 알프레드 시슬리(Alfred Sisley)는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400여 점의 그림을 그렸고 이를 통해 최고의 인상파 풍경화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파리 미술관을 돌면서 이들의 그림을 찾아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중세의 냄새가 감도는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시청(Mairie) 광장에 있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전의 추억담, 그리고 목사님이 집중하고 계신 아프리카와 중동권의 난민 사역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습니다.
20여 년 전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시며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목사님 내외분의 깊은 사랑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혹시 파리에 오시면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모레(Moret-sur-Loing) 강변으로 피크닉 추천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