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DM이 하나 와 있었습니다.
DM을 타고 들어가 보니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OO신문의 OOO기자라고 합니다. 포스팅 잘 봤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최근 은퇴하신 중장년층 사이에 '해외 한달살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주제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찾아보던 와중에 선생님의 글을 보게 되어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파리 한달살기를 시작하셨는지, 한달살기를 하시면서 어떤 점을 느끼셨는지, 등을 여쭤보고 싶은데 혹시 연락이 가능하실까요? 혹시 짧은 통화가 가능하시면 댓글이나 문자를 주시면 제가 바로 회신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와 같은 내용과 함께 명함이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큰 부담이 안 되는 내용이라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제 전화번호를 남겼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습니다.
10분 정도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파리 한달살기를 간 이유부터 기간,, 비용,,, 등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어떤 점이 가장 좋았냐"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한달살기의 의미"를 물어보는 질문이었습니다.
올해는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3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결혼기념일인 10월 3일을 포함해서 10월 1일부터 11월 5일까지 35일 동안 파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35일 파리 한달살기를 다른 말로 풀어보면, 우리 부부가 하루 24간, 35일 동안 꼭 붙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혼 35년 만에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었죠.
직장을 다닐 때는 일과시간은 당연히 떨어져 있었을 것이고, 휴일이라고 하더라도 하루 몇 시간은 각기 자신의 일을 하느라 떨어져 지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파리 한달살기 기간에는 정말로 아침 눈뜰 때부터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저녁 잠자리 들어서 다시 기상할 때까지 24시간을 계속 같이 붙어 지낼 수밖에 없었죠.
당연해 보이는 일이지만 굉장한 도전입니다.
계산을 해 보니 840시간입니다.
840시간 동안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다투는 일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가 어디를 여행하고 어떤 일을 했는가 보다 더 대단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로 양보하고 마음을 헤아려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란 생각입니다.
완전히 다른 두 남녀가 만나서 결혼이라는 배를 타고 35년을 같이 항해를 했습니다.
그동안 수없는 풍랑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빈손으로 만나 부모님 모시고, 두 아이들 키우며 견뎌왔던 시간들입니다.
그 어렵고 힘든 순간순간들을 함께 해 오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키워온 것입니다.
그 성숙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제 함께 있으면 서로 평안하고 행복한, 말 그대로 결혼 35년차 부부가 된 것입니다.
기자님이 질문을 했습니다.
"한달살기, 어떤 일이 가장 좋았나요?"
저의 대답이었습니다.
"우리 부부, 하루 24시간, 삼십 오일을 함께 붙어 지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