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기 며칠 전에 파리에서 오랫동안 가이드로 활동하셨던 지인분이 아쉽다고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셔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약속 장소는 5구 판테옹 근처에 있는 "Cafe de la Nouvelle Mairie"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카페는 유명한 미국 드라마 "에밀리 인 파리 (Emily in Paris)"에서 주인공 에밀리와 파리에서 사귄 새 친구 민디가 아침마다 같이 커피를 마시던 곳이라고 하네요.
흥미로운 점은 이 카페를 중심으로, 서로 마주 보는 거리에 에밀리가 머물던 아파트 (1 Pl. de L'Estrapade), 남자친구였던 가브리엘이 주방장으로 있던 레스토랑 (Terra Nera), 빵집(Boulangerie Modrine)등의 드라마 촬영지가 모두 모여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촬영 스텝과 장비, 배우들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촬영 시간이나 경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겠죠. 게다가 약간 한적한 곳이라 촬영에 방해받는 요소도 적었을 것 같고,,,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이곳은 드라마 촬영지로서는 최적지였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지금은 파리를 방문할 때 인증샷을 남기는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아래 사진에서 처럼 많은 분들이 여기저기서 기념샷을 찍고 있더군요.
2000년도 초에 방영되었던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하니, 전문가들의 눈에는 파리다운 풍광을 담을 수 있는 멋진 곳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제게는 파리 전역이 다 그런 모습인 것 같은데....^^
이 에스트라파스 광장 (Pl. de L'Estrapade)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헤밍웨이가 살았던 아파트(74 rue du Cardinal-Lemoine )를 찾을 수 있습니다. 1921년 9월, 해들리 리처드슨과 결혼한 헤밍웨이는 22세의 나이에 '토론토 스타 (Toronto Star)'의 해외 특파원으로 파리에 도착해 처음 머문 곳이 바로 이 아파트입니다.
그가 거주했던 이 지역은 그의 묘사에 따르면 '파리에서 더 이상 찾기 어려울 만큼 가난한 동네'였고, 부부가 2년 동안 살았던 아파트는 '온수도 안 나오고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이 간단한 변기통만 있는 2칸짜리 아파트'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진 것처럼 헤밍웨이는 파리를 깊이 사랑했고, 파리 생활을 통해 많은 지식인들과의 예술적 교류를 통해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위대한 작가로 성장하는 기반을 다졌습니다.
헤밍웨이 아파트에서 5분 정도가 걸으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로 알려진 '무프타르 거리 (Rue Mouffetard)'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 거리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로 불리는 이유는 이 길의 역사가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무프타르(Mouffetard)라는 이름은 옛 프랑스어 'muffetard'에서 유래했으며, '고기와 음식의 창고'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옛날부터 이곳은 시장과 식품 거래의 중심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프타르 거리는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간직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식당, 카페, 그리고 맛집으로 유명한 크레페 가게들이 즐비한 곳으로, 매우 매력적인 느낌을 주는 거리였습니다.
아마 헤밍웨이 부부도 이 거리를 걸으면서 저희 부부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요^^.
지인의 안내로 이 거리의 맛집으로 유명한 한 크레페 가게에 들어갔는데, 너무 비좁아서 안쪽에 있던 분이 나오려면 좌석에서 일어나서 공간을 마련해줘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그 불편함을 낭만으로 여기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거리는 근처 소르본 대학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탓에 전체적으로 음식값이 매우 저렴하고 활기가 넘친다는 점도 이 거리의 매력 포인트 중의 하나였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무프타르 거리 여행, 여러분들께도 추천드려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