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가끔 정년퇴직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고용 노동부의 실업급여 수급 자격 요건을 보면 "정년퇴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고용보험 가입 후 기본 조건을 충족하면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적절해 보입니다.

실업 급여 수급 조건의 대전제는 "비자발적 퇴사"입니다.  정년퇴직도 직장을 더 다니고 싶은데 정년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제한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퇴사를 하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많은 경우 정년퇴직은 직장인들의 로망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정년퇴직이 최선의 선택 인가하는 질문을 가끔 해 보게 됩니다.

 

만일, 은퇴 준비가 잘 갖춰진 조기퇴직과 정년퇴직, 이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을 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직장 생활을 30여 년 정도 했고 정년을 약 3년 정도 남겨두고 있는 "A"라는 직장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행히 은퇴 준비를 착실히 해와서 만 61세 이후에는 연금과 수익형 부동산 등으로 부부가 살아가는데 충분한 수준의 현금 흐름을 미리 확보해 두었다고 전제하겠습니다.

 

이때 "A"가 다니는 직장에서 소위 명예퇴직 프로그램이 실시되었다면 이에 지원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정년퇴직까지 버티는 것이 좋을까요?

 

정년퇴직은 퇴직 후인 61세에 바로 은퇴자금 수령에 들어가므로 재무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직장인이라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좀 늦게 제2인생을 시작해야 하므로 퇴직 후 적응력 좀 떨어진다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반면에서 3년 조기 퇴직의 경우는 퇴직 후 61세까지 3년간의 은퇴 크레바스, 즉 소득 공백기에 노출되는 심각한 재무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명퇴 위로금을 받을 수 있고, 이 금액이 정년퇴직과 비교해서 절대금액이 적더라도 3년 일찍 받은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3~4%의 수익률로 투자해서 자본 소득을 만들 수 있으면 그 차이는 미미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금전적인 측면에서 정년퇴직과 명퇴 위로금을 전제로 한 조기퇴직은 별 차이가 없게 됩니다.

이제 정년퇴직의 우위점은 소속감과 정체성의 유지 정도일 것입니다.  만일 조기 퇴직을 하게 되면 이 부분을 채워줄 사회활동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조기퇴직은 장점이 없을까요?

가장 큰 장점은 3년이라는 시간입니다.  직장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3년이라는 시간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 시간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젊은 3년입니다.

 

3년이라는 시간은 우리나라 평균 기대 수명인 83.5년 (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3.4%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간입니다.

그런데 건강 수명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 기대 수명은 약 66세 정도입니다. 66세까지 무병 상태로 건강을 유지하다가 그 이후에 각종 질병 등으로 신체 활동력이 급속히 감소합니다.  자료를 보면 평균적으로 75세를 기점으로 건강 상태가 많이 악화되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75세 이후의 의료비 지출액이 전 생애 의료비 지출액의 50%를 차지)

 

개념상 조기 퇴직 3년의 중요성을 짚어 보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그래프를 그려서 남의 도움에 의지 않고 노후 삶을 활력 있게 즐길 수 있는 기간을 면적으로 산출해 보았습니다.  (75세 이후에 신체 활동력이 50% 정도 감소되어 적극적인 노후 활동이 어려워지고 66세 이후 75세까지 신체 활동력이 선형적으로 감소한다고 가정함.)

 

근거 없는 개인 생각 ^^.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조기 퇴직으로 얻어지는 3년은 향후 그가 건강하게 노후 삶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의 22.2%나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 3년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체력이 좋은, 가장 젊은 3년이라는 가중치까지 적용한다면 그 비중은 훨씬 올라갈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정년퇴직에 비해서 조기퇴직의 장점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물론 본인이 회사 생활을 통해 자아를 추구하는 회사형 인간이고, 정년이 가까웠음에도 여전히 직장 내에서 이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년퇴직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과 거리가 멉니다.

정보혁명, 디지털 혁명으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는 직장에서 더 이상 절대적인 가치가 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 40대가 최고 의사 결정권자(CEO)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년퇴직과 조기퇴직,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글의 도입부에 정년퇴직이 연령에 강제된 비자발적 퇴직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일 노후의 삶에 방점을 두는 자발적 퇴직을 원한다면 정년퇴직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미리 은퇴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조기퇴직의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 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말년에 하는 가장 큰 후회 중 하나는 
더 일찍 은퇴하지 않고, 너무 많이 너무 열심히 일한 것이다.
-브로니 웨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중에서"

 

정리를 하면, 정년퇴직에 큰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준비된 자발적 조기퇴직이 인생의 행복 추구라는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준비된 자발적 조기퇴직을 오늘 이야기의 결론으로 매듭짓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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