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서울 문래동은 저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입니다.

제가 현역에서 담당자로 한창 열심히 일할 때 이곳에 저희 회사 디자인 연구소제품 시험 연구소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개발할 때 처음으로 만나는 부서가 디자인 연구소였고, 또 개발이 완료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제품 시험 연구소의 최종 승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무적으로 자주 들렀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30년 훌쩍 전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문래동 주변에는 저희들의 전문 용어(^^)로 마치코바 (町工場)라 불리던 작은 철공소나 절삭 공장들이 많이 모여있던 곳이었습니다. 당연히 금형 부품들을 가공하는 업체들도 꽤 많이 있었고요...

 

제가 입사를 해서 처음으로 맡았던 일이 IBM 모니터를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IBM은 지금의  APPLE에 비견되는 글로벌 넘버원 회사였습니다. 이 IBM에 처음으로 모니터를 공급하는 정말로 중요한 프로젝트였는데,,,,,IBM 엔지니어를 데리고 문래동 공장을 돌며 제품 승인 프로세스를 밟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사원이 이런 중요한 일을 맡았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IBM에 제품을 공급하게 되었고,,, 이것을 발판으로 글로벌 유수 기업들과 거래가 확대되면서 우리 전자산업이 오늘날과 같은 세계 일류로 성장했을거란 재미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이 문래동이 그 사이 많이 변했습니다.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떠났고 그 자리에 갤러리, 카페, 음식점, 주점들이 들어서면서 힙한 핫플레이스로 변신을 해가고 있습니다.


 

집에서 그렇게 먼 곳도 아닌데 차일피일 미루다 마침내 문래동을 찾았습니다.  이전에 디자인연구소가 있던 곳은 아파트 촌으로 바뀌어 아쉽지만 스킵하고, 문래동 창작촌 위주로 저희 부부의 특기인 뚜벅이 투어를 했습니다.

물론 이 동네와 관련된 저의 과거사를 아내에게 자랑스럽게 썰 풀면서....^^

아직도 꽤 많은 철공소들이 남아있었지만 이전과 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분위기는 아니더군요..

 

 

중간중간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 음식점, 갤러리, 주점들이 보입니다.

 

 

아직 봄은 일렀지만, 갤러리에서는 핑크빛 봄꽃이 활짝 피었더군요.

무료 관람이 가능하므로 몇 군데 들러보면서 눈요기하면 좋습니다.

 


 

아직도 철물을 가공하는 투박한 소리가 들리는 거리를 한참 걷다가 커피가 한잔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가 찾은 곳이 "카페 1953 오드리 헵번"입니다. 

이곳 역시 자그마한 공장의 골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카페로 리모델링한 곳입니다.

 

 

내부에 오드리 헵번을 테마로 한 다양한 장식물들이 눈길을 끕니다.

오드리 헵번의 광팬이었던 주인장이 제작한 피규어들과 직접 수집한 오드리 헵번의 진품 구두, 의류 등이 다수 전시되어 있습니다.  커피맛도 꽤 괜찮았습니다....

 

문래동 방문하시면 뮤지엄 카페인 "카페 1953 오드리 헵번"  꼭 방문해 보시기를 강추드립니다.

 

오드리 될뻔한(^^) 아내와 함께 한 반나절 데이트,,,,문래동으로의 추억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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