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세계 주요국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인구 과밀화의 대표적인 나라로 인식되는 일본의 34.5%과 비교해도 서울/경기권에 살고 있는 인구 비중은 50.5%로 심각할 정도로 높습니다.
이런 수도권 인구 집중화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인 저출산 문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2023년 우리나라 합산출산율은 0.78로 나타났습니다.
15~49세 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를 합산출산율로 표시하는데, 일반적으로 2.1 이상이 되어야 그 나라의 인구가 유지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에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우리나라의 0.78 출산율을 설명하면서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인구가 초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합산출산율은 어느 정도 될까요?
놀랍게도 0.78보다 더 낮은 0.59로 나타났습니다. 가임여성의 2명 중에 1명은 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극도로 높은 서울의 인구밀집도와 극도로 낮은 출생률,,,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인구과밀로 경쟁이 치열해지며 사회적으로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와 권력의 편중화
-결혼을 하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커플
-결혼에 관심이 없거나 소극적인 세대
-1인세대
-이성에 대한 무관심
-남성화하는 여성
-남성상을 잃어가는 남성 (초식남)
이런 현상은 최근에 자주 언급되는 사회 현상들이고 분명 낮은 출생률과 관련이 있는 용어들입니다.
얼마 전에 "칼훈 박사의 마우스 유토피아 실험"에 관한 글을 읽다가 위의 현상들이 밀집도가 높은 쥐들의 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습니다.
칼훈(John B. Calhoun)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서 생쥐의 행동을 주로 연구한 저명한 동물 행동학자입니다. 이 분은 1968~1972년에 걸쳐서 마우스 유토피아 실험(Mouse Utopia Experiment)이라는 매우 유명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칼훈박사는 이 실험에서 설치류가 생존하는데 이상적인 주거 공간을 만들어 놓고 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음식, 물, 둥지 재료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했습니다. 이 공간의 크기는 쥐들이 3,840마리까지 번식하는데 문제없는 정도의 규모였다고 합니다.
실내온도는 20~30도로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신선한 공기를 환기시켜 주고, 4~8주마다 전체 지역을 청소하여 남은 음식, 배설물, 기타 폐기물들을 제거했습니다.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어떤 포식자들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제공된 공간은 안전하고, 따뜻하고, 깨끗했으며 항상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낙원과 같은 곳이었으며, 그 이름을 유니버스 25 (Universe 25)로 명명했습니다.
칼훈 박사는 유니버스 25에 4쌍의 쥐를 풀어놓고 4년에 걸쳐 이들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실험결과가 아래 도표로 정리되었습니다. X축이 시간이고 Y축이 쥐들의 개체수입니다.
유니버스 25에서 쥐들의 개체수와 행동변화는 위의 도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크게 4개의 단계로 구분되었다고 합니다.
1) Phase A : 0 ~ 104일
4쌍의 생쥐가 밀폐된 공간에 배치되고 첫 104일 동안은 상당한 사회적 혼란이 감지되었지만, 이들은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환경에 적응해 갔습니다.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개체수의 변화도 거의 없었습니다.
2) Phase B :104 ~ 315일
이 기간 동안 사회적 발전이 관찰되었습니다. 개체수는 평균 55일마다 두 배로 증가하여 620마리까지 도달했습니다. 풍부한 자원으로 인해 높은 번식률이 가능해지며 유니버스 25는 점차 과밀한 환경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체군 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자원과 영토를 놓고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3) Phase C : 315일 ~ 560일
이 단계에서 개체수 증가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이전에는 2배로 증가하는데 55일이 걸렸지만 이 단계에서는 145일이 걸렸습니다. 쥐들 사이의 비정형적인 행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많은 쥐들이 제한된 수의 사회적인 지위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경쟁에서 진 쪽은 덜 매력적인 공간으로 쫓겨났고 그 집단 내부에서 서로 간에 폭력이 격화되었습니다.
경쟁에서 이겨 지배자가 된 수컷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우면서 긴장관계가 더 심화되어 갔습니다.
지배 계급의 수컷 역할에 어려움을 겪으며 보안이 불안해지자 암컷도 공격적이 되어 수컷의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이 공격성은 새끼들에게 전해져, C단계 중간쯤에는 거의 모든 새끼가 어미로부터 조기에 거부당하고 거부당한 쥐들은 사회적인 상호작용이나 관계 구축 경험 없이 독립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모성이나 사랑본능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수의 암컷이 평생 동안 임신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수컷(Beautiful Mice)이라는 새롭고 특이한 그룹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암컷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먹고, 마시고, 자고, 몸단장 (모피를 손질하는)하는 일에만 관심을 보였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유형의 행동도 피했습니다.
C단계가 끝나면 전형적인 조직화된 쥐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4) Phase D : 560~1588일
560일째 개체수가 2,200마리로 피크치에 도달했고 이후 개체수 증가는 급격히 둔화되었습니다.
600일 이전에 태어난 소수의 쥐만 살아남았고, 그 이후에는 임신이 거의 없었고 새끼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쥐들은 숫자를 재구축하는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절반은 생식능력이 없는 암컷과 매력적이지만 이성에 관심이 없는 수컷으로 구성되었고 생식능력이 있는 절반도 번식하지 않았습니다.
920일째가 마지막 임신이었고, 마지막 쥐는 실험을 시작한 지 4년 10개월 후인 1973년 5월 23일에 죽었습니다.
유니버스 25의 사회는 소멸했습니다.
Halsey Marsden박사는 유사한 실험을 다시 진행하여 Phase-D 단계에서 쥐들을 과밀하지 않은 환경에 배치했습니다.
과연 다시 개체수가 증가하며 번창하기 시작했을까요?
더 나은 생활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쥐들은 조직화된 사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번식 능력을 상실했고 정상적인 삶을 창조해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앞서 제가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현상들은 나열했었습니다.
-부와 권력의 편중화
-결혼을 하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커플
-결혼에 관심이 없거나 소극적인 세대
-1인세대
-이성에 대한 무관심
-남성화하는 여성
-남성상을 잃어가는 남성 (초식남)
개체수가 과밀 단계에 들어간 Phase-C 단계의 쥐들 사회에서 이와 유사한 현상들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들입니다.
특히, 쥐들 사회에서 나타난 아름다운 수컷 (Beautiful Mice)는 우리 사회의 초식남과 깜짝 놀랄 정도로 유사합니다.
혹시 우리 사회가 유니버스 25의 Phase-C에 상응하는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합산 출산율이 0.75, 혹은 0.59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만에 하나라도 이런 가정이 맞다면 그 결론은 매우 우울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났던 유니버스 25는 소멸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대한민국 국가소멸?, 매우 끔찍한 가정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Phase-D 단계에서 Halsey Marsden박사는 쥐들을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동시켜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번식력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우리 사회 경쟁률이 완화되어, "사교육비와 주거비가 줄어들면 젊은 세대들은 다시 아이를 낳기 시작할 거야"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데 이 기대도 쥐 실험에서는 절망적인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로 인간 사회를 저울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논리적 모순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 집중화 현상은 국가소멸의 빅이슈와 함께 우리가 중요하고 심각하게 다뤄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고, 마우스 유토피아 실험으로부터 어떤 해결의 단초라도 찾아보겠다는 열린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