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거의 1년 만에 아내와 같이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캠핑을 간 이유는 아래와 같은 속사정 때문이었습니다.^^
캠핑은 도시인에게 유목민의 삶을 잠시 체험하게 하는 이벤트죠.
즉, 인스턴트 유목민이 잠시 되어 보는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캠핑에 관심이 없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부지런을 떨며 캠핑을 떠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안락한 집을 놔두고 야외에서 불편하게 지내는 것도 그렇고,,
몇 시간 맑은 공기 마시고 불멍 정도를 하느라
장거리 운전을 해서 캠핑장을 찾는 것이나
2~3시간 걸려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나,
또 철수하느라 생고생을 하는 것을 보면...
게다가 비라도 오게 되면 이건 생고생을 넘어 개고생이 되니...^^
이 같은 불편을 모두 감수하면서도 캠핑에 빠져드는 것은
몽고의 드넓은 초원에서 게르를 옮겨 다니던 조상들의 DNA가
우리 몸속에 숨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인스턴트 유목생활 가운데 한 가지 특징은
잃었던 수컷의 원초적 역할을 간만에 해본다는 것도 있지요.
사실 현대 도시인의 가정 생활 가운데서
남자들의 근육을 필요로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캠핑을 떠나게 되면,
차 한가득 싣고 가는 장비를 옮겨야 하고
텐트나 타프를 치기 위해서 수십번 수백 번 망치질을 해야 하고.
분해되어 있는 캠핑장비들을 힘을 써서 조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내 앞에서 상남자의 근육질을 자랑한 기회가 생기게 되는 거죠...ㅎㅎ
그런데,
ㅠㅠㅠㅠㅠㅠㅠ
이번에 거의 일 년 만에 캠핑을 다녀오면서
제가 속으로 놀랐던 일이
제 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새 캠핑 장비들은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분해 조립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것들을 조립하려면 억지 끼워 맞춤을 해야 하는데
이때 상당한 손아귀 힘이 필요합니다.
네, 악력이 필요한데,,, 이게 이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아내 앞에서 창피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ㅠㅠ
남자의 경우에 40살을 넘어서면서 매년 근육량이 약 1%씩 감소해서
60~70대가 되면 젊은 시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를 근감소증(Sarcopenia)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이 같은 현상이 제게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까 이런 근감소증은 이전에는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으로 생각을 했는데
최근 들어 많은 나라에서 근감소증에 질병코드를 부여해서 관리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표준질병분류(KCD)에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즉,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선제적으로 조기에 진단,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 노년기의 성인병 중의 하나로
취급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근감소증을 방치하면 척추를 비롯해서 다리 등의 안정성이 많이 떨어져서
작은 충격에도 낙상, 골절로 이어져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만성질환, 심뇌혈관 질환, 암등의 질병을 이겨 내거나 치료 후 회복력도
많이 약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은퇴 후의 삶의 질을 급속히 떨어뜨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60대에 들어선 우리 은퇴족들이라면,,,
당장 오늘부터 근력운동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지금도 틈틈이 푸쉬업, 스쿼드, 카프레이즈 등을 하고 있지만
악력기 구입해서 악력 운동도 시작해 볼 작정입니다.
이번 캠핑을 통해서 근력운동, 특히 악력운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으니 나름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