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소설이 있죠.
미국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 (Cormac McCarthy)의 대표작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죠.
사이코패스 살인자 역을 맡은 스페인 배우 하이에르 바르뎀(Javier Bardem)의 바리톤 음성과 표정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공포를 자아내는 , 제가 생각하기에 당대 최고의 연기였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 스릴러 영화의 제목이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이었는지는 이 잘 만든 영화를 보고도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 유명한 영화제목에서 패러디를 한 듯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라는 소설이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는 '정성문'이라는 분이십니다.
이 소설은 304 페이지 분량이지만 46판 사이즈여서 짧은 분량의 소설입니다.
소설로써 완성도가 그리 높다고 하긴 어렵지만, 저희 50대와 60대에 걸쳐있는 우리 세대가 한번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지금부터 30년 정도 미래의 어느 공화국'이라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이겠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인구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인 세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생산성은 떨어지고,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한 여러 가지 복지정책으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자 세대갈등은 치열해집니다.
이를 이용하는 정치인은 있기 마련이죠.
노인에게 주어지는 각종 복지 제도를 폐지하고, 연금도 없애자는 공약을 들고 21세기에 출생한 '이동현'이라는 후보가 마침내 대통령으로 당선이 됩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공약대로 노인에게 주어지던 '무임승차 혜택', '의료보험 혜택', '연금 삭감'등의 정책들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게 되고 노인들의 삶은 급속히 피폐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노인들은 거리로 몰려나가게 되고 시위는 점점 격렬해집니다. 사회적 혼란이 심해지자 대통령은 계엄을 실시하고 군대를 동원해서 노인들의 시위를 진압하려고 합니다.
이때,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고 그 정권하에서 장관까지 지냈던, 아마 80살 정도 된 '김한섭'이라는 분이 노인 시위대의 리더가 되어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게 됩니다. 그래서 이 공화국은 '젊은 세대의 나라'와 '늙은 세대의 나라', 2개의 나라가 공존하게 됩니다.
'늙은 세대의 나라'에서는 다시 노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연금 등의 정책을 회복하게 되고 노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가게 되죠.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늙은 세대의 나라는 '김한섭'의 현명한 통치로 계속 성장하지만 젊은 세대의 나라는 결국 소멸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사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나게 됩니다.
소설적 허구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아예 발생하지 않을 허구만도 아닌 듯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특정당이 65세 이상에게 주어지던 '도시철도 무임승차 폐지' 법안을 발의해서 주목을 받거나, 또 최근에는 모든 사람이 가짜 뉴스라고 믿었을 만한 '계엄 선포'가 실제로 일어난 것들을 생각해 보면, 만일 노인들에 대한 사회 복지 혜택으로 젊은 세대의 삶이 망가질 정도가 되면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이 등장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듯해 보입니다.
이런 갈등이 조장되기 전에, 우리나라 경제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키우고,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국민연금 개혁과 같은 부분도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이런 모든 문제들을 손을 놓고 있는 듯한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걱정이 커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이와 같은 경고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