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찾아오면 가끔 생각나는 날이 있습니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입니다. 바로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출시되는 날입니다.
7, 8, 9월의 바캉스 시즌이 끝나고 12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시즌이 오기 전에 뭔가 스산한 가을 분위기로 온 파리 (Paris) 시내가 물들어 있을 때, 이날이 오면 동네의 작은 가게나 슈퍼 마켓, 혹은 카페 등에 아래와 같은 팻말이 걸리면서 보졸레 누보의 출시를 알립니다.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습니다.)
벌써 15년이 훌쩍 지난 추억 속의 이야기입니다.
IT회사 주재원으로 파리에 근무하던 시기에 그 아름다운 기억들 가운데 한 장면입니다.
파리 생활은 와인과 뗄 수 없습니다.
술을 마신다고 하기보다는 모임과 식사에 음식이 있고 그곳에는 자연스럽게 와인이 함께 했습니다.
5년의 파리 생활 동안 참으로 많은 종류의 와인들을 접했지만 11월, 12일 한정된 시간에만 즐길 수 있었던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는 또 다른 느낌의 와인이었습니다.
보르도(Bordeaux)나 부르고뉴(Bourgogne), 혹은 알자스(Alsace) 와인들은 사실 지역 와인으로 기억에 남기보다는 개별 샤토의 이름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그 많은 종류의 샤토 (Chateau) 이름과 빈티지(Vintage)들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고 몇몇 유명세를 탄 소수의 와인들만 수학 공식 외우 듯 기억 속에 남아있게 됩니다.
그러나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는 이상하리만치 기억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기가 막힌 마케팅 덕분이라고도 생각이 되네요.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를 기억하듯이, 11월 셋째 주는 보졸레 누보가 떠오르기 때문이죠..
보졸레 누보는 그해 9월에 생산한 포도 (품종 : 가메 Gamay )를 이용해서 6주 정도 발효를 시켜서 생산합니다. 전통적인 와인 제조 방법과는 다른 탄산 침용 (Carbonic Maceration) 발효법으로 생산합니다.
아래는 탄산 침용 발효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입니다.
그림에 표시된 것처럼 커다란 통속에 포도를 송이 통째로 차곡차곡 넣습니다.
통 안에 들어 간 포도는 스스로 무게로 찢이겨지고 터지게 됩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 (CO2)를 가득 채웁니다. 이산화탄소가 공기보다 무거우므로 공기는 빠져나가고 이산화탄소만 통 안에 가득 차게 되어 무산소 환경이 됩니다.
이 환경 내에서 포도가 가지고 있는 효소가 협기성 발효를 시작합니다.
이 효소 발효는 알코올 도수가 2~3% 되면 효소가 죽어 발효가 중단되고, 이 상태에서는 포도 껍질의 탄닌 성분 등이 많이 추출되지 않으면서 아로마와 풍미 성분이 생성됩니다. 보졸레 누보가 색이 밝고 타닌이 낮아 떫은맛이 없는 대신에 부드럽고 산뜻한 과실 향이 나는 이유입니다.
효소 발효가 끝난 시점, 즉, 그림에서 1차 발효 (First Phase of Fermentation)가 끝난 단계의 알코올 농도는 2~3도 수준입니다.
그 후에 압착 과정 (Pressing Process)를 거쳐 Free Run 쥬스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쥬스)와 Press 쥬스 (압착으로 뽑아내는 쥬스) 뽑아 이들을 섞은 즙을 가지고 2차 발효(Second Phase of Fernentation)_ 효모(Yeast) 발효를 시키면 12~16도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짧은 시기에 과일향이 강한 신선한 와인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보졸레 누보는 이와 같이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숙성기간이 짧아서 장기 보관이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과일향이 사라지고 음용성이 떨어져 늦어도 다음에 5월 이전에는 모두 마셔야 합니다.
올해 기후 조건을 좋아서 2020년 보졸레 누보의 빈티지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품질이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이죠.
그런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판매에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보졸레 누보는 매년 2,500만 병 정도가 생산되어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는 그 소비가 25%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보졸레 누보의 소비는 축제 등을 통해서 대량 판매가 되는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축제나 행사가 거의 취소된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GS25 리테일이 수입해서 판매를 하고 있더군요.
좀 고가라서 직접 마시는 호사는 아직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7유로 정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5,000원으로 다소 비싼 것이 아쉽네요...ㅠ
Winerist.com에 실린 보졸레 누보에 대해서 알아야 할 10가지라는 글을 인용해 봅니다.
1) Beaujolais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여진 Beaujeu 마을에는 Les Sarmentelles라는 5일간의 축제가 있어 처음으로 새로운 빈티지를 축하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2) 보졸레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모든 포도는 손으로 수확해야 합니다. 보졸레와 샴페인은 손으로 수확해야 하는 유일한 와인 지역 중 일부입니다.
3) Beaujolais Nouveau는 수확 날짜에 관계없이 항상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출시됩니다.
4) Beaujolais Nouveau는 누가 먼저 새로 수확한 와인을 파리에 도착시키는가 하는 경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5) Gamay noir는 Beaujolais에게 허용되는 유일한 포도입니다. 캘리포니아의 일부 와이너리가 그들의 와인을 “Gamay Beaujolais”라고 표시하더라도 그것은 Beaujolais 지역에서 재배되는 것과 같은 포도 품종이 아닙니다.
6)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 쉽게 마실 수 있는 비결은 탄산 침연 와인 제조 과정 때문입니다.
7) 보졸레 누보는 어릴 때 취한 것으로 출시 후 다음 해 5월까지 마셔야 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지하실에서 긴 시간 저장할 수 없기 있기 때문에 지금 즐기기를 추천합니다.
8) Beaujolais 지역 전체 작물의 약 1/3이 Beaujolais Nouveau로 판매됩니다.
9) 보졸레 지역은 훌륭한 음식으로 유명합니다. 보졸레와 매우 가까운 리옹(Lyon) 시는 프랑스 요리의 수도로 간주됩니다.
보졸레 누보가 생산되는 보졸레 지방은 프랑스 와인의 대표적 산지인 부르고뉴의 남쪽에 있습니다.
언제가 가을에 가족과 함께 부르고뉴 지방을 여행하다가 찍은 포도밭 사진이 제 구글 포토(Google Photo)에 저장되어 있어 올려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