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에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Time flies.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연금, 건강보험, 퇴직연금, 실업급여 등의 퇴직 후에 꼭 처리해야 할 행정적인 일들을 대부분 마무리했고, 아내와 같이 거제 여행을 일주일 다녀온 것이 제법 굵직한 일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소소한 일도 많았다.
서울 50+ (50 플러스)를 통해 오프라인 교육 한 차례, 온라인 교육을 4 차례를 받았고 유튜브 영상도 몇 개 만들어서 올렸다. 꾸준히 블로그 글도 썼으니 나름 부지런히 지내온 것 같다.
이달 초에 아내와 같이 박수근 전시회 다녀온 것도 특별한 이벤트라면 이벤트라고 할 수 있겠다.
퇴직 후 한 달이 지나면서 하루하루가 이런 특별한 일들에서 일상적인 흐름으로 점차 수렴하는 듯하다.
요새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는 오전에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37년 된 출근 습관 때문인지 집에서 늦잠을 자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해 몇 주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집에서 걸어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시립 도서관인데 인테리어가 마치 카페처럼 되어 있고 도서관을 찾는 사람도 별로 없어 오전 한나절 보내기 딱 좋은 공간이다.
9시에 집을 나서 도서관에 도착한 후 4층 휴게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에, 오후 1시까지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근처 국숫집에서 4,000원짜리 멸치 국수 한 그릇 먹고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도서관 위치가 전통 시장 근처라서 싸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아 선택 폭이 넓기는 하지만 아직은 멸치국수가 물리지 않아 매일 이 집을 찾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잠시 쉬다가 오후 시간은 주로 넷플리스 영화를 감상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운다.
커피 한 잔과 팝콘 대신에 강냉이를 한 광주리 들고 쇼생크 탈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같은 포즈를 잡고...
저녁 식사 후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저녁 산보,,,
이렇게 하면 삼시세끼 걷는 셈인데 하루 얼마나 걸었을지 앱을 꺼내 확인해 보면 매일 얼추 비슷하다. 약 2만 보 내외...
그리고 2~3시간 블로그를 쓰거나 유튜브 편집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있다.
이것이 은퇴 한 달 차의 하루 일과이다.
커피 마시기, 책 읽기, 영화보기, 걸으면서 음악 듣기,,,, 글 쓰거나 영상 편집하기...
하루가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셈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들만 하면, 삶은 마냥 행복할까?
엔돌핀과 도파민이 분수처럼 쏟아져서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한 행복감을 매일 느끼며 사는 걸까?
은퇴 전에는 그럴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간혹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왜 일까?
그러다가 이에 대한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 본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설레는 것들만으로 채워진 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듯이 행복이라고 하는 것도 좋은 일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좋아한다고 믿는 일들을 하면서 이를 담담하게 즐기면 되는 것이다. 굳이 이를 행복이라는 단어로 제단 하거나 평가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내년에는 수채화도 배워보고 싶고, 코딩도 정식으로 더 배워보고 싶다.
■ 그동안 읽은 책들
■ 그동안 본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