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시월을 맞아 아내와 서울 서촌 데이트를 다녀왔습니다.

시간은 한나절, 비용은 10만원 정도로 소박한 행복을 누린 시간이었습니다.

 

전체 코스
서울 종각에서 점심먹고 서촌 뚜벅뚜벅 여행까지

 

목적지는 서촌 일대 뚜벅이 데이트였는데 출발은 종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들 녀석이 종각 엄용백 돼지국밥을 강추해서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메인 코스인 서촌은 경복궁을 기준으로 서쪽 지역으로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 지역입니다.  양반들이 살던 북촌 (북악산 아래,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지역)에 비해 서촌은 주로 역관과 같은 전문직인 중인들이 모여 살던 지역이라고 합니다. 300여채 한옥이 모여있다는데 북촌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고 좀 서민적인 느낌이 강한 동네입니다.

 

지금은 맛집과 카페, 갤러리 등과 같은 문화 시설이 즐비해서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 중에 한 곳입니다.  아래 그림이 오늘 데이트 여정입니다. 동선이 좀 꼬이기도 했습니다만 워낙 좁은 지역이고 아기자기하게 볼 것이 많은 동네라서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종각 엄용백 돼지 국밥
1호선 종각역 3번 출구에서 약 300미터

 

부산 수영의 맛집으로 유명한 엄용백 돼지국밥의 서울 종각점입니다.

진한 육수와 얇게 썬 제주산 오겹 돼지고기가 풍성히 나옵니다.  극상 부산 돼지국밥과 극상 밀양 돼지국밥을 시켰는데 고기만 먹어도 배가 부르더군요... 밀양 돼지국밥은 국물에 짧게 채를 썬 부추가 듬뿍 들어 있고 국물에 약간의 한약재 맛이 나서 호불호가 있을 듯하더군요... 몇 십분 웨이팅은 기본이지만 기다린 값을 하는 맛집입니다.

 

극상 돼지국밥 13,000원

밀양 돼지국밥 (왼쪽)과 부산 돼지국밥(오른쪽)


 

서촌 세종마을 음식 문화거리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 바로 앞

 

세종대왕께서 서촌에서 태어나셔서 이 일대를 세종마을이라 불립니다.

서촌이 중인들이 사는 동네라고 하는데 세종께서 왜 이곳에서 태어났을까?

 

이 물음에 역사에 해박한 아내가 정리를 해줍니다. 태종이 왕자의 난을 거쳐서 보좌에 오른 것이 1400년이고, 세종대왕 즉 충녕대군이 태어난 것은 1397년 이시니까 왕궁이 아닌 사가에서 태어난 것이 당연하고 ,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가 입궐 전에 살았던  동네가 서촌에 있었다는 이야기이죠.

 

북촌은 양반, 서촌은 중인 거주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태종이나 세종의 조선 초기이기보다는 임진왜란 이후였다는 이야기이므로 궁금증이 대충 해소됩니다.

 

암튼 경복궁역 바로 앞에 있는 세종마을 음식 문화거리에는 맛집들을 찾는 국내외 여행객들로 늘 붐비는 동네라서 눈요기하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라 카페 갤러리 
세종마을 음식거리에서 도보로 8분 거리

 

커다란 테이블에 차분히 앉아서 커피 한 잔하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한 카페입니다. (참고로 저희 부부 취미 중에 하나가 이처럼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전평을 주고 받는 것입니다.^^)

 

카페 밖의 한단에서는 소담스럽게 벼가 익어가고 있고 가을을 알리는 국화도 피어있답니다.

카페 2층에는 노동시인으로 유명한 박노해 시인의 사진 갤러리가 있습니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지 않고도 바로 2층으로 가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박노수 미술관
라 카페 갤러리에서 도보로 12분

 

생전에 자신이 살던 집이 사후에 미술관으로 꾸며져서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받는다면,,, 화가로서의 큰 축복이겠지요. 

이런 축복을 누리시는 분이  1세대 한국화 화가로 불리는 박노수 서울대 교수(영화배우 이병헌의 와이프인 이민정의 외할아버지로도 알려져 있음)이십니다. 

 

1930년대에 지어진 단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주택이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1층에는 박노수 화백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유명한 사진작가인 조선희씨가 촬영한 이 집들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실내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음), 정결한 고택의 구석구석 돌아보는 재미도 솔솔한 미술관 탐방이었습니다.  이 집의 정원 역할을 하는 곳이 집 뒤에 있는 자그마한 언덕입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더군요.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입니다.


 

놋그릇 가지런히
통인시장에서 도보로 2분 거리

 

박노수 미술관을 지나 통인시장까지 거리에는 다양한 음식점과 액세서리 가게들이 있어서 뚜벅뚜벅 거리 여행을 하기 참 좋은 구역입니다. 이렇게 좀 걸었더니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파서 팥빙수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전통 놋그릇에 팥빙수와 홍시단팥이 담겨 나오는데 모양이 예뻐서 먹기가 아깝더군요.

2층에는 거창 놋그릇 전시장인 '놋이'가 있는데 아쉽게도 이번 방문 때는 문이 잠겨져 있어 구경은 못했습니다.

 

팥빙수 8,000원 / 홍시단팥 7,000원


 

리안 갤러리
놋그릇 가지런히에서 걸어서 4분 거리

 

전위 예술, 행위 예술, 실험적 예술 등과 같이 비전통적인 예술들을 아방가르드 (Avant-Garde)라고 합니다. 국내 아방가르드의 거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이건용화백의 리본(Reborn)이 열리고 있습니다.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담긴 독특현 표현들이 좋았습니다.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레스토랑 클로셰
세종마을 음식 문화거리 끝...

 

저녁 식사를 할 곳을 찾아서 세종마을 음식 문화거리를 기웃거리다가 결국 문화거리를 지나 대로변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갔습니다. 젊은이들 틈 속에서 파스타와 리조또, 그리고 맥주 한 잔으로 오늘 저희 부부의 한나절 데이트를 마감했습니다. 이 레스토랑 음식은 꽤 괜찮았음....

 

가지 토마토 파스타 14,000원 / 버섯 크림 리조또 15,000원 / 맥주 5,000원


 

오늘 이렇게 뚜벅이 여행,,, 총 14,483 걸음을 걸었네요

건강에도 좋은 아내와의 뚜벅이 데이트, 좀 더 자주 나와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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