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8월 말부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에 집 근처에 있는 대림대학교로 한식 요리를 배우러 다니고 있습니다.

요리를 배우는 재미도 있지만 늘그막에 대학교 교정을 걸어보는 것도 나름 색다른 기분이랍니다.

 

하지만 대림대학교는 언덕에 지어진 학교라서 교정을 걷는 맛은 기대보다 못해 약간은 실망스럽습니다.

요리 수업이 있는 강의실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실외 에스컬레이트 (Outdoor Escalator)를 2개나 갈아타야 한답니다.^^

요리 강좌가 처음 시작될 때에는 방학 중이라 등굣길이 한산했는데, 최근 개학을 하고 나서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많은 학생 무리와 같이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뭔가 이상하고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학생들의 옷차림,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옷의 색상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결같이 검정색과 흰색의 심플한 옷을 마치 교복 입듯이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색상으로 치면 저희들이 중, 고등학교 다닐 때 입던 교복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 일본 출장을 가면 큰 전철역 앞에서 검은색 정장 일색의 일본 직장인들의 행진을 보며 시각적, 문화적 쇼크를 받곤 했는데 그런 느낌이 오늘 우리 대학교 앞에서 제가 느끼게 되었다니 적잖은 충격입니다.

지금 대학생들이면 거의 2000년도 이후에 태어난 친구들입니다. 소위 Z세대 (Generation Z)로 불리는 또래들이죠.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세대입니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이전 세대들보다 훨씬 개방되어 있고 자기 개성을 표출하기 좋아하고 이를 타인들과 공유하는 성향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는 이들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진 세대라는 점이죠.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고 존중한다는 Z세대들이 왜 이렇게 흑백의 무채색 패션을 하고 있을까요?

 

물론 검정색은 상당히 세련된 색상입니다. 단정하고 시크하면서도 무심한 느낌을 주는 멋진 색상이긴 합니다. 흰색과는 명쾌한 조화를 이루는 색이죠.  하지만 보수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명백합니다.

유행에 민감한 세대라서, 혹시 올해의 색상 (Color of the Year 2023)이 검정색인가 싶어서 한번 검색해 봤습니다.  PANTONE에서 발표한 패션 컬러는 아래와 같이 화려한 유채색, Viva Magenta이더군요.

그런데 제가 더 걱정스러워하는 것은 검정색, 흰색, 혹은 비바 마젠타와 같은 색상이 아니라 우리 청년들의 패션이 적어도 색상에 있어서 획일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모두 다 같은 색상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개성이나 다양성이 빈약하다는 의미일 것 같기도 하고, 집단화, 동질화를 추구하는 시대 흐름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유행을 쫒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강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도 아니면 제가 생각지 못한 경제적이나 실용적 측면에서 좀 더 깊은 이유가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획일화되어 가는 젊은 세대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아침 대학교 교정을 들어서면서, 개성, 창의, 도전이 경쟁력이 되어야 할 우리  Z세대가 어떤 사회적인 압박으로 인해 무채색화되고 획일화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어 이 글을 써 보았습니다.

 

괜한 걱정하는 꼰대의 염려일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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