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티 팔레 (Petit Palais), 우리말로 작은 궁전,,, 이름이 참 귀엽고 예쁩니다.
프랑스어로 '작다'라는 뜻인 쁘티(Petit),,, 반대말은 물론 '크다'라는 뜻을 지닌 그랑(Grand)입니다.
쁘티 팔레(Petit Palais)가 있으니, 당연히 그랑 팔레(Grand Palais)도 있겠죠.
쁘티 팔레 맞은편에 있습니다.
위스턴 처칠의 동상이 세워진 아벤뉴 위스턴 처칠 (Av. Winston Churchill) 거리를 사이에 두고 두 궁전이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그랑 팔레, 쁘티 팔레, 그리고 파리 세느강의 다리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알렉상드르 3세 다리 (Pont Alexandre III)"는 3종 세트입니다. 모두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때 지어졌고, 세 건축물 모두 신고전주의, 아르누보 양식이어서 통일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샤를 지로(Charles Girault)가 설계했거나 메인 설계자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세느강의 신선한 바람을 느끼며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천천히 건너, 그랑 팔레 외관을 한 번 둘러보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쁘티 팔레까지 오시면 휴대폰에는 멋진 사진 수십 장이 쌓여 있을 겁니다.^^
쁘티 팔레( (Petit Palais)는 팔레(Palais), 즉, 궁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본업은 미술관입니다.
파리 사람들은 궁전이란 호칭을 너무 남발하는 듯합니다^^. 생각나는 것만 해도, 팔레 루아얄(Palais Royal), 팔레 드 샤이요 (Palais de Chaillot), 팔레 드 엘리제 (Palais de l'Élysée),,,,
쁘티 팔레는 다른 미술관과 달리 컬렉션이 다채롭습니다.
고대로부터 20세기 초까지 아주 넓은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고,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상, 장식물, 가구까지 섭렵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에 비해서 규모도 작은 편이라서 넉넉잡고 1~2시간이면 1층과 지하 1층의 전시실들을 모두 둘러볼 수 있어 부담도 없습니다.
쁘티 팔레의 또 다른 장점은 예쁜 건축물이죠.
건축물 자체가 예술품입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안쪽에 정원이 있고 이를 감싼 형태로 건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아름다운 장식으로 채워진 건물은 정원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정원 주위에는 편안히 앉아서 햇볕을 즐길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있어 여기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파리 시내에 있는 어느 카페보다 멋진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
게다가 이곳 커피는 맛이 일품입니다.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내부의 커피는 맛이 좀...ㅠㅠ)
저희들은 이번 한 달 동안에 두 번 쁘티 팔레를 찾았는데, 두 번째 방문 때는 아예 여기서 모닝커피와 점심 식사까지 해결하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미술관을 찾아 그림들을 보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생깁니다.
앞서 포스팅한 것처럼 이번 체류기간 동안에 이전에 섬기던 교회의 목사님 내외분과 모레 쉬르 렁(Moret-sur-Loing)이라는 곳으로 피크닉을 다녀왔는데 이곳을 소재로 그린 그림을 이곳, 쁘티 팔레에서 만난 것이었습니다.
[파리 한달살기-23] 바르비종과 모레(Moret)로 피크닉
오늘은 이전에 섬기던 교회의 목사님 내외분과 같이 파리 교외로 피크닉을 다녀왔습니다.목회 일정으로 바쁘신데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컸지만, 20년 만의 만남에 여러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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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인상파 풍경화가인 알프레도 시슬리(Afred Sisley)의 작품으로 모레 성당을 그린 그림입니다.
1894년에 그린 그림이니까 지금부터 130년 전, 그림자가 많이 기운 늦은 오후의 성당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시슬리는 이곳에 살면서 사계절,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성당을 그렸다고 합니다.
인상파 대가의 눈에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성당의 모습이 매번 다른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의 루앙 성당 연작과 비슷한 느낌이죠... 당시 화가들은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미술 세계를 키워갔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프랑스 전역의 수많은 성당 중에서 이번 여행 중에 콕 집어 다녀온 모레(Moret) 성당.
130년 전 어느 늦은 오후에 시슬리라는 이름의 화가가 자신의 화폭에 이 성당을 담아냈고, 다시 130년의 긴 세월이 흘러 오늘 이곳 쁘티 팔레에서 그 그림을 마주 대하게 되었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무한한 엇갈림 속에서 귀하게 만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이 인연의 스토리는 이번 여행과 함께 한동안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가 될 듯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