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랜 은퇴 연구소

오래전에 대만 주재원으로 있을 때의 기억입니다.

주말마다 아내와 같이 짧은 여행을 자주 다녔었는데, 어느 날 어느 작은 동네의 찻집에 들렀을 때 짙은 커피 로스팅 향기에 취한 적이 있습니다.

 

가게 주인이 커피 생두 몇 줌을 프라이팬에 넣어 주걱으로 저으면서 볶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나는 커피 향이었습니다. 

 

그 향기가 너무 좋아서 나도 집에서 한번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져 봤는데 실행을 못해보고 잊고 지내다가 지난 연말 연휴에 불쑥 그 생각이 났습니다.

 

또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커피 생두를 주문했습니다.

생두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더군요.

브라질 FC 세하도 17/18이라는 품종을 선택했는데 1kg에 8,000원에 불과합니다.

 

10g에 머그컵 한잔을 잡으면 1kg은 100컵 분량은 되므로, 브랜드 커피숍 아메리카노 2잔 값으로 100잔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겠네요...ㅎ

 

주문한 원두는 바로 도착했습니다.

사용과 보관이 편리하도록 지퍼팩에 포장되어 있음.

 

 프라이팬으로 생두 로스팅하기

프라이팬으로 생두 볶는 과정은 단순합니다.

가스를 약불로 맞추어 놓고 약 30분 정도 주걱으로 저어 가면서 골고루 볶아 주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두의 색깔이 점점 짙어집니다.

 

제가 원하던 커피 향기는 생두가 원두가 되는, 커피가 약간 타는 단계에서 많이 생깁니다. 

직접 프라이팬 앞에서 커피를 볶고 있으면 이 로스팅 향기가 잘 안 느껴지는데, 로스팅 후에 거실로 나가 보니까 집안 전체에 퍼져있는 커피 향이 정말 좋더군요.

 

 커피 내리기

일단 생두를 볶은 다음은 시중에서 원두를 구입해서 분쇄/드립 하는 과정과 동일하니 별도 설명을 생략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드리핑 레시피는 아래와 같습니다.

 

드리핑 레시피 (3인 기준)

-원두 : 30g (10g / 1인)

 

-분쇄 : 핸드 분쇄기로 직접 분쇄

-린싱 : 100도의 뜨거운 물로 종이필터를 세척하고 드립퍼, 드립 서버를 따뜻하게 데움

 

-뜸 들이기 : 40리터의 뜨거운 물로 분쇄된 원두를 불림

-1차 드리핑 : 뜸 들이기 이후 Interval 30초, 80리터의 뜨거운 물로 추출

-2차 드리핑 : 1차 드리핑 이후 interval 1분, 40리터의 뜨거운 물로 추출

-가수 (加水) : 2차 드리핑 이후 Interval 1분, 더운물을 250리터를 추가해서 농도를 낮춤

 

이렇게 온 집안을 짙은 커피 로스팅 향으로 채우고, 또 직접 내린 커피를 식구들과 나누었습니다.

사실 카페에서 주문하면 쉽게 마실 수 있는 커피지만, 이런 다소 귀찮은 과정이 주는 즐거움으로 우리 일상은 조금은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행복이란 ?

귀찮음을 이겨낼 때 얻는 선물이다."


 

친구들에게 새해 인사로 커피향 선물하기

마침 제가 프라이팬으로 생두를 볶은 오래된 숙원 사업(^^)을 끝낸 날이 2020년 마지막 날이어서 친구나 지인들에게 SNS로 나마 새해 인사를 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커피 향이 가득 묻어 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은 다음에 유튜브에 올리고 이 링크를 돌리는 것으로 새해 인사로 대신했습니다. 
센스 있는 새해 인사였다고 좋아들 하시더군요...

 

아래 영상입니다. (앞부분과 뒷부분은 원래 영상에서 살짝 편집했습니다.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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